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슬픔의 물결이 일렁이는, 책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글 입력 2022.05.0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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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시집이 아닌 소설이라는 점이 무척 생경했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분명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도 슬프지 않다면, 그건 네가 이상한 거야. 이 감수성 없는 녀석아!'라고 혼이 날 것만 같아서. '그럼 어디 한 번, 나를 마음껏 슬프게 해봐!'

 

책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는 중국 작가의 소설이다. 이상하게 일본 작가의 소설은 종종 읽어본 것 같은데, 중국 작가의 소설은 거의 접하기 못했 것 같다. 교과서를 제외하곤 처음인 것 같아서. 제목이 시적인 이유도 원래는 한자인 제목을 한국어로 풀어내다 보니 발생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에 뜻도 모르고 외우던 시조가 생각났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치밍, 이야오, 구썬시, 구썬샹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이다. 시작은 치밍과 이야오이다. 둘은 같은 동네에서 살며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 사이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욱 돈독해진 둘 사이의 관계를 비웃듯, 둘의 환경은 점점 그 반대가 되어갔다.

 

이제 오래된 동네를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긴 치밍과 달리 폭력적인 엄마를 수발하며 살아가는 이야오. 날이 갈수록 밝게 빛이 나는 치밍에 비해 이야오은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럼에도 둘은 여전히 좋은 친구 사이이다. 친구, 이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둘을 고깝게 보지 않는 시선들이 너무 많다. 보이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치밍과 이야오의 관계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듯 횡포를 놓는다. 게다가 이야오는 전 남자친구의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 자신이 치밍을 좋아하는 마음을 마치 불가능한 것을 탐하는 마음인 양, 오히려 더욱 쌀쌀맞게 대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이야오의 곁에 다가온 낯선 남자아이 구썬시. 치밍만큼이나 이야오를 생각하는, 어쩌면 치밍보다 이야오를 더 이해하는지도 모를 구썬시는 자연스럽게 이야오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그런 사이 치밍에게는 구썬샹이 찾아온다. 치밍처럼 모범생에 속하는 구썬샹. 치밍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하얀 꽃 같은 아이이다. 이야오와 치밍, 구썬시와 구썬샹. 이들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향해 흘러갈까? 너무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예감이 좋지 않다. 책의 제목이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이니까...

 

이야오는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도통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학대하는 엄마의 밑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그녀는 나의 눈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유일하게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치밍이 있어 그나마 작은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

 

세상에 무심한 태도로 '아무렴 어떻냐'고 말하면서도 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할 수 있길 바라는 여린 소녀 이야오. 그 결핍이 치밍은 몹시도 먹먹했다. 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는 그가 이야오를 이리도 슬프게 바라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너무도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과 점점 나아지는 집안 환경, 학교에서도 인기가 좋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임에도 언제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자신과 이야오를 바라보는 상이한 사회의 시선에 질려버린 것인 것은 아니었을까?

 

구썬시가 이야오에게 처음 접근했을 때에는 이유가 있었다.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지만, 이야오를 보는 순간 그녀에게서 자신을 보았던 모양이다.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눈동자, 비수 가득한 목소리와 하얀 두피. 현실에 속할 수 없듯 맴돌고 있는 그녀에게서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완벽한 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자신을 본 것이다.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었으니까. 구썬샹은 가장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 나이대 학생이 이성에게 가질 수 있는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나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 평범한 학생. 따라서 자연스럽게 차밍을 좋아하게 되었을 뿐. 잘못이 있었다면 단 하나, 너무 순수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

 

책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는 나에게 참 묘한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읽기 싫을 정도로 우울한 분위기에 손을 떼고 싶다가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이들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서 멈출 수 없었다. 소설 특유의 독특한 묘사 역시, 계속해서 읽어내려가는 동기가 돼주었다.

 

특히 이야오가 자신을 시기하는 같은 반 여학생을 꽃에 비유하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감정이 담긴 주관적인 평가 이전에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그녀의 굳은 성격을 잘 보여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묘사 하나 하나 인물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세심함이 돋보여 좋았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시적인 문장들도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에필로그까지 알찬 구성의 책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소설을 관통하는 슬픔의 정서는 메인 스토리에서 에필로그까지 이어진다. 집, 학교, 일상으로 이어지는 슬픔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분명 소설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이야기의 현실성보다 이야기가 주는 감정에 푹 빠져서 읽기에 좋은 소설이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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