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 '개인주의자 선언' [도서/문학]

오랫동안 별 탈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글 입력 2022.05.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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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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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출간된 <개인주의자 선언>은 이번년도 3월에 30만부 기념 리커버가 제작되었을 정도로 여전히 인기 있는 책이다.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읽지 않았었는데, 작년 가을 즈음에 관심이 생겨 책방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필자는 남의 눈치도 잘 보고 이득을 취하는 것엔 영 소질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책 제목에 이끌렸고, 구입으로 이어졌다. 솔직히 나온지 꽤 지났는데, 왜 빌려보지 않고 샀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도덕책 같은 책이라는 생각에 오래오래 읽고 싶어서 구입했다. 뭔가 그런 거 있지 않나, 다 읽지 않아도 '책은 종이책이지!'라면서 꼭 한 장 한 장 넘겨 읽는 책을 사게 되는 그런 마음. 구입은 했지만 계절이 세 번 바뀔 동안 1/3 밖에 읽지 못한 채로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얼마 전에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날도 좋으니 간만에 읽지 못했던 책들을 끝내보자는 마음으로!

 

 

 

《개인주의자 선언》

- 각 챕터 별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Chapter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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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적당히 내 것을 성취하고 지켜내면서, 타인의 것은 그대로 존중하며 공생하는 삶은 유토피아 같게만 들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삶일까. 주식만 봐도 실패한 개미들이 수두룩하다. 그  이면에는 배를 불린, 그러니까 가진 자가 더 가진 그런 삶이 존재한다.

 

이렇게 뺏고 빼앗기는 삶이 자본주의인가. 무한 경쟁의 궤도에서 끊임없이 무언갈 갖고자 하는 삶 말이다. 참으로 내 것을 지키고 갖기에도 모자른, 나 하나만 생각해도 벅찬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 최소한 그들을 참아주기라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은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 자유를 때로는 자제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타인들과 타협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과 연대해야 하는가.

 

- p. 20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불온한 것으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그렇다면 합리적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집단 우선적이지 않고 개인의 의사나 감정 등을 존중하면서, 개인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연대하고 타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법과 질서가 필요하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연대로 이뤄내는 것이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 p. 26

 

 

(영상은 개인주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서 한 번 쯤 보면 좋을 것 같아 넣어보았다.)

 

 

'개인주의자'는 결코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협력이 필요할 때는 연대하고, 나 개인의 생각과 집단의 주장이 반대될 때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각자를 카테고리화 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사는 성숙한 시민이다.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적당히 거릴 유지한 채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다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사회구성원이라니! 관계만 있고 개인은 없는 사회에서 살기보다, '나'로 관계를 맺고 또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 권리가 있다.


 

[Chapter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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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이 흉기다.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 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 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 p. 136

 

 

종종 말이나 글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왜 굳이 저렇게 말을 할까?' 싶은 사람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는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하거나, 맥락과 상관 없이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할 때다. 대화를 나누다가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가 않다. 대화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일방적인 느낌을 주니까.

 

저자는 판사로 오랜 시간 일했는데, 그간의 재판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살인 동기의 주된 원인이 예상 외로 '자존심'이였다고 한다. 개개인마다 급소는 다른데, 말이라는 보이지 않는 흉기로 급소를 찔렀을 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천 냥 빚도 말 한 마디에 갚는다.'는 말처럼, 말이 가진 힘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위 구절을 읽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나 말에는 진실과 필요성과 친절함이 갖춰줘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진실하지 않은 말과 필요치 않은 말, 불친절한 말은 아무 짝에 쓸모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필자는 <세 황금문> 중에서도, '친절함'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왜 친절히 말할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친절함은 자신을 높이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편이 오히려 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친절'을 생각해보면, 외적으론 상대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때로는 자존심을 적당히 굽히며 이야기 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어떨까? 내면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생각해보았을 때, 나와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해, 친절함은 '배려'의 문제인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고 판단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는 태도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이다. 사실 친절히 구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우리 자신 역시,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배려받고픈 욕망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If you would be loved, love and be adorable." - 벤자민 프랭클린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라."는 문장처럼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바라는 바가 있다면 '나'부터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이며, 또 개인주의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Chapter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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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명과 폭력

 

인간의 폭력성은 일부 특수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인류의 역사는 내내 끔찍이도 폭력적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핵무기의 위협이나 테러 등의 증가로 인한 공포를 근거로 자본주의의 탐욕으로 때 묻은 현대사회가 과거 부족사회일 때보다 다소 폭력적인 편이라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문명화가 시작되면서 살인율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나마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시기라는 것이다.

