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랑하는 방법 [음악]

글 입력 2022.05.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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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은 ‘난 사랑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어’였다.

 

대화의 흐름이 사랑이 되었을 때, 주절주절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던 나였다. 그도 그럴 게 한 사람과 성적인 욕망을 기저로 구구절절한 사랑을 나눠봤다던가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던가 사랑 때문에 희로애락을 느꼈다던가 등의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상대적으로 나이에 비해 연애 횟수가 현저히 적은 편이기도 했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는 건 당연한 거라 여겼다.

   

 

이렇듯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넓은 범위에 걸쳐 있었기에 수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힘차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어딘가 찜찜했습니다. 애석하게도 오늘날의 사랑은 틈만 나면 연애라는 단어로 치환되곤 하니까요. ··· 앞으로 제가 문화예술작품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사랑은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인생이 치사해지지 않기 위해 벌이는 모든 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별나라도 갈 수 있으리라 믿어보며, 꾸준히 이 이야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 박세나 <언어의 정원>

 

  

그러던 중 이곳에서 ‘사랑’에 관한 아주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을 읽었는데 거기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사랑이란 인생이 치사해지기 않기 위해 벌이는 모든 일이라고.

 

사실 사랑이라는 건 하나의 기준을 세워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가 없는 건데, 여태 나는 사랑의 기준을 연애로만 생각해왔었다. 그렇기에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 없다는 말을 쉽게 내뱉곤 했었다, 그러니까, 이제껏 나는 ‘사랑’이라는 너무 예쁘고 큰 의미 단어의 아주 작은 부분만 보고 있었다. 실은 연애만이 꼭 사랑을 나타내는 말은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나는 가족을 사랑했고, 나의 친구를 사랑했고, 나의 별을 사랑했고, 나의 꿈을 사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나는 타오르게 사랑했다. 중간이 없는 사람처럼 한 번 좋아하면 그 대상의 가장 깊은 곳까지 빠져드는 습성을 보였다. 딱 잠겨 죽어도 좋을 만큼. 마치 다이빙처럼.

 

*

 

이미 수없이 말했지만,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눈여겨보는 습관이 있다. 너무 예쁜 단어들의 조합이라던지 현재의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든지 겪어보진 않았지만 괜한 공감이 나온다든지 등 나의 마음을 저격한 가사는 과몰입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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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방법이 다이빙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두 곡이 떠올랐었다. 아이브의 ‘LOVE DIVE’와 엔시티 드림의 ‘고래(Dive Into You)’, 두 곡의 공통점은 화자가 상대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이빙을 비유했다는 것이다.

 

아이브의 ‘LOVE DIVE’는 연못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져 호수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된 나르시시즘을 차용한 컨셉으로 제목 역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LOVE DIVE, 사랑에 다이빙한다.’, ’, 그리고 ‘LOVED IVE, 나(아이브)를 사랑하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통해, 화자가 사랑하는 방법을 표현했다.

 

엔시티 드림의 ‘고래(Dive Into You)’는 자신들을 고래에 비유하여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한 곡이다. 물속을 유영하지만 가끔 수면 위에 얼굴을 내비쳐 다시 물속으로 뛰어드는 고래의 모습이 다이빙과 닮았기 때문일까, 이 곡의 부제는 Dolphin이 아닌 Dive Into You이다.

 

사실 이 세상에 현존하는 음악의 9할은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아마도 사람은 필연적으로 사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비슷한 주제로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공감을 자아낼 수 있고, 누구나 겪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말과는 다르다. 즉, 같은 사랑을 겪더라도 저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꽃이라 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행복이라 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자해라 하며, 그리고 나는 다이빙이라 한다.


대상을 너무 사랑해서 스스로 빠져들었지만, 결국엔 숨이 차 또 다른 고통을 직면하기는 하는.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 <낮은 곳으로>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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