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벽한 털어놓음, Demoli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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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연장을 들었다. 냉장고, 커피 머신, 컴퓨터, 화장실 문과 전등, 그리고 집까지 분해하고 부셨다. 연장질을 할 때 그의 감정도 실렸다. 분노, 기쁨, 슬픔, 해방감을 담아 그의 지난날들이 담긴 것들을 처참히 짓밟고 부셨다.
이런 해체와 함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쩌면 봤지만 무심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기 시작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데몰리션'은 철거하고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영화에도 '데이비스'는 이런 분해를 한다. 나는 '분해'를 완벽한 '털어놓음'으로 보고 싶다.
전엔 못 보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해요.
어쩌면 보긴 봤는데...
무심하게 본 거겠죠.
그는 무너뜨리고 부시는 '분해'를 했지만 동시에 털어놓았다. 속에 억눌러 있던 감정들을 불출했다. 분해를 하는 그를 보면 무언가로부터 해방한 것처럼 보인다.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아내에게 무심했고 다른 말로 하면 표현이 부족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유했던 아내와 달리 자신은 잘난 집안이 아니었고 장인어른이 회사에 불러주기 전에는 능력도 높지 않았다.
당연히 장인어른은 그를 싫어했다. 인정받기 위해 그는 진짜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아내의 가족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았을 것이다. 타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숨겼고 표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결과로 아내에게 무관심해지고 아내가 죽었을 때 슬픔을 느끼지 못했다. 장례식에서는 거울을 본채 억지로 우는 연기도 했다. 그녀의 죽음으로 이어진 '분해', 즉 '털어놓음'은 그가 자신을 표현하고 솔직해지는 단계로 나아갔다. 자칫 사회성이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동안 억눌러왔던 것들이 많았기에 폭발하고 조절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봐왔던 예전 그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틀렸다고 생각한다. 가면을 벗은 진짜 모습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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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쭐이 나긴 했지만 제 자신답게 사는 게 기분 좋아요.
이 반응은 '크리스'에게 잘 나타난다. 이 소년은 학교 과제에서 진실을 말했다고 정학을 당한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여장을 한 채 파티에 갔지만 그를 혐오한 주변인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소년은 진실되고 진짜 자신을 보여줬지만 오히려 폭력을 당했다.
반대로 한 수영선수는 자신을 감추고 가면을 썼지만 '데이비스'의 아내 이름으로 설립된 제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는 겉으로 바람직하고 성실한 수영선수였지만 '캐런'에게 성희롱을 하는 등 불량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는 타인과 사회가 정한 캐릭터로 살면서 자신의 모습을 상실하는, 이로 인해 솔직한 감정들을 억눌러 표현을 잃어가고 무심해지는 현대인을 보여준다.
'데몰리션', '분해'는 사회가 정한 '나'와 타인의 시선에 감춰있는 진짜 '나'를 분해하는 걸 가리킬지도 모른다.
부시고 털어놓으면서 자신답게 사는 삶, 가면을 써 좁아진 시야로 지난날 놓쳤던 소중함을 알아가는 삶. '데이비스'는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무관심했음을 알았고 그녀를 사랑했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이 있던 회전목마를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해변가 근처에 마련한다.
그는 분해하고 해체했지만 알게 모르게 하나씩 맞춰가고 있었다. 그의 '분해'는 완벽한 '퍼즐'이었다.
[박성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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