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 속에 담아낸 영화 같은 미장센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6.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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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 마일즈 알드리지. 그는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패션 사진작가이다. 그가 촬영한 여자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보그 에디터의 눈에 띄어 패션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실을 기록하는 것보다 때로는 허구의 미장센이 더 진실되다고 생각한다.” 그가 한 말이다. 그의 사진 작품 속에는 패션과 예술, 현실과 초현실, 사실과 허구와 같이 이분화된 세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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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사진전에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은 <3-D>(2010)이다. 슬쩍 봤을 때는 단순히 한 여성이 콜라와 팝콘을 들고 3D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콜라와 팝콘은 평면의 형태를 띠고 있는 허구의 소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차원의 콜라와 팝콘을 손에 들고 3차원의 영화를 본다는 발상은 앞서 언급했던 ‘허구의 미장센이 더 진실될 수 있다’고 보는 마일즈의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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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2010) 작품이 전시되어있는 첫 번째 섹션은 고풍스러운 영화관 같으면서도 화려한 시상식 같이 꾸며져 있다. 사진 옆에는 실제 극장 의자부터 콜라와 팝콘을 형상화한 패널, 그리고 3D 안경까지 비치되어 있다. 관람객은 단순히 사진 작품을 관찰자적 위치가 아닌, 연출된 세트를 통해 작품 속 인물이 느낀 영화적 감상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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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여덟 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는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의 사진들을 찬찬히 둘러보면, 문득 두 가지 공통적인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전시 섹션을 구성하는 공간들이 모두 영화와 관련된 컨셉을 띠고 있다는 것.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연출’이 돋보였던 사진작가다운 큐레이팅은 관람객들에게 더욱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세 번째 섹션인 ‘스릴러’ 테마에서는 알프레드 히치콕,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서스펜스 영화 속 한 장면인 듯한 미장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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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그의 사진 속에는 대부분 ‘여성’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전업주부인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때문에 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대부분 자신의 어머니를 오마주한 여성상이고, 여성에 대한 찬사와 경외를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풀어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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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알드리지의 사진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인위적일 정도로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고, 패션 화보의 연장선 같은 모델들의 기이한 포징이 피사체가 된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아름다우면서도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마저도 작가가 의도한 바이다. 아름다움 이면에 담긴 불편한 메시지를 통해 현실과 허구 사이의 ‘어딘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적인 연출력과 패션 사진다운 감각들을 한데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하나의 전시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느낌마저 준다. 아직은 친숙하지 않은 '마일즈 알드리지'라는 작가를 이번 전시를 통해 알아가는 재미를 꼭 찾길 바란다.

 

 

[황수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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