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이 꽃 피는 한옥, 최순우 옛집 [공연]

공연 <음악이 꽃 피는 한옥> 후기
글 입력 2022.05.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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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이었다. 다소 쌀쌀할 수 있는 날씨였기에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더 와닿는. 나와 최순우 옛집의 첫 만남은 정적이고 차분했다.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노란색, 붉은색 꽃들이 나를 반겼고, 차가운 공기가 한옥 특유의 정서를 더욱 강조해주었다.

 

시원하게 뻗은 기와지붕, 배흘림기둥 양식이 보여준 한옥의 미는 절로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주변에 심은 나무들은 세월을 드러내듯 꼿꼿하게 자라 단단한 느낌을 주었다. 작은 공간마저도 세심하게 고려한 모습이 한국의 문화를 사랑한 혜곡 최순우의 마음을 반영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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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을 따라 걸어가면 걸터앉을 수 있는 마루가 나온다. 한옥의 운치를 즐기기에 딱 맞는 장소였다. 마루 주변 한편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책들이 친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아직 최순우 옛집을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배려였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다.


“성북동 집은 그야말로 조선 시대 선비의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착각을 주는 분위기였다. 정원에 나무와 돌이 있고 툇마루에 벼루가 있고 백자가 있고 하는 분위기는 이제까지 그러한 세계를 몰랐던 나에게는 놀라운 세계인 동시에 황홀한 이조미(조선 시대의 아름다움)의 현장이었다. 나는 걸상이나 침대 없이 보료 위에 앉아 책상에서 원고를 쓰는 최 형을 보고 소파나 침대를 들여놓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에게 “편안한 것 만이 행복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최 형의 이조미 탐색과 탐미 그리고 생활은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을 한국적으로 만들었다.”(이경성, <어느 미술관장의 회상> 中)


인상 깊게 보았던 책의 구절이다. 혜곡 최순우는 전 국립박물관장을 맡으며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힘쓴 분이셨다. 그의 정신과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최순우 옛집은 나에게 비장미를 느끼게 했다. 조선 시대의 아름다움을 생활 속에서까지 지키고자 한 그가 무척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음악이 꽃 피는 한옥


 

4월 30일은 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주최한 ‘음악이 꽃 피는 한옥’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오후 4시, 다미아노 가족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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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초반, 나는 우측에 있는 옛집의 공간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위 사진을 찍었다. 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기분 좋았다. 말보다는 음악으로. 첫 곡 텔레만의 <판타지>로 가벼운 인사를 한 뒤 윤호 님은 가족 사기단이라는 농담으로 재치 있는 소개를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총 9곡, 앙코르를 포함하면 10곡의 클래식 음악으로 구성되었다. 다미아노 가족은 3명의 가족분으로 이루어진 단체로 바이올린의 이보연 님, 비올라의 박성봉 님, 낭송의 박윤호 님과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프로그램

 

1. 텔레만, 판타지

2. 바흐, 골드베르크 주제와 변주 7번

3. 비버, 파사칼리아

4. 아리랑

5. 드보르작, 유모레스크

6. 베토벤, Ich liebe dich

7. 금수현, 그네

8. 비발디, 사계 중 가을 1악장, 겨울 2악장, 여름 3악장

9. 헨델, 파사칼리아

Encore. 존 덴버, Take me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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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 파사칼리아’는 애절함과 비통함이 느껴졌던 곡으로 플랫 선율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나였음에도 공연이 끝나도 인상 깊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다.

 

‘아리랑’은 단연코 가장 마음을 울린 곡이었다. 한국의 전통 음악을 클래식을 통해 들은 것도 독특하고 좋았다. 특히 한국의 미를 사랑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최순우 관장님의 정신이 깃든 것만 같았다.

 

센스 있는 호박엿 선물이 있었던 퀴즈 시간이 지나고, 명연주는 계속 이어졌다.

 

‘비발디, 사계’는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을 바이올린과 비올라 조합으로 듣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편곡을 들으니 익숙한 곡임에도 새롭게 느껴졌다. 딱 맞는 편곡과 함께 두 부부의 호흡이 돋보였던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헨델, 파사칼리아’는 다미아노 가족의 언급대로는 마치 ‘부부싸움’하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꼭 맞다. 격정 어린 연주로 서로 겨루는 듯한 모습은,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살짝 덧붙이자면 ‘이런 격조 높은 부부 싸움이 어디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앙코르곡인 ‘존 덴버, Take me home’은 따뜻한 옛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인상 깊은 연주였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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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가 생전에 아끼고 가꾸었던 성북동 집은 2002년 (사)한국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사들여 보수 복원 공사를 거쳐서 2004년 설립된 (재)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보전하고 있어요. 그해 ‘혜곡최순우기념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사무실을 두어 관리를 맡고 있어요.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 법인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기부를 통해 운영되는 단체에요. (이혜숙,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의 아름다움을 전한 혜곡 최순우> 中)


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 기금의 서포터즈로서, 무척 뜻깊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한국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그의 정신을 더욱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나 역시 다양한 행사를 참여하고, 기획하며 기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기쁜 일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사월, 그날의 연주를 기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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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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