 

 

핑커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폭력을 감소시킨 결정적인 힘은,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 즉 근대국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개인들은 국가를 만드는 사회계약을 체결했고, 국가가 폭력 수단을 독점함으로써 무정부 상태의 폭력으로부터 인민을 보호하게 된다.

(...)

근대 이후 폭력적인 남성 문화에서 탈피하는 여성화,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 세계주의의 흐름도 평화를 촉진시켰다. 이는 결국 자유주의적 인도주의를 향해 가치 체계를 진화시켜온 이성의 힘이다. 이를 모두 종합하면 인류역사가 밟아온 '문명화 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

 

- p. 238~239

 

 

핑커라는 심리학자는 우리가 현재 폭력이 감소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절망하고 또 분노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착각이 없었더라면, 폭력성을 낮춰올 수 있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분노와 고통에 대한 공감이 장기적인 문명화와 평화를 유지하는 동력이라는 말이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 세상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범위를 나, 가족, 부족, 계급, 성, 인종, 국적의 범위를 넘어 계속 넓혀온 역사가 바로 인간이 폭력적인 본성과 싸워온 과정이다. 어느 시대에나 타자의 고통에 대해 가장 예민한 이들, 가장 '호들갑스럽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길거리에서 타살당할 염려 없이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잠들지 않게 서로 깨워주어야 하지 않을까.

 

- p. 241

 

 

유난인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세상은 이만큼 문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인간이 가진 폭력적인 성향은 시대를 막론하고 발현된다. 인터넷 세상에 사는 우리는 '혐오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폭력적인 논쟁을 마주 한다. 이제는 활자나 이미지같은 무기로 싸우고 있고, 실제로 그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피해자들이 생겨 났다. 눈으로 보이는 폭력 만이 다가 아닌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문명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분법적인 이념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흑백 논리에 갇혀 집단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폭력을 지양하고 문명인의 방식으로 소통하다보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끝맺으며


 

사회 전반을 다루면서, 저자가 겪었던 일화들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에세이적 성격을 띄기도 하는 책은 냉철하면서도 적당한 온기를 가지고 있다. 인간 혐오 고백에서부터 적절한 연대의 필요성까지, 다양한 예시를 가지고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서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또한 개인에서부터 사회까지 확장되는 내용을 통해, 개인주의를 어떤 식으로 적용할 지 고민해보도록 만든다고 느꼈다. 사실 초판 인쇄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만큼,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할 법 하지만 여전히 적용가능하고 배울 점이 넘친다.

 

MZ 세대가 등장으로 '개인주의'가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Z세대가 성인이 되면서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세대가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씩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4차 산업혁명 또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유례없는 변화의 속도에, 젊은 피인 필자마저도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다. 이에 저자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어준다.

 

 

무서운 것은 변화의 방향이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쪽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

다만 확실한 것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가만히만 있다보면, 상상보다 훨씬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 <우리가 공동구매할 미래>

 


로봇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게 되더라도 인간은 반드시 인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앞으로 우리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타인에게 과도한 관심이 아닌 적당한 측은지심(인간미라고 해야 하나)을 품고 있어야 한다.

 

유토피아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살기 좋은 사회에서 우리 개인들은 결국 적당히 함께 있으면서 따로 살아가야 한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이 모여 적절한 연대를 이뤄내는 것이 혐오로 점철된 사회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첫 발걸음이 아닐까.

 

개인주의자. 늘 이상으로 꿈꿔온 상태다.

 

하지만 도무지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고, 그렇게 살 용기도 없었던 것 같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그것도 강한 집단주의 문화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면서 개인주의자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고민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니,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대략적인 형태가 조금 잡혔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필자는 '나'만의 방식으로 '개인주의자'로서 살 방법을 궁리해보고자 한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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