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시원하고 눅눅한 힙합을 [음악]

여름의 낮과 밤을 닮은 국내 힙합 세 곡
글 입력 2022.05.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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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봄이 온다며 겨울을 정리하는 글을 기고했던 시간이 생생한데 날씨가 급격히 더워졌다. 외출 전 확인한 오늘의 최고기온이 26도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보고 믿기지 않아 날짜를 다시 확인해 보기도 여러 번이다.

 

지하철과 실내의 냉방이 너무 추워 반팔을 잘 입지 않는 나조차도 길을 가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반팔을 구매했을 정도이다. 한창 봄이라는 4월을 달려가고 있건만 습한 공기와 따가운 햇살,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땀은 벌써 여름을 느끼게 한다.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우려고 벌써부터 이러나 라는 걱정은 덤으로.


대학생 뚜벅이는 걸어 다닐 일이 많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기도, 때로는 그저 걷고 싶은 날들이 있기도 하다. 뚜벅이에게 이어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어폰을 집에 두고 와 다시 가지고 오느라 약속 시간에 늦은 적도 여러 번이다.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주로 손이 가는 노래가 다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나는 힙합을 듣는다.


중학생 시절이었나, 빈지노가 속해 있던 재지팩트의 음악으로 힙합을 처음 접했다. 코찔찔이 중학생에게 재지팩트, 그리고 빈지노의 2426 앨범의 노래들은 한마디로 멋있었다. 이십 대의 청춘은 저런 거구나 라며 맥주를 마시며 공부하느라 밤새는 청춘을 상상해보며 작은 낭만을 그려보기도 했다. 물론 이십 대를 관통하는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와서 바라보면 그때의 내가 했던 상상들은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항상은 아닐지라도 그런 낭만적인 순간들은 존재하며, 순간들은 나를 살게 한다.


쇼미더머니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인기를 얻어가던 시절에 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1학년 때에도 술에 취해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내 줄 이어폰에서는 항상 힙합이 흘렀다. 지금은 그때만큼 힙합을 많이 듣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비트에 생각 없이 몸을 맡기는 순간들이 좋아 힙합을 사랑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힙합은 내 귀를 울린다. 덥고 습한 날씨에 만원 지하철에서 듣는 힙합만큼 짜릿한 것은 없다.

 

더운 여름, 따뜻한 햇살을 닮은 청량한 노래 그리고 습한 여름 저녁의 눅눅함은 닮은 국내 힙합 세 곡을 소개한다.

 

 

 

한요한 - 어떡해야 돼


 

 

 

2018년 발매된 한요한의 “청룡소바” 앨범에 수록된 보너스 트랙. 보너스 트랙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다.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의 시작을 담은 가사와 밝은 멜로디라인이 잘 어울린다. 탁 트인 한강을 머리에 그려보게 하는 곡이다. 기분이 좋아지고 싶은 날에는 항상 이 곡을 꺼내 듣는다.

 

솔직한 일기 같은 가사가 매력적이다. 미스치프 크롭티를 입은 여자 옆에서 말없이 얼굴을 붉히며 함께 산책하는 소년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요한 특유의 시원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 때문에 더 시원한 곡이다. 여름 저녁, 한강을 걸으며 이 노래를 듣는다면 대책 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진다.

 

말없이 우린 같은 곳을 걷지

탁 트인 시야 속에 우린 멈췄지

시원한 공기 땜에 나는 취해서

솔직히 니가 많이 좋다고 말했어

너는 아무 말이 없네

내가 후회하려던 때

대답 대신 날 보고 웃는 너

이럴 땐 나는 어떻게 해야 돼

 

 


Unofficialboyy & HAIFHAIF - mmm (Feat. oceanfromtheblue)


 

 

 

2021년 발매된 언오피셜보이의 “그물, 덫, 발사대기, 포획”의 수록곡. mmm외의 다른 수록곡들도 매력적인 명반이다. 고등래퍼 시절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래퍼 이수린의 성장이 괜히 자랑스러워진다.

 

mmm은 도입부의 비트부터 흡입력이 강한 곡이다. 허밍으로 강하게 각인되는 도입부를 지나면 청량한 멜로디라인 위에 싱잉랩이 얹어진다. 언오피셜보이 특유의 랩 톤 덕분에 노래의 그루브가 더욱 잘 살아난다. 몇 번이고 반복해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이다. 하룻밤 사랑을 그려낸 발칙한 가사를 듣는 재미는 덤이다.

 

오늘 밤만은 나와 같이 있어 줄래

babe if u want me too 다음 날 아침엔 잊어줄 게

그 하룰 만질 때의 너의 비밀을 지켜줄 테니

babe if u want me too 와 빨리 이 밤이 가기 전에

yes we are umm umm umm umm

 

 

 

양홍원 - 마천


 

 

 

2018년 발매된 양홍원의 앨범 SOkoNYUN의 7번 트랙.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마천은 눅눅한 비 오는 여름날의 밤을 닮아있다. 양홍원의 음악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감성이 있다. 나는 이를 눅눅함이라 정의한다. 어둡고 묵직하지만 우울하지만은 않은, 잔상을 남기는 한 방이 있는 곡들은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눅눅한 공기를 닮아있다.

 

단순하지만 묵직한 비트에 양홍원의 단단한 래핑이 더해진다. “마천”은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우리가 두고 떠나온 것들, 스쳐가버린 사람들, 이사한 후 다시 가 본 적 없는 옛 동네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천”은 향수에 젖게 하는 동시에 이를 떨쳐내고 다시 나아갈 기운 같은 것을 전해주는 신기한 곡이기도 하다. 비 오는 날 여름밤에 마천을 듣자. 흡연자라면 담배를 한 대 태우면서 듣는다면 더 묵직하게 다가올 만한 곡이다.


희미하게 그리워한 게 다 보여

이제야 난 맘이 놓여

Fuckin m town but I won't go

사실 나도 원하지 너네 토요일

이사하지 짐 싸지

와 집 줄게 차비

나지 여긴 난리

Friend 난 달리지 빨리

 

 

 

박소현.jpg

 

 

[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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