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꿈꿔온 그 순간 - Wonderland Festival [공연]

글 입력 2022.05.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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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_포스터.jpg

 

 

봄 치곤 꽤나 쌀쌀했던 4월 30일, 오랜만에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 노래와 함성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양일 진행된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코로나19 이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대면 공연, 페스티벌의 재개를 알리는 첫 공연이었다. 콘서트를 가더라도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없고, 소리 지르지 말고 손뼉 쳐야만 했던 날들을 지나 마음껏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된 공연이었다. 아티스트도, 관객도 너무나 그리워했던 순간을 실제로 마주하자 현실이 아닌 꿈속의 원더랜드를 잠시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본래 덕질에 큰 흥미도, 소질도 없는 편이라 '가수'라는 존재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준 사람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페스티벌에서 이들이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삶과 이야기를 갖고 있길래 저렇게까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페스티벌에서 만나고 온 아티스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노래를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인 오페라스타, 바리톤 김주택


 

 

 

팬텀싱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이름을 알린 바리톤 김주택. 당시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스타였기에 그의 출연 결정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음악을 나누기 위해 팬텀싱어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주택은 페스티벌에서도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 위해 진심을 담고, 온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던 유학 시절, 힘들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큰 위로가 되어준 노래 Peredere L'Amore는 실연의 아픔을 겪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탈리아 노래이다 보니 들으며 가사를 바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절절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김주택을 통해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전달되었다.

 

사람의 목소리를 두고 '옹골차다'라고 하는 게 적합한지 잘 모르겠으나 그의 노래를 들으며 '옹골차다'는 표현이 처음으로 떠올랐다. 뻥 뚫린 야외무대가 무색할 정도로 그는 압도적인 성량으로 노래를 이끌어 나갔다. 클라이맥스가 꽤 길게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리는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온몸으로 힘을 주며 노래하는 김주택의 모습은 실연의 아픔에 몸부림치는 남자 그 자체였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 김주택은 처음 등장해 스스로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리톤 김주택"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Peredere L'Amore와 뒤를 이은 여러 노래를 들으며 그 표현이 절대 과분하지 않은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그 자체, 김문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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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김문정 감독과 더 피트 오케스트라는 김주택을 시작으로 해나, 이석훈과 무대에 함께했다.

 

바람에 거세 악보는 날아다니고 손이 시려울 정도의 험난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김문정 감독과 더 피트 오케스트라는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야외 공원을 가득 채운 오페라의 선율은 정말 감동적이었고 꿈결 같았다.

 

특히, 위기의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는 김문정 감독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보며 괜히 대단한 음악 감독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공연 도중, 뮤지컬 배우 해나의 차례에서 기술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문제에 해나 배우도, 오케스트라도 당황한 듯 보였고 노래를 하는 대신 즉석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해나 배우가 특히 난처해 보였다.

 

그 순간, 김문정 감독이 지휘자 단상에서 내려와 해나 배우와 그동안의 작품과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고 그 사이 문제가 해결되어 해나 배우는 무사히 노래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 모습에서 배우의 난처함을 읽어낸 속 깊은 배려심과 무대를 끝까지 잘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져 참 인상 깊었다.

 

때로는 연주를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때로는 해맑은 얼굴로 손뼉 치며 호응을 유도하는 귀여운 모습으로 함께한 김문정 감독과 더 피트 오케스트라가 이 페스티벌의 숨은 공신이었다고 생각한다.

 

 


옥구슬 같은 목소리의 소유자, 해나


 


 

  

앞서 잠시 언급한 뮤지컬 배우 해나는 사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아티스트이다. 잠깐 사진을 찍기 위해 포토존에 나와 있었는데 음향 체크하는 해나 배우의 목소리를 듣곤 '이건 들어야 한다'라며 자리로 뛰어 돌아갔다.

 

해나 배우의 첫 곡은 뮤지컬 <그레이트 코맷>의 No One Else라는 곡이었다. "저 달 그대 날 부를 때"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은 청아한 해나 배우의 목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옥구슬같이 청아한 목소리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이어 뮤지컬 <모차르트>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를 부를 땐 그 청아한 목소리에 파워와 카리스마가 더해졌다. 부드럽고 청아한 넘버부터 파워풀한 넘버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무조건 그녀의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찾아보니 뮤지컬 배우 해나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력이 있었다. 꽤나 크고 험난한 굴곡을 지나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을 그녀에게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보다 더 멋질 앞으로의 모습이 참 기대되는 배우이다.

 

 

 

페스티벌의 교과서, 선우정아


 

 


클래식과 뮤지컬 음악 사이에 등장한 재즈 가수 선우정아. 그녀의 노래는 이 페스티벌에 조금 걸맞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선우정아의 팬으로선 그녀의 등장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압도적인 사운드나 성량을 자랑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그녀는 가히 페스티벌의 교과서였다.

 

선선한 야외 날씨처럼 살랑살랑 자유로운 몸짓, 읊조리며 말을 거는 듯 공명감 있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무엇보다 주특기인 스캣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선우정아만의 스타일이다. 오랜만에 듣는 관객의 환호성이 참 반가운 듯 보였으나 그녀의 스캣에 화답하기엔 관객들이 아직 부끄러움이 많은 듯해 아쉬웠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는 선우정아는 신곡 '터뜨려'를 비롯해 페스티벌 분위기에 걸맞은 '고양이', 'Invisible Treasure' 등 다양한 노래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선우정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은 '도망가자'일 것이다. 잔잔한 노래이지만 호소하듯 부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이 노래의 핵심인 '돌아오자 씩씩하게' 라는 가사를 들으며 누구보다 큰 위로를 받았다.

 

우리 모두 코로나라는 역병을 겪으며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할 정도로, 공연장에서 옆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함성을 지르는 게 상상이 안될 정도로 많은 게 바뀌었다. 공연계는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었고, 가수와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한 가득 안고 얼굴 볼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 모든 힘든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가 그리워했던, 간절히 기다렸던 모습으로 씩씩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그만큼 여러 어려움 끝에도 포기하지 않고 페스티벌을 기획, 개최하기 위해 노력했을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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