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콩나물은 어두워도 자라니까 [영화]

콩나물(2013)
글 입력 2022.06.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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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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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은 어릴 때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영화 ‘우리들’, ‘우리집’에서 느꼈던 10대의 기억들이 있기 전에 더 천진난만했던 5, 6살 때의 기억까지 잡아낸다.

 

그만큼 어린아이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고 나에게 있어 나의 앨범과 같은 감독님이다. 영화 ‘콩나물’은 짧은 20분의 단편 영화다. 짧지만 길고 긴, 오래전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속 기억의 매개물은 바로 심부름이다. 심부름이란 소재로 공감을 이끈다.

 

어렸을 때 심부름을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특정한 ‘처음’의 심부름 기억은 나진 않지만 3남매 중 막내였던 나는 심부름을 매우 많이 갔던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의 머리로는 모자라서 계속 사야 할 걸 까먹고 여러 번 갔던 적도 있다.

 

‘콩나물’ 속 7살 어린 소녀 ‘보리’에게 과거의 내가 겹쳐진다. 그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심부름이 익숙해져서 계속 갔을 땐 귀찮았지만 혼자서 짤막한 두 다리로 세상을 향한 스텝을 밟았을 때 두근거렸던 것 같다. 동시에 느껴지던 두려움과 걱정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때는 심부름 가는 게 좋았는데 가끔 집에 내려가면 심부름이 그렇게 싫다.

 

'보리'의 첫 심부름은 제사 때 필요한 콩나물을 사러 가는 것이다. 시켜서 갔던 나와는 다르다. 자발적으로 몰래 나간 것이라서 심부름보다는 장 보기의 개념과 더 가깝다. 하지만 처음 그 소녀가 소비라는 걸 하려고 세상에 나간 건 첫 심부름을 하러 가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기 때문에 심부름으로 보고 싶다.

 

막상 나갔지만 어떻게 콩나물을 사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그녀의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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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첫 외출은 7살 소녀에게 순탄치 않다. 마트로 가는 계단을 막는 공사현장과 좁은 골목길에서 버티고 있는 커다란 개. 그리고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 이전 글에서 기고했던 ‘안다’와 ‘프라이머리’의 ‘The open boat’의 가사가 떠오른다. ‘보리’가 나선 바다에는 위협이 가득했다. 사실 처음으로 혼자 나간 세상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어린 나이의 심부름뿐만이 아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혼자 살 때도 심부름과 비슷하게 설렘 반, 걱정 반이 있었다. 처음 사회로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어렸을 때의 감정이 남아있다. 그래서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볼 때면 어렸을 때의 나도 떠오르지만 현재, 지금의 나도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새로운 처음의 시작은 반복되는 것 같다.

 

‘보리’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공사장은 돌아가면 되고 큰 개는 아주머니께 받은 빵으로 시선을 돌려 그사이 재빠르게 가면 된다. '보리'는 7살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힘이 있다.

 

영화 ‘콩나물’은 한 소녀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플롯을 통해 우리 내면에는 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전달한다.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어떻게든 자라는 콩나물처럼 쑥쑥 자란다.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다. '보리'에게는 세상을 배우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값진 경험이었다. 검은 천으로 덮어져 빛을 못 보는 콩나물이지만 어느 날 천을 걷으면 무럭무럭 자라 있는 게 콩나물이다. '보리' 또한 앞으로 고난과 시련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천을 걷어내고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주인공 이름이 ‘보리’인 것도 영화 속 여름이 지나 가을에 더 성장할 힘을 내포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 해내야 하는 그 막중한 책임을 기억하는가? 생각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혼자의 힘이든, 도움을 받았든 그 책임을 다 해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우리는 해낼 것이다. 걱정할 수도 있다. 주변이 어두워도 자라는 콩나물처럼 걱정을 먹으며 성장했던 어린 나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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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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