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라퍼 엘리아슨, 대지의 마법사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6.0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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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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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1967~)은 자연에서 취한 모티프를 활용한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1995년에 작업실을 마련한 후, 엘리아슨은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자연과 과학의 시적 만남과 북유럽의 햇빛을 표현한 빛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북유럽의 낭만적 숭고가 느껴지는 엘리아슨의 작업은 건축과 공간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학과 결을 같이한다. 그는 첨단 과학과 기술을 활용해 대자연을 연출하고, 이를 통해 관객의 지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엘리아슨은 선, 원, 면, 공간의 관계를 다루는 데 익숙하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의 공간 설치는 공감각적 환경을 조성하고, 관람자는 그 공간 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몰입과 침잠의 경험



관객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만큼, 엘리아슨의 작업에는 관람자의 지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엘리아슨은 관람객이 실제 자연과 비슷한 크기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스케일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서 이를 조망하는게 아니라 선택의 여지없이 작품 속에 들어가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관람자들은 엘리아슨이 창조한 대자연의 숭고한 효과 앞에 몰입하고 침잠한다.

 

이렇게 온몸으로 느끼는 지각 경험은 관람자들이 그의 작품을 일종의 사회적 경험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관람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될 뿐만 아니라, 정서적, 신체적으로 깊이 개입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도시 속의 자연


 

자연을 다루는 엘리아슨의 공간 작업은 늘 도시와 관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런던에서 선보인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2003)와 뉴욕에 설치했던 <뉴욕 시 폭포들(The New York City Waterfalls)>(2008)이 있다. 전자는 태양을, 후자는 폭포를 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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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프로젝트 (The Weather Project)> (2003)

 

 

엘리아슨은 <날씨 프로젝트>에서 수백 개의 노란빛 램프로 거대한 인공 태양을 만들고, 가습기를 이용해 공기 중에 미세한 안개를 퍼뜨렸다. 전시를 관람한 수백만명의 관람자들은 바닥에 누워 손과 다리를 흔들며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려 애쓴다. 관람자는 태양의 아름다움과 대면하며 역설적으로 스스로의 미미한 존재를 감지한다. 이처럼  엘리아슨은 ‘날씨’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흔한 소재를 통해 체험적이고 명상적인 미적 표상을 창조해냈다.

 

2008년 제작된 <뉴욕 시 폭포들>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여타 대지 미술 작업들이 대부분 머나먼 사막지대에 설치된 반면, 이 작업은 뉴욕 시 한가운데에 설치된 점이 돋보였다. 그가 뉴욕에 폭포를 만든 것은 뉴요커들에게 도시를 둘러싼 물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엘리아슨의 작업은 뉴욕의 시민들로 하여금 동쪽 강이 멈춰있는 게 아니라 역동하고 있음을 지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사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엘리아슨이 일관되게 다루는 주제는 주체성과 자기 반영, 그리고 자연과 문화 사이의 경계 흐리기다. ‘리얼리티, 즉 자연은 구축된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이를 경험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작가는 ‘유사자연’을 만들어 내어 우리의 지각을 시험하고 실험한다.

 

여기서 작품이 자연인 척하는 ‘유사’에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자연을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의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혹자는 유사자연 작품이 관람자 주체의 자기비판적 인식의 결여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스케일이 너무 크고 스펙터클이 압도적이면 관람자가 자율적으로 지각하기 힘든 탓에 동일한 집단적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엘리아슨의 작품이 자연 자체 보다는 문화와의 연계에서 우리의 지각을 탐색한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그가 유사자연 작품을 제작하는 이유는 자연 현상을 통해 인간의 감각을 일깨우고, 전환시키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둘 다 가능한 해석이다.

 

개인적으로는 엘리아슨의 유사자연 작업에서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단순성과 인위성이 그의 작품을 자연의 모방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업이 구조를 드러낼 때,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자연적이며 실제적으로 여기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창조해낸 '유사자연' 앞에서, 우리는 인간의 인식을 넘어서는 숭고한 것으로 여겨왔던 자연조차도 실은 인간이 만들어 낸 관습화된 사고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된다. 어느 날 런던에 떠오른 엘리아슨의 태양을 바라본 누군가가 이전에는 지각하지 못했던 것에 눈을 뜨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엘리아슨의 태양은 그 날의 할 일을 다 마친 것이 아니었을까.

 

 

참고 : 전영백, 『코끼리의 방 - 현대미술 거장들의 공간』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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