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적 인간 -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글 입력 2022.05.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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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창작 수업에서 내 작품을 가지고 합평을 받을 때면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는 한다. 동기들의 끝없는 질문에 관한 답변을 확실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작품에 대해 해석을 해버리면 내 작품의 해석이 더 얄팍해질까 걱정이었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작품을 읽었다면 반갑지만, 색다른 해석을 내놓을 때면 더 짜릿해지기도 한다. ‘이렇게도 읽힐 수 있구나!’와 같은 감탄이 먼저 나온다.

 

창작자로 살아가면 공감할 상황일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을 창작한 의도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받는다.

 

큰 뜻 없이 설정한 이야기라도, 오히려 독자들이 각자의 해석을 더 하여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되고, 의미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창작자들이 작품 해설을 의도적으로 꺼리기도 한다.

 

나 역시 오독을 기꺼이 환영하는 창작자이자, 오독을 행하는 관객이다. 호안 미로가 자기 작품 해석을 전적으로 관객에게 맡긴 만큼, 호안 미로의 작품을 마음대로 해체하려 한다.

 

 

 

시적 인간


 

1부_새들.jpg

 

 

호안 미로의 작품은 시와 가깝다. 그의 작품을 보다 보면 시집 맨 앞에 보이는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아무렇게나 쓴 말 같지만, 시인은 그 한 줄을 위해 수많은 문장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문장 안에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호안 미로의 작품 역시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그린 것은 낙서가 아니다.

 

그의 작품은 르네상스 후기의 회화 전통을 버렸다. 대신, 원근법, 중력, 부피가 주는 환영, 음영, 색에서 해방된 공간을 만들었다. 그는 형태를 엄격하게 통제했지만, 나머지를 해방하면서 오히려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관객은 그의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며 그의 언어, 그의 세계를 상상한다.

 

이 과정 역시 시와 가깝다. 최근 출판되는 시집을 떠올려보자. 학교 문학 시간에 배운 시만을 떠올렸다면, 독자는 현대 시집을 읽어내기도 쉽지 않다. 무수히 실험적이고, 여러 번 읽어도 해석하기 쉽지 않고, 이제는 언어를 넘어 그림, 혹은 새로운 형태의 시가 등장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최근에 등장하는 시를 난해하다고 생각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 작품을 온전히 해석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시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모두가 공통된 감상을 떠올리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각자의 언어로 시를 곱씹으며 자신만의 해석을 만들어야 한다.

 

이 논리는 그대로 다른 예술, 즉 호안 미로의 작품에서도 적용된다.

 

 

 

여인, 새, 별


 

1부_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jpg

 

 

호안 미로의 작품에는 여인, 새, 별, 그리고 태양, 달, 별자리와 사다리 등의 모티프가 등장한다. 그는 모티프를 활용하여 독특한 상상력을 종합적으로 비춘다.

이번 전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에서는 1부 <기호의 언어>, 2부 <해방된 기호>, 3부 <오브제>, 그리고 4부 <검은 인물>로 구성하여 그의 후반기 40년에 걸친 예술적 모티프와 화풍의 발전 양상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을 본다면 그의 작품 세계를 더 이해할 수 있다. 제목을 읽지 않고 그림만 보았다면, 이 그림이 과연 ‘모자’를 쓴, ‘여인’이라고 보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에서 보아야 할 것은 간단하지만은 않다. 푸른 배경을 가득 채우는 여인은 원근법에서 벗어난다. 별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우리가 흔히 하늘에서 보는 별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크다. 선경과 후경의 관습적인 구분 역시 사라졌다. 그의 그림 속 모든 요소는 마치 우주에 떠 있는 별자리처럼 자유롭다.

 

그가 자기 작품 속 여인은 우주라고 했던 것처럼 이 그림 전체가 하나의 우주처럼 보인다.

 


2부_풍경 속의 여인과 새들.jpg

 

 

2부의 <풍경 속이 여인과 새들>은 그의 작품 세계를 더 심화하였다.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보다 더 해방되어 있다.

 

1부가 기호의 언어였다면, 21부는 해방된 기호 그 자체이다. 그림 속에서는 무엇이 여인이고 새인지, 어디까지가 풍경인지 알 수 없다. <2+5=7>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당연한 공식조차 예술의 아래에서는 당연하지 않게 된다.

 

그는 공식을 비틀며 고정된 공식을 오히려 자유롭게 해체하였다. 순수한 색과 제한된 회화적 요소로 상징적 언어를 강렬하게 표현하는 호안 미로의 작품에 압도되면서 관객은 호안 미로의 작품이 더 이상 난해하다고만 볼 수 없다.

 

오히려 그의 세계에 기꺼이 빠져든다.

 

 

Miro_poster(JPG).jpg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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