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는 진짜 내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뮤지컬 '차미'
글 입력 2022.06.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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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는 진짜 내가 없다."


최근 부산으로 1박 2일 짧은 여행을 떠났다. 이른 여름에 맞이한 바다의 풍경과 청량한 하늘의 아름다움을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어 사진 몇 장을 찍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단순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어떨까. 이날 내가 찍은 바다 풍경 사진만 50여 장, 나를 피사체로 삼아 찍은 셀카(셀프카메라)는 100여 장에 달한다. 그 가운데 심혈을 기울여 풍경 사진 두 장과 셀카 두 장을 선택했고 2~3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SNS에 올릴 최종본을 완성했다.


풍경 보정의 경우 약 5분이 걸렸고, 셀카는 최소 10분씩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셀카 보정을 할 때는 세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콤플렉스인 턱을 깎고, 습관적으로 눈을 크게 키우며 새 얼굴로 열심히 빚어간다. 전신사진일 경우에는 다리 길이를 늘여 이상적 비율을 찾는다. 그렇게 가공을 거쳐 SNS에 공개된 사진들은 아름답지만, 과연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뮤지컬 '차미' 관람 후 나의 SNS에 올린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차미'는 평범한 취업준비생 차미호가 SNS에 자신이 꾸며낸 완벽한 자아를 전시하고, 그 자아 차미가 현실 속 자신을 대체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SNS를 소재로 가벼운 코미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진짜 내 가치는 무엇인지' 현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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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속 내 모습은 '나'면서도 '내'가 아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포장되고 꾸며진 '가상의 나'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가상의 내가 사랑받는다면 진짜 나는 어떻게 될까?


극 중 차미호는 자신이 꾸며낸 차미라는 자아에게 자신을 대신하도록 허락한다. 키도 작고 소심한 자신보다 늘씬하고 당당한 차미가 뭐든 잘하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취준생인 차미호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반면 차미는 자신감을 앞세워 대기업에 입사한 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즐긴다. 그렇게 이상적 자아가 활약하는 동안 실제의 나는 점점 작아져 모습을 숨기게 된다.


왜곡되고 부풀려진 '나'는 결국 스스로의 자신감 상실로 이어진다. 진짜 내 모습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더 화려하고 멋진 나로 과대포장 하게 된다. 이쯤에서 SNS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소통의 창이며 연예인, 인플루언서, 기업에는 홍보의 수단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기록장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사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스타그램은 자기 과시욕을 부추기는 SNS 플랫폼으로 손꼽을 수 있다. 글보다 사진이 우선인 만큼 명품, 고급차, 럭셔리 레스토랑 및 호텔 등의 전시가 이뤄지는 곳.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기 가장 좋은 장소인 만큼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쉽다. 만약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를 비교의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면, 그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코로나19 발생 후,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목이 묶인 사람들이 시선을 돌린 것은 바로 명품백이다. 지난 2년간 '명품백 오픈런'과 '명품백 가격 인상' 소식은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될 정도로 뜨거운 이슈였다. SNS에는 전보다 명품백, 명품 아이템을 전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이는 폐쇄된 환경에서 자신을 내세우고 자랑할 것이 없어지자 가장 쉽게 돈으로 살 수 있는 명품이 주목 받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더 이상 연인과의 행복한 데이트, 좋아하는 사람과의 시간, 친구들과의 만남, 각종 공연, 전시 등의 문화생활 등으로 SNS를 치장할 수 없게 되자 극단적으로 부를 과시해 나라는 존재를 드러낸 것. 그러나 과시욕으로 치중된 타인의 인생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특히 집안에서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SNS을 보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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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하나의 개인 전시관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 전시관 등에 전시된 유물, 그림, 동상 등을 보고 덥석 '이걸 사고 싶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의 왕비가 대단한 금덩어리 장신구와 화려한 보석을 소유했다고 해서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전시관은 그저 눈에 담고 지나치는 장소다. 타인의 최고의 순간을 나의 평범한 모습과 비교해 자신을 괴롭히며 자학할 필요는 없다.


더불어 왜곡된 나로 추앙받는 건, 스스로 나 자신을 지우는 씁쓸한 일이다. 얼굴, 몸매, 옷, 소품, 장소 등이 모두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곳에 진짜 나는 없다. 하트를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건 내가 아닌 이 세상에 없는 존재일 뿐이다.


SNS를 사용하며 느끼는 박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를 지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감은 남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된다. 온전히 나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남과 마주하기 위해 거울 속 자신과 먼저 직면하는 것.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부족해 보이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자아도취에 빠져 스스로의 멋을 발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시 나와 남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 가면은 벗겨진다. 나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그 순간 나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나라서 좋다"는 낭만적 주문. 어쩌면 남에게 마음을 주는 것보다 어려운 과제가 될 나를 사랑하는 것. 진짜 내가 마주해야 할 세상은 SNS 밖에 있다.



[원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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