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리꾼의 삶을 듣다 - 오늘도 자람

글 입력 2022.05.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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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의 삶을 듣다


 

에세이는 매력적인 장르다. 우선 타인의 현실과 그의 깊숙한 부분을 들어볼 수 있고, 내가 가지지 않은 멋진 부분을 닮으려고 노력하게도 만든다. 나와 다른 삶이지만 나도 느꼈던, 겹치는 삶의 깨달음을 발견하게 되면 반갑기도 하다. 다른 길을 걸어온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공감하고,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는 건 에세이 장르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책 <오늘도 자람>은 이렇게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에세이 장르의 책이다. 저자인 이자람의 삶을 꿰뚫었던 노래, ‘내 이름 (예솔아!)’의 발매 연도가 1984년이니만큼 21세기에 나고 자란 나는 이 판소리계의 유명 인사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판소리를 직접 본 적도 없고 판소리를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해서도 아는 게 하나 없었다. 그래서 소리꾼의 직업을 가진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자연히 궁금했다. 그 궁금증을 책 <오늘도 자람>을 읽으며 조금 해결할 수 있었다.

 

 

오늘도자람_표1.jpg


 

예전에 여성국극을 주제로 한 웹툰 <정년이>를 보며 우리의 옛 음악에 대해 막연하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판소리와 관련해서는 어떤 퓨전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맨발이 아닌 높은 신발을 신고 소리를 하는데, 소리꾼인 심사위원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언급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꼭 맨발로 바닥을 딛고서 온몸으로 불러야 하는 일이라니,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힘이 드는 일인가 하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자람>은 그렇게 내게 미지와 경외의 영역이었던 판소리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판소리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저자의 굽이친 삶이 우르르~하며 쏟아지는 판소리처럼 담겨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기에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애쓰고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언제나 궁금해하고 응원하는 나에게 이 책은 즐거운 대화였다.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제는 이렇게 답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시라고. 이 세 가지가 잘 굴러가는 삶이라면 못해낼 것이 없으므로 이것만 잘 지켜내면 삶의 기본이 튼튼한 거라고 말이다." - P.20

 

 

단순한 말이지만 그냥 마음에 들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시라. 이 세 가지가 잘 굴러가는 삶이라면 못해낼 것이 없다’라는 말.


우리는 우리가 잘살고 있는지 스스로 자주 의심한다. ‘내가 괜찮게 살고 있나?’ 의심하게 되는 건 우리의 못난 점이 잘난 점보다 더 쉽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이럴 때일수록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당연히 여기며 하는 일의 대단함을 한 번 인지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 정말 수고롭다.

 

몸 상태를 고려해서 골고루 신선한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하고, 자야 할 시간에 할 일을 다 마무리하고 깨끗한 잠자리에 누워서 걱정 없이 눈을 감아야 하고, 잘 채워 넣은 것들을 잘 소화 시켜서 막힘없이 배출시키기까지 해야 한다.

 

얼마나 대단한 일을 우리는 매일 해내고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잘 굴러가면 못 해낼 것이 없다는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문장이 꽤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나는 못 해낼 것이 없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해준 자기관리 명언이라면 믿어버려도 좋지 않을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모든 독자들이 '나는 못 해낼 것이 없는 사람이다!'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백하자면, 연습은 기본적으로 좀 쓸쓸하다. 그래서 연습을 하기 직전의 몸은 괜히 다른 일거리를 찾아 능청을 떤다. (…) 그렇게 스스로 그 시간을 조금 봐주다가 이제 더 늦어지면 안되겠다, 싶을 때 벌떡 일어나 모든 창문을 꼭꼭 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 연습하고 싶은 대목을 골라 책을 펴고 방으로 들어간다. - P.27

 

 

에세이의 좋은 점은 나도 비슷하게 겪어본 반가운 경험을 종종 마주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나만 게으르고 '괜히 다른 일거리를 찾아 능청을 떠는 시간'을 보내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유명한 소리꾼도 연습을 앞두고는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니 웃음이 푸스스 나왔다.

 

우리가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치고 힘든 순간에도 어쩐지 그냥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만 특별히 힘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종종 겪고 지나가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면 왠지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담담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지나가게 되어 있다 풀어지게 되어 있다 다 되게 되어있다, 오늘을 이제 보내준다. - 아마도이자람밴드 < Good Night > 


(...) 기차 안까지 짐을 올려드리고 나자 선생님께서 돌아보시더니 씨익 웃으며 말씀하셨다. "거봐라, 다 되게 되어있지 않으냐? 으흐흐허허허" - P.138

 


아마도이자람밴드의 가사다. 나이가 지긋한 도사님이 허허허 웃으며 말해줄 것 같은 말이다. 저자의 세 번째 스승님께서 하셨던 말씀이라고. "어찌 되얏든 다 되게 되어 있다." 이 푸근하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많아지면 종종 나는 시야가 좁아진다. 고민을 붙들고 낑낑거리고,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놓아주지 못하고, 계속 붙들고 있고, 마음이 팔랑거리고, 심장이 쿵쾅쿵쾅 불규칙적으로 뛰고, 떨리고, 뒤척이고, 답답하다. 그럴 때의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이다.

 

"어찌 되얏든 다 되게 되어 있다."

 

막연하나 꼭 그래왔던 이 문장을 주문처럼 외다보면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퉁명스러울지라도 꽉 죄고 있던 마음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줄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다 되어왔다. 돌아보면 우리는 모든 일들을 다 지나왔다. 위의 가사처럼 모든 일은 '지나가게 되어있고, 풀어지게 되어있고, 다 되게 되어있다.'

 

무언가 자신을 떨리게 하고, 걱정되게 하고, 힘들게 한다면 이 문장을 읊조려보기를 권한다. 숨을 내쉬고 불안을 내려놓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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