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디어 마이 패밀리

말이 아닌 글로 전하는 마음
글 입력 2022.04.22 16:5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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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어릴 때에도, 지금도 난 편지를 쓰는 걸 좋아한다. 말로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글을 통해, 손으로 한 글자씩 써내는 것. 이렇게 하나하나 풀어내는 건 기억 저 편에 묵혀뒀던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아픈 나를 위해 따뜻한 차를 사다 주었던 친구, 바쁜 일 투성이인데도 내 생일날 나를 보러 달려와 준 친구, 시험기간에 힘내라며 버블티 기프티콘을 보내준 친구. 그리고 함께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소소하고도 행복한 시간들.

 

나는 이렇듯 친구들과의 교류도 있지만, 실제로는 가족들과 공유하는 일들이 훨씬 많다. 그만큼 고마운 일들도 많고, 서운할 때도 있으며 감동받는 순간들도 존재한다. 어렸을 때는 가족들의 생일이 있을 때마다 ‘편지를 어떻게 써야하나’라는 고민을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지를 생략하는 일 또한 늘어갔다. 오늘 이 글을 통해 가족들에게 못다 했던 말들을 하려 한다.

 

 

 

Dear. mom


  

안녕, 엄마. 이렇게 글로 인사드리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아요. 요즘 어때요.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피부로는 잘 체감하지 못하셨을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나들이를 나간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그래도 최근에 갯골생태공원 다녀온 건 정말 좋았죠.) 원래 전 집순이라 집에 계속 있는 걸 이렇게 갑갑해할 줄은 몰랐는데, 이게 내가 안 나가는 것과 강제로 못 나가는 것의 차이가 꽤나 크더라고요. 답답한 일상의 연속이었어요.

 

날씨가 안 좋으면 기분이 꿀꿀해지고, 사소한 것에 토라지는 등 제가 감정적으로 많이 예민해졌다는 걸 엄마도 알 거예요. 물론 엄마도 그럴 테지만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코로나가 지나가면 우리는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여행도 가고, 축제도 가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저는 요즘 미국을 그렇게 가고 싶더라고요. 엄마는 어느 나라에 가장 가고 싶은지 궁금해졌어요.

 

엄마에게 고마운 일들은 너무 많아서 셀 수조차 없을 지경이에요.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들도 많답니다. 최근에 제가 친구 문제 때문에 크게 속상했던 일이 있었죠. