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2022년 1/3, 일상 속 여유로움을 찾은 나날들

글 입력 2022.04.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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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1/3이 지나갔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래도 올해의 지난 4개월을 돌아보면서 쓰는 이 글은 내가 여태껏 써온 회고록 중 가장 긍정적인 분위기로 꾸며질 것이다. 실제로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1월



여행을 많이 다녀 행복했다. 부산, 친구네, 파주, 강원도, 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1월엔 아빠와 나 모두 백수였기에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가족여행도 많이 가고, 가족들끼리 산책도 자주 나갔다. 무엇보다 자연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 가서 남해도 보고, 동해도 보고 울창한 숲도 가서 피톤치드를 맞고 있으니 속 시원히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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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거대하면서도 산뜻한 자연을 보니, 2022년 무엇이든 여유롭게,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2년, 1월의 문을 잘 열었다.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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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회사에 다니느라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났다. 오전에도 볼 수 있어 큰마음 먹고 나가야 하는 서울도 놀러 갈 수 있어서 제약이 좀 줄어들어 좋았다. 3월엔 대학교가 개강하니까 또 핑계 대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까 봐 미리 만나려고 노력했다. 전에 같이 알바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울창하게 조경해놓은 카페도 가고, 서울 동대문 광장시장도 가서 육회, 빈대떡, 마약 김밥 최대한 먹을 수 있는 종류는 다 먹고 왔다.

 

 

 

3월



1년 만에 복학한, 대학생이 되었다. 드디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2년 만에 전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사실 거리두기도 못 하고 따박따박 바로 옆에 앉아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고, 환기도 제대로 잘 안되어 아직도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대면 수업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대면 수업을 강행하는 학교 본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도 있었다.


오랜만에 등교하니, 코로나 이전처럼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가면 진이 빠진다. 개강 첫 주에는 오랜만에 왕복 4시간 통학을 하고 사람이 가득 찬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니 집에 오면 기운이 없어 기절하듯 자기 바빴다.


그럼에도 서울에 오랜만에 자주 가게 된다는 사실은 내심 설렘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서울에 대한 설렘과 로망이 있는 촌사람이라서, 올해는 꼭 방과 후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자고 다짐했다. 1, 2학년 때는 집에 가고 싶어했고 아니면 대학로 혜화만 갔기에 코로나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때 후회하기도 하고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이제 서울에 갈 마지막 대학 생활엔 더 다양한 것들을 체험하자고 다짐했기에 3월에 조금씩 실천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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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창호 개방 날, 창덕궁에 방문했다. 2일간 창호를 개방했는데, 인스타를 구경하다가 마지막 날에 알게 되어 아침 일찍 나와 1시 학교 수업 전에 다녀왔다. 여유 있게 한 바퀴 돌면서 해설사님의 해설도 간간이 들으면서 활짝 열린 창덕궁의 곳곳을 마음에 담았다. 이런 궁들은 역시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았기에 혼자 느리게 걸으면서 어느 창호가 열려있는지 그 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궁 안의 모습들을 보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1년에 몇 번 열지 않아서 더 소중했고, 한옥의 미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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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았다. 내 인생에 벚꽃 피는 시기는 곧 중간고사 공부 기간이었기 때문에 맘 편히 벚꽃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전공 심화를 4개나 듣는 이상한 학생이었지만, 그렇게 중간고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집 주변 벚나무 둘레길도 걷고, 경복궁 야간 개장에도 가고, 밤엔 청계천에서 쌀쌀하면서도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면서 앉아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어제가 되어서야 중간고사 시험들이 끝났다. 4월에 새롭게 대외활동을 시작해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중에도 마음 아프지 않고 꿋꿋이 해냈음에 나에게 고개 숙여 잘했다고 토닥여줬다.

 

 

 

2022년 1/3


 

작년, 휴학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깨달았던 점들을 담은 에세이 마지막 편, 마지막 문단, 나는 이렇게 적었다.

 

 

처음 살아가는 2021년은 처음 살았던 2020년보다 조금은 더 힘들었고, 좌충우돌 아주 위아래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해였지만, 처음 살아갈 2022년은 깨달음을 많이 얻은 변화의 해인 2021년을 바탕삼아 더 빵긋 웃으면서 헤쳐 나가고 싶다.

 


내 소망대로, 2022년의 33%는 잘 헤쳐 나갔다. 빵긋 웃은 날들이 많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의 유리멘탈은 강화유리 정도가 되었고, 나를 괴롭히는 여러 요인들이 사라졌다. 악몽도 크게 꾸지 않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찍 일어나 아침 요가도 가고, 루틴대로 잘살고 있다.


휴학을 한 1년 동안 여유로운 일상에 대한 실천 의지가 강해졌다. “빨리 열심히 후딱”이 인생 모토와 다름없던 내가 점차 여유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요즘, 특히 그런 평화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4학년 마지막 학기 취준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한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언제 이렇게 느리게 일상을 즐길 수 있을까 싶어 아직은 이 생활을 사랑하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더구나, 요가를 제대로 시작한 지 5개월 차가 되었고, 요가가 주는 평안에 빠져있는 요즘이라 시험공부 할 때도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없었다. 왜 먼저 이렇게 마음 편안히 일상을 음미하지 못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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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평화를 찾으려 노력하니, 쪘던 살들도 다시 빠졌고, 날 괴롭혔던 소화불량도 사라졌다. 사실, 이제 조금 욕심내 과식하거나 몸에 안 좋은 정크푸드를 먹으면, 바로 반응이 오는 민감한 몸이 되었다.  나는 내 몸이 평생 대식하고, 과식해도 되는 몸이라고 생각했었다. 뭘 먹어도 배탈 한번 잘 안 나던 몸이었는데 성인이 된 후, 과도한 다이어트와 요요, 스트레스로 인해 위와 대장이 안 좋아져 상담사가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할 정도가 되었다. 이 이유로 매해 미루는 다짐 중 하나인 ‘건강 챙기기’를 진짜로 실천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채우고 있던 조미료 가득 들어간 음식들과 과식의 기운이 빠지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이젠 소식까지는 아니지만 과식하지 않는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으면 소화되지 않는 게 바로 느껴지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내 몸을 사랑하기로 했다.


나름 괜찮게, ‘잘’ 살아내고 있다. 남은 2022년의 2/3를 또 어떻게 살아낼지 기대된다. 내 대학 생활은 2달 남짓 남았고, 예비백수 타이틀이지만 그 순간이 그렇게 두렵지 않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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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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