[PRESS] 사라지는 삶의 순간들을 부여잡는 18인의 이야기 - 크게 그린 사람

글 입력 2022.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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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크게 그린 사람>은 작가가 평소 알고 지냈던, 혹은 개인적으로 궁금했었던 인물들을 선정하여 직접 인터뷰 한 매력적인 서사들의 묶음집이다. 개인의 서사와 더불어 혼란스럽고 복잡스러운 현실에서 문제점에 직접 직면하고 과거를 직시하며 이에 대한 바탕으로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무수한 기록의 장으로 확장되었다.

 

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 이 도서 안 18명의 주인공들의 직업은 마치 팔레트처럼 여러 색들을 펼쳐놓고 독자들을 마주한다. 인권기록 활동가부터 시작해 의사, 소설가, 가수, 시인, 만화가, 정치인, 경찰, 아나운서, 기업인 등이 등장한다. 이에 더불어 삶의 곁에 빠질 수 없는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분야를 다양한 해석으로 풀이되어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과 사유 그리고 감동을 독자들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게 만든다.

 

작가 은유가 이런 영향 있는 책을 엮을 수 있는 이유는 단언컨대 진정 꽃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꽃은 꽃이라는 단어의 어감에서부터 시각으로 들어오는 매력까지 아름다움의 합집합이다. 그러나 너무 작아서 우리는 늘 꽃을 볼 시간이 없다고들 자주 말한다. 그래서 은유 작가는 다짐했다고 한다. 그 꽃이 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릴 것이고, 내 시선에 포착된 그 꽃을 엄청나게 크게 그려 그 꽃 한 송이를 보는 데 오랜 시간을 걸리게 만들고 싶다는 소망 있는 인간적이고 아늑한 작가이자 한 사람이었다.

 

삶을 예술적이고 아늑하게 바라볼 수 있던 까닭이었는지 꽃을 보듯, 사람을 보는 시선 또한 다정했다. 즉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바라보았다. 더 이상 시간이 없어서, 혹은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어떤 사람을 보지 못하는 일을 그냥 넘기는 법을 없게 만들었다.

 

작가에게 인터뷰이로 적합한 대상은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다.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사유하고 그로 하여 만들어진 선한 영향력을 주변에 풍길 수 있는 강한 호소력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삶을 채울까. 가족들과의 어제오늘 같은 대화, 친구들과의 과거로부터의 회상, 반려견에게 눈빛으로 전하는 마음. 간혹 예상치 못한 지인과의 만남에서 전해지는 색다름이 거의 전부일 것이다. 물론 내 작은 세계 안에 좁은 관계 속에서 재밌는 이야기는 내 존재의 숨통을 틔어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로 현재 ‘나’가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아니 때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세계에 대한 규칙을 깨뜨릴 때도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참조할 수 있는 이야기가 풍부해야 덜 불행할 수 있고, 삶에 대한 고통을 책임질 수 있는 경험을 비축해둘 수 있어서다. 이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다.

 

마치 우리 눈에 작게 보여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꽃처럼, 18인의 이야기도 그렇게 들여다보면 된다. 절대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이 18명의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질문을 받고 답할 수 있을까 살펴보면 좋겠다.

 

 

 

작은어른, 김현(시인)


 

 

“성소수자들도 당신네들과 똑같이 밥 먹고 음악 듣고 화내고 사랑하는 ‘보통의 존재’임을 항변하듯이 쓰고 싶었어요.”

 

 

시인 현은 커밍아웃을 한 이후로 부모와 잠깐 불화했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그래. 행복하면 된 거지.라고 응원하는 반응을 보이셨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된 감정과 더불어 자식의 삶과 부모의 삶을 시로 적고 싶었다는 시인은 적극적으로 이성애자 중심의 가족 구성원과는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시로 담았다.

 

아직도 현시대의 사람들 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함이 더러 있다. 내 옆에 성소수자가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데 인지를 못하고 일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일상의 존재를 지워버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들 또한 흔히 주류라고 붙여진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을 진하게 표현하며, 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장을 보고, 복작거리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며 세상에 주어진 모든 환경을 똑같이 공유하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즉 보통의 존재들로서 세상을 자연스럽게 향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어떤 대상의 차별 없이 모든 종류의 사랑은 우열을 결정할 수 없다. 사랑에 대해 시인이 빗댄 작품이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풍경화인데 가까이 보면 수많은 점들로 완성되어 있다. 이 점 안에는 사람들 각자의 매력적인 개성만큼 사랑에 대한 표면적 스타일도 매우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랑의 성질은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같다. 그러나 형태가 다르다고 그 한 점을 이루고 있는 사랑을 외람된 것으로 변질 시키는 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사적인 인간성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한 측면만 옳다고 판단하는 점은 결코 지혜로운 인간상이 아니며, 존중은 말이 아닌 가슴으로 우러나올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줘야 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숨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18명에 속해있는 시인 김현 이외에, 노래 속에서 대화를 찾는 가수 시와, 가난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소설가 김중미, 약자를 위한 인권클리닉을 만들고 싶은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영문, 노동문제에 기울이는 소설가 김혜진, 라이프스타일을 선두하는 지구인컴퍼니 대표 민금채, 직업인으로서 윤리의식을 지닌 의료사회학자 신영전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견고하고 단단한 의사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보이는 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은 위인들은 여전히 신념을 굽히지 않은 채 보다 나은 삶을 희망한다. 작은 꽃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작아도 사라지지 않고 꽃은 여전히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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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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