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분노한 여성, 돌이 되다 - 연극 '화가난다 이거예요'

연극 <화가난다 이거예요> 프리뷰
글 입력 2022.06.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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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페미니즘 연극제 개막


 

오는 7월 7일부터 8월 6일까지 제 5회 페미니즘 연극제가 나온씨어터와 선돌극장에서 개최된다.

 

페미니즘 연극제는 2018년 시작되어 다양한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여성의 연대를 그린 연극들을 해마다 선보여 왔다. 어느덧 5회차를 맞은 페미니즘 연극제의 이번 주제는 ‘미래’다. 페미니즘으로 만들어갈, 함께하는 다양한 미래를 연극으로 먼저 만나본다.


이번 연극제에 오르는 공연은 총 6편이다. 프로젝트 극악무도의 <화가난다 이거예요>, 임시극장의 청소년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 극단문의 창작판소리 <허생처전>, 박은호의 <240 245>, 옆집우주의 <밤이 되었습니다. 좀비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지구의 음악극 <미제사건>이 그 주인공이다. 연극뿐만이 아니라 음악극과 판소리가 포함된 다채로운 구성이다.


부대프로그램으로는 연극 포럼이 준비되어 있다. ‘페미니즘 연극과 미래’를 주제로 하는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5년간의 연극제와 페미니즘 연극의 성과를 돌아보고, 동시에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페미니즘과 미래의 페미니즘 연극을 창작자와 관객, 평론가가 각각의 입장에서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화가난다 이거예요>: 연출 정혜정, 돌이 되다


 

[프로젝트극악무도]포스터이미지.jpg

 

 

시놉시스

 

왜 자꾸 화가 날까?

 

팀원들은 연출 정혜정의 분노를 발견하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 혜정은 돌이 되어 버린다. 팀원들은 혜정이 돌이 되어버린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혜정을 돌로 만든 분노에 대해서 생각한다. 혜정의 분노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팀원들은 혜정의 분노를 느끼며 본인들의 분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여섯 편의 공연 중 연극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프로젝트 극악무도의 <화가난다 이거예요>다.

 

제목만 봐도 할 얘기가 많아 보이는 작품이다. 여성으로 살아가며 화낼 일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다른 많은 감정들이 그러하듯, 여성의 분노 역시 사회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곤 한다.

 

그 역사는 유구하다. 여성의 분노는 종종 남성과 다른 신체에서 비롯된 일종의 히스테리로 치부되었다. 더 나쁜 경우 광기로 오인되기도 했다.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위고, 2021)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세기 수많은 여성들이 그저 남편에게 불평불만을 터뜨린다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원에 감금되곤 했다.

 

2022년의 우리는 그러한 역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여성의 분노는 쉽게 무시된다. 부정의와 불평등에 저항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사회적 참여의 한 형태가 아니라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것, 그래서 때론 ‘달래줘야 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 걸 종종 본다.

 

마땅히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에조차 어디선가 너무 감정적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아서 분노를 삼키는 여성은 아직도 많다. 화 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 돌이 되어버렸다는 연극의 설정에 공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돌이 되지 않고 화를 낼 수 있을까


 

혜정이 돌이 된 이유는 연극을 안 본 상태에서도 수십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미투운동과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세상은 바뀌었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제자리를 멤도는 것만 같다.

 

여전히 신문에는 목숨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매일 실리고, 법제도는 사람들의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화를 내야 하는 순간 화를 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어쩌다 화를 내도 나의 분노가 무엇에 기여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혜정은 돌이 되지 않고는 도저히 그 분노의 순간을 지나올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계속 화를 내야 하는 상태가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아무것도 못 느끼고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자연물이 되기로 한 거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돌이 된 혜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기억과 감정을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들을 똑바로 마주한다면 돌이 되지 않고, 사람으로서 화를 낼 수 있을까. 분노가 허공에 하는 주먹질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를 불러올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까.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래’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꿈꾸는 미래가 도달할 수 없을 것처럼 멀다고 할지라도 그 시작점은 지금 여기에 있다. 원하는 미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고, 혼자서 만들어갈 수도 없다. 연극을 감상하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자신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것들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막연할지라도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여성의 분노를 탐구하는 연극 <화가난다 이거예요>는 7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프로젝트 극악무도

 

극악 極惡 더할 나위 없이 악한, 뻔뻔하고 매력적인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

무도 無道 분노와 욕망을 쫓아 길이 없는 곳으로 뛰어드는.

던지고, 부서지고, 찢어지고, 깨지는 ‘극악무도’한 연극을 만드는 프로젝트 팀입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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