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좌절이 희망과 감동으로 바뀌는 순간 [영화]

영화화된 공연, <틱,틱,붐> 리뷰
글 입력 2022.06.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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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다. 특히 한국 사회는 어느 시점의 나이가 된다면 어느 정도는 이뤄 놓아야 한다는 프레임이 은연중에 갖춰져 있다. 20살이 되면 대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는 결혼해야 한다는 따위의 것이다. 나이에 맞게 해당 과업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주변에서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며, 스스로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도태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현대인들은 성취를 위해 늘 시간에 쫓기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현실과 닿아있는 작품이 바로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뮤지컬 영화 <틱,틱...붐!>이다. 1990년 갓 30살이 된 조너선 라슨의 1인극 뮤지컬로 기획되었던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라슨의 죽음으로 인해 사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프루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David Auburn)에 의해 1인극이 세 사람의 캐릭터로 나뉘면서 주인공의 삶이 보다 다각도로 구체화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라슨이 세상을 떠난 5년 뒤인 2001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영화 <틱,틱...붐!>은 이러한 공연이 영화로 재탄생한 작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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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자신이 만든 뮤지컬을 공연하고 싶은 과거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다. 주인공인 존은 연출적으로 메인 무대에서 시간의 흐름을 언급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의 역할과 함께 전체적인 작품의 주인공을 담당한다. 무대에서 존의 첫 대사를 시작으로, 8일 후 자신의 뮤지컬 <슈퍼비아>를 선보이는 워크숍과 생일이 코앞이지만 그는 노래를 완성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설상가상으로 여자친구인 수잔과의 관계 속 생겨난 갈등과 친한 친구들이 병에 걸려 오래 살 수 없다는 소식은 그가 온전히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작품은 존이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며 어떤 감정에 휘말리는지, 또한 어떻게 상황을 극복해나가는지 보여준다.

 

제목에서부터 작품은 작게는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떤 일부터 처리해야 할지 모르고 서두르게 되는 상황을, 크게는 성취해야 하나 그러지 못하는 현실 속 현대인들의 답답함을 대변한다. 때문에 ‘틱,틱...붐!’은 작품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라슨은 20대 시절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많이 시달렸다고 한다.

 

30대를 목전에 둔 한 예술가의 삶을 그려냈지만 이를 현대인의 삶과 연관 지어 본다면 2030세대로 일컬어지는 청춘의 도전과 방황을 그린 작품으로 해석 가능하다. 마감일을 앞에 두고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꿈을 좇지만 남들과 비교했을 때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모습, 여유롭지 못해 주변인들에게 화를 내거나 그를 시기하는 모습 등은 청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뮤지컬에서 다뤄지는 이러한 서사가 제목과 결합되며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화하고, 더욱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다가가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나 짐작해본다.

 

제목만큼 뮤지컬의 음악 또한 드라마와 자연스레 결합된다. 주인공 존이 등장하며 극의 배경을 대사로 설명한 이후, 피아노 반주로 넘버 '30/90'이 시작된다. 시곗바늘 소리가 피아노 반주로 이루어졌고, 점점 빨라지는 음악이 존의 불안한 심정을 극대화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이후 친구들과의 관계와 존의 상황을 나타내는 넘버인 'Green Green Dress', 'Jonny Can't Decide', 'No More'가 있는가 하면, 'Real Life'와 'Why'는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의 심정을 드러낸다.


작품의 마지막 넘버인 'Louder Than Words'는 존의 생일 축하가 이루어지며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희망찬 곡으로, 작품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음악이다. 영화화된 작품에서는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다 보니, 공간이 바뀌며 각 부분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극대화되는 흐름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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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틱,틱...붐!>은 재즈를 중심으로 황금기를 이루었던 뮤지컬이 쇠퇴하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던 흐름 속 등장한 록 뮤지컬의 음악적 양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조너선 라슨이 클래식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Stepehn Sondheim)을 멘토로서 크게 의지했기 때문이었다. 영화화된 작품에서도 손드하임의 실제 목소리가 등장하는 부분이나 손드하임이 존의 작품에 대해 칭찬을 하는 장면이 보여진다. 여기에 심지어 뮤지컬 넘버 중 하나인 'Sunday'는 아예 손드하임의 작품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에서 동명의 넘버인 'Sunday'를 바탕으로 한 곡이다. 이 노래는 제목, 가사, 멜로디, 그리고 진행 형식까지 많은 부분을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틱,틱...붐!>에서 존이 생일을 맞이하고 마지막 장면이 이를 축하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서사는 손드하임의 <컴퍼니>에서 로버트가 35번째 생일을 맞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뮤지컬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 드라마와 음악에 걸쳐 손드하임의 작품을 응용한 모습은 그가 평소 손드하임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그는 엘튼 존(Elton John)과 빌리 조엘(Billy Joel)과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자라며 여러 음악을 융합해 하나로 만들고 싶어 했다. 실제로 워크숍 당일 선보이는 'Come To Your Senses'는 발라드풍의 음악이기도 하며, '30/90'과 'No More'에서는 8비트 반주와 강렬한 비트로 대표되는 록 음악의 요소가 많이 녹아들어 있는 넘버로 꼽힌다. 이러한 영향으로 <틱.틱...붐!>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일컬어지는 록 음악과 뮤지컬 음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뮤지컬로 회자된다.

