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공기 속 반짝임, 알데하이드(Aldehyde)

알데하이드에 관하여
글 입력 2022.06.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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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Sillage를 따라서’ 칼럼에서 여러가지 향의 재료에 관한 글을 썼다. 샌달우드, 장미, 시트러스 등등 다양한 재료들이 있었다.

 

이 향들의 특징으로는 실제로 자연에 원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장미라는 꽃과 샌달우드라는 나무는 모두 우리가 직접 재료를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이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오늘 소개하는 향은 위의 재료들처럼 자연계에 특정한 원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성분이 포함된 과실 따위는 있지만 이 재료 자체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알데하이드(Aldehyde)다.

 

 

[크기변환]알데하이드2.jpg

 

 

모든 일에 있어서 겪어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미향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상상되는 향이 있기 마련인데 알데하이드향이라고 하면 어떤 향을 떠올려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알데하이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접할 일이 없다. 접할 확률이 제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것은 알데하이드 입니다’라고 인지하고 접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귤류에는 특정 종류의 알데하이드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제품에 쓰이는 알데하이드들은 실험실에서 합성되지 감귤에서 추출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직접 경험한 일이 없는 알데하이드 향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알데하이드라고 큰 틀에서 이야기 했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나뉜다. 벤즈알데하이드는 아몬드 향이 나고 헥실 신나믹 알데하이드는 자스민과 가드니아 같은 흰 꽃 향이 난다. 이 둘만 봐도 알데하이드의 향은 꽤나 여러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향수의 노트를 설명할 때 말하는 알데하이드 향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향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상상하는 알데하이드 노트는 모두 비슷할 것이다. 향은 사람마다 느끼는 편차가 큰 감각이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데하이드에 공감하는 설명은 ‘비누스러움’이다.

 

알데하이드는 흔히 세제나 세탁비누처럼 뽀득한 비누향으로 느끼는 이들이 많다. 또한 연하고 은은하거나 묵직하고 진득한 향 어느 쪽도 아닌, 햇살처럼 쨍하면서도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이 강하다. 빠르게 휘발되며 코 깊숙한 곳을 자극한달까. 가루 세탁세제처럼 자칫하면 재채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크기변환]알데하이드1.jpg

 

 

분명 알데하이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했는데 왜 사람들이 아는 알데하이드는 모두 비슷한 향인 걸까? 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에 있다. 샤넬의 No.5 향수이다.

 

향수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No.5는 한번쯤 들어보았을 만큼 세상에서 가장 알려진 향일 텐데, 침대에서 무엇을 입냐는 질문에 마릴린 먼로가 ‘몇 방울의 샤넬 No.5’ 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는 마치 전설처럼 전해진다. 바로 이 No.5가 알데하이드 향의 인식에 아주 큰 획을 그었다.

 

No.5는 알데하이드가 쓰인 최초의 향수라고 알려져 있다. 샤넬에서 실제로 최초라고 언급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틀림없다. 이에 No.5의 엄청난 유명세와 인기가 더해져 알데하이드= No.5 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No.5에 쓰인 알데하이드는 풍성하고 화려한 부케(여러가지 꽃)향과 약간은 쎄하면서 공기중에 반짝거리듯 휘날리는 비누향도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이후로 ‘알데하이드’ 노트를 달고 나오는 향수들은 모두 비슷한 결의 알데하이드를 내세우며 이 오해는 점점 심화되었다.

 

No.5가 알데하이드의 대중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엄밀히 알데하이드를 최초로 사용한 향수는 아니다. 알데하이드는 1835년 독일의 화학자 Baron Von Liebig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후 1903년 화학자 Auguste Darzens가 알데하이드를 합성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제품에 안정적으로 쓰이기까지는 십여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최초로 알데하이드를 쓴 향수는 우비강의 ‘켈크 플뢰르(Quelques Fleurs)다. 켈크 플뢰르에 주로 쓰인 알데하이드는 알데하이드 C12로 강한 농도에서는 기름지고 왁스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고 희석하면 바이올렛 꽃 같은 풍성한 플로럴 향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알데하이드 C8, C9, C11 등 다양한 향의 알데하이드가 주류 향수들에 쓰이기 시작했다.

 

 

[크기변환]알데하이드3.jpg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향의 알데하이드. 샤넬의 조향사였던 자크 폴주는 알데하이드를 ‘딸기 위에 뿌리는 레몬 주스’라고 표현했다. 달콤한 딸기 위에 새큼한 레몬 주스를 뿌리면, 그 맛이 반감되는 것이 아니라 대비되면서 딸기의 향긋함이 더욱 강조된다. 이처럼 알데하이드는 다른 노트들의 매력을 강조하고 증폭시켜준다.

 

향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 물질의 매력에 빠진다면 다른 향들은 레몬 주스가 빠진 딸기처럼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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