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줍줍이 알려주는 '이야기의 힘' -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도서]

글 입력 2022.05.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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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세상 사람들은 각자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내다보면 카페에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미용실에는 머리를 자르는 손님과 미용사의 모습 그리고 횡단보도를 바라보면 저마다 다른 자세와 모습으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지나치는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은 각자 어디로 또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중 나와 연결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사실 또한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상하리만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방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분야가 있었고 한 분야를 깊이 판다고해도 채 다 알지 못한 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많았다. 어떨 때는 '어떤 분야는 관심있게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평생 알지 못한 채로 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아득해 질 때 쯤, 이를 유일하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책’이었다. 책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저자의 생각을,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과 배경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과 같았고 더욱 책 속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문학 작품을 읽게 된 것 또한 이 무렵부터 였다.


사실, 문학 작품은 특히 소설과 희곡 등은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에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있다. 하지만,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과 감정들을 바라보니 인간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등장인물이 서로를 오만과 편견으로 바라보다 오해가 쌓였고 다시 해결하는 과정이 그랬다. 특히, 무심코 타인을 어떠한 생각이나 잣대로 미리 판단하는 것은 오만과 편견이니 신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꼭 결혼일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마음의 충돌이 일어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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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의 저자 문학줍줍 또한 나와 비슷했다. 그 또한 문학 작품에 대해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수많은 고난을 겪고도 희망을 잃지 않는 “어쨌든 내일도 또 다른 하루가 아닌가”라고 말하는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보며 마음이 움직였다 한다.


그는 문학 작품에서 ‘이야기가 가지는 힘’에 대해 말한다. 즉,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라 언급한다. 또한, 작품 속 인물들을 보며 시대적,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작품은 '이야기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한 작품과 이를 쓴 작가는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살아온 삶과 시대적 상황들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과거와 우리가 사는 현재를 비교해보며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모습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 문학줍줍이 그동안 읽은 다양한 작품 중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 41개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생각을 담았다. 사랑과 결혼, 가족의 의미,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 인간의 삶과 죽음, 국가와 사회의 존재와 필요성, 삶과 전쟁의 메시지, 평범하지만 치열한 일상, 방황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과 같이 9장의 챕터 안에 관련 문학 작품을 분류했다.


이번 책을 읽을 때는 두 가지 관점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 중에서 작품이 포착한 인간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와 또 다른 하나는 ‘작품이 진단하는 사회의 현실,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상은 무엇인지’가 그것이다. 두 가지 물음을 따라 각 문학 작품을 읽는다면 책에서 의도하는 바에 충족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물음을 포함해 읽어보았다. 그 중 필자가 감명깊게 본 문학작품 플레이리스트를 적어보려 한다.

 

 

* 평범한 사랑의 소중함에 대하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제목에 있는 말 줄임표(…)의 의미가 궁금했다. 이것은 작품 속에서 시몽이 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고 시몽의 적극적인 구애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게 된 폴의 내면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저자는 ‘뜨거운 사랑만이 사랑인 것일까’라는 소제목으로 이 책의 의미를 되새긴다. 작품에서 폴은 자극적이고 사랑의 맛을 일깨웠던 열정적인 시몽 대신 미지근하고 익숙한 로제를 선택한다. 로제와의 관계에서 권태를 느끼고 있었으며 다른 여자와 밀월 여행을 떠난 것에 실망과 신뢰를 잃었음에도 말이다. 작품 내에는 폴의 선택의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다 한다. 아마 그녀의 보수적인 성향이자 자극적이지 않은 사랑에 익숙해서 로제를 선택했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폴의 선택을 통해 필자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강렬하고 뜨거운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미지근한 온도로 이뤄지는 일상적인 사랑 또한 소중한 사랑임을 느꼈다. 뜨겁지 않더라도 사랑일 수 있음을 배웠다.

 


* 타인의 죽음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돌아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작품의 이름만 들어보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 저자가 정리한 내용을 읽으니 읽어야 할 목적을 찾은 것 같다. 누군가의 인생 전반을 통해 나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이반 일리치의 인생을 따라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반의 인생은 승승장구였다. 둘째 아들로 태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법률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원만한 인간관계와 공정한 일처리를 하는 능력자였다. 결혼할 나이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겼고 아이가 생기니 부부가 사이는 멀어졌다.

 

이반 일리치는 가족 보다는 일이 중심이었다. 출세욕과 일욕심에 사로잡혔고 원만한 부부 사이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의 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운 사건은 사다리에 떨어져 옆구리를 다치게 된 것이었다. 옆구리에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지만 병에 대해 부정하기 바빠 정작 자신의 몸에 상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이반 일리치는 통증에 이기지 못한채 죽음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본다. 그 과정에서 법조계에서 잘나가는 판사라 자신했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자신을 보며 인생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절감한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노년이 된 자연인이 자신은 젊은 시절 일에만 너무 집중해서 가족과 멀어졌고 혼자가 되서 인생을 돌아보니 참 후회되는 일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일과 가족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극단으로 치우지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된 내용을 읽다보니 문뜩 노년이 된 자연인이 꼭 이반 일리치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 생각해 볼 것은 삶의 구비구비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과 방향 설정은 잘 되었는지 등을 살피며 살아가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자신의 인생을 후회와 실패로 여기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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