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떤 날 중에 특별한 날 [음악]

<Singles> 콘서트 후기에 음악 취향을 곁들여본다
글 입력 2022.05.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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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주말동안 NELL’S SEASON 2022 콘서트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그 중 5월 8일 저녁에 열린 마지막 콘서트에 다녀왔다.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30분동안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당시의 느낌을 정의해본다면 감히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가장 큰 행복을 느낀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데에는 개인적으로 밴드 넬을 정말 좋아해서도 있지만,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떼창과 함성이 가능한 공연이었다는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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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션이 높고 터질 것 같은 사운드를 자랑하는 밴드 공연이다보니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던 시절 함성과 떼창이 없었던 공연은 항상 2% 부족함을 느끼게 했다. 라이브를 들으러 가는 것 또한 콘서트를 가는 목적 중 하나지만, 공연의 진정한 완성은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에 형성되는 에너지와 유대감이라 생각하는 편이어서일까. 일상 속의 스트레스를 공연으로 풀어왔던 나에게 그간의 공연은 아무리 셋리스트가 좋더라도 완전한 쾌감을 주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동안 지르지 못했던 함성을 한꺼번에 모아두기라도 한 듯 특히 에너지가 넘쳤다. 관객들의 텐션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었고, 공연 후반부에 몰아치는 신나는 곡들의 영향인지 공연장을 나서면서는 후련하다는 말이 연신 들렸다.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 순간이 그립기도 하고, 한창 다른 노래를 듣느라 잠시 접어두었던 넬 노래들도 다시 듣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 더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어쩌다 팬이 되었나요


 

여러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있지만 넬은 내가 정확히 몇 월 몇 일에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아티스트다. 엄청 각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굉장히 우연적이었기에 그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때는 2013년 6월 10일, 일명 ‘중력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도 불리는 6집 ‘Newton’s Apple’이 나오기 전 2번째 앨범 가 발매된 날이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그쯤부터 새로운 음악을 찾을 때 최신앨범란에서 끌리는 앨범커버를 가진 노래를 무작정 들어보곤 했다. Escaping Gravity 앨범 또한 그렇게 우연히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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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 앨범의 타이틀인 ‘Ocean of Light’를 듣고 나서 그날 바로 팬이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혹자는 내가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 같은 사람이 아닌가 하고 짐작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고, 나름 가사와 사운드라는 나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많은 음악을 듣다 문득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바로 ‘왜 많은 노래들은 가사의 주제로 사랑과 이별만을 다루냐는 것’에 대한 부분이다. 2010년대 초반에 인기가 있었던 Top 100 차트를 살펴보면 실제로 대부분 사랑과 이별의 상황 그 자체를 가사로 담거나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감정을 다룬 곡들이 많았다. 물론 실제로 그런 곡들만 있는 것은 당연 아니었지만 당시엔 그렇게 다양한 음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 음악을 만드는 데 가사의 주제도 정해져 있는 것인지 막연한 물음을 가져보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와중에 들은 ‘Ocean of Light’는 당시의 나에겐 완전히 신세계 같은 곡이었다. 꿈을 주제로 한 희망찬 가사와 듣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사운드까지. 듣기만 했는데도 의욕이 솟아나고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정을 선사해 준 곡은 이 곡이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가사에 대한 편견을 깨 주었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타이틀곡에 감명을 받아 나는 그날 이후로 모든 디스코그래피를 따라가며 넬의 팬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넬스러움’에 대하여


 

콘서트를 보러 가며 어느덧 내년이면 팬이 된 지 10년이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렇게까지 꾸준히,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넬이 유일한 듯싶다. 본격적으로 공연과 페스티벌을 좋아하게 된 뒤론 단독 공연이 열릴 때마다 매번 갔으니, 이제 주변에서도 다 알 정도가 되어버렸다. 가까운 지인은 이제 취향이 넬이 아니냐며 웃음을 짓기도 하더라.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사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넬 팬들 사이에서도, 음악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넬스러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꽤나 개성이 강한 밴드임에는 분명하다. 실제로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다 뭔가 넬 느낌이 난다고 생각이 드는 노래들의 작곡가를 보면 넬의 보컬인 김종완이 찍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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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유의 ‘넬스러움’은 한 단어로 정의하기엔 어려운 감이 있다. 나의 경우엔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한 구석에 쓸쓸함을 품고 있는 것이, 듣다 보면 현실과 유리되는 것 같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면 이를 ‘넬스럽다’고 자주 표현해왔다. 물론 모든 노래가 이러한 감성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정서를 가진 노래가 상당히 많다.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히 많이 듣게 된 곡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며 하나의 취향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음악 자체를 사랑하여 최대한 다양하게, 편견 없이 들어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꼽아보라 한다면 록이라 대답하고, 좋아하는 분위기를 꼽아보라 한다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말하는 나는 어쩌면 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보통의 것이 특별함으로 변모할 때


 

앞서까지 넬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이와 연결된 취향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다.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게 되면 흔히 이유가 없이 ‘그냥 좋아서’라고도 이야기하던데, 나에겐 아직도 꽤나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 2가지를 설명하면, 찰나에 머무른 기억을 환기시킨다는 점과 그대로의 감정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첫번째 이유는 예전 노래를 듣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정 상황에 자주 들었던 노래들은 무의식적으로 노래와 그 기억이 함께 저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타임캡슐을 꺼내는 것처럼 한동안 묵혀 둔 음악을 재생할 때 함께 환기되는 기억은 당시의 느낌이 어떠했듯 애틋함과 그리움을 선사해주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넬 노래들이 그러한 역할을 해줬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매개물 같은 느낌이었고, 계속 좋아하게 된다면 어쩌면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와도 향후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노래는 변치 않고 남아있으니 말이다.

 

노래를 들으며 어떠한 감정이든 그대로 수용할 수 있었다는 점도 나에게 특별하게 남은 이유가 되었다. 이를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은 넬 특유의 우울함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3집 Healing Process를 한창 들었던 때였다. 굉장히 직설적인 가사와 격정적인 멜로디를 가진 곡들로 채워진 앨범을 들으며 힘들었던 순간 내가 가진 우울함을 마주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애써 회피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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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들로 누군가에겐 그저 보통의 한 곡으로 남을 만한 것이 오랫동안 좋아한 나에게는 특별함을 주는 대상으로 변모한 것이 아닐까 한다. 콘서트를 보러 다녀온 날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인식되는 하루지만 그 날에 공연이나 페스티벌을 보고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통의 하루가 특별하게 자리잡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말이다.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특별함을 인식하는 순간은 항상 행복을 준다. 앞으로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많이 만들 수 있길, 또한 글로써 이러한 순간을 잘 담아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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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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