 

전체적으로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의 답답함과 방황, 그리고 성장을 담고 있는 서사가 음악과 잘 어우러져 전개되는 뮤지컬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무겁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는 조너선 라슨이 작품에서 1990년대 미국에서 만연한 사회문제였던 에이즈, 마약중독, 홈리스, 동성애 등의 문제를 다뤘던 것에서 기인한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인 <렌트>에서 에이즈와 동성애에 관한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기도 했는데, <틱,틱...붐!>에서도 이것이 어느 정도 녹아들어 있다.

 

1990년 당시 미국에서는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나갔고, 감염인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된 채 에이즈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조성하는 기사가 확산되었다. 또한 다수의 매체에서 동성애자의 모습이 비추어지는 것은 금기시되었고, 등장하더라도 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실제로 라슨의 주변에도 에이즈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친구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외면받고 있었던 이슈를 그는 작품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 올려 다루고자 했다. <틱,틱...붐!>에서 존이 친구인 프레디가 에이즈에 걸려 괴로워하는 장면이나, 마이클이 에이즈에 걸려 살 날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그와 끝까지 함께하겠다 말하는 장면은 작품 속에 사회적 문제를 녹여 다루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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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존과 친구들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봉합의 과정을 통해 작품은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사료된다. 서사에서 존은 워크숍을 앞두고 넘버를 완성시키지 못해 괴로워하는 과정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세심히 다가가지 못해 관계를 그르친다. 수잔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까지 답을 주지 않고 그녀의 계속되는 물음에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이나, 마이클이 광고 회사를 다니며 안정적이고 호화롭게 사는 모습을 시기하는 모습 등이 그 예이다. 그의 진심이 성취에 대한 조급함에 가려져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것이다.

 

이후 그는 워크숍에 임박하여 넘버를 완성하고 꽤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만, 브로드웨이에 올리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악에 받쳐 절망한다. 'Real Life'와 'Why'는 이러한 존의 절망감과 허무함, 인생무상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넘버이다. 해당 부분은 성공이라는 유한한 목표를 위해 달려갔지만 이것이 성취되지 않았을 때 남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떠올리게 했다. 존은 이후 센트럴파크의 델라코르테 극장 앞 피아노에서 마이클과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고, 비를 모두 맞은 채로 마이클의 아파트를 찾아가 화해한다.

 

이러한 과정을 돌이켜보며 그가 힘들어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추억에 있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지 않았나 생각했다. 해당 장면을 보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유한한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직진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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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화화된 <틱,틱...붐!>에서 보여진 배우들의 연기도 개인적으로 훌륭했다고 언급하고 싶다. 특히 주인공 존을 연기한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괴로움, 절망, 환희, 사랑 등 작품 전체 드라마에 걸쳐 굉장히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해야 했는데, 이것이 표정에서부터 온전히 전달되었다. 수잔 역을 연기한 알렉산드라 쉽(Alexandra Shipp)과 카레사 역의 바네사 허진스(Vanessa Hudgens)의 'Come To Your Senses'는 수잔을 향한 존의 진심이 나타나는 넘버이기도 했는데, 두 사람의 합창이 잘 어우러져 큰 감동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작품 <틱,틱...붐!>은 주제의 측면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소재로, 이를 대중음악과 뮤지컬 음악의 경계에 있는 넘버들을 통해 온전히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제기된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려 한 노력과 삶에 닿아있는 의미 있는 질문까지 던지게 한 부분, 또한 제작자인 라슨의 개인적인 열정과 존경심을 함께 녹여낸 점은 해당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보다 특별하고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제목인 <틱,틱...붐!>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 조급해지는 마음과 한꺼번에 몰린 일로 터져버릴 것 같은 심정을 담아낸, 어쩌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적절한 제목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작품을 모두 보고 나선 ‘틱,틱’소리가 어쩐지 조급함의 소리로 다가오지 않았다. 터져버릴 것 같은 감정을 표현한 ‘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30대의 라슨과 그의 친구들 사이의 사건이 기대되고, 나아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과정이 궁금해지는 ‘설렘’의 시곗바늘 소리로 다가오게 되었던 듯하다.

 

좌절에 공감하며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긍정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보자는 희망과 라슨의 서사에 감동할 수 있는 작품, 뮤지컬 <틱,틱...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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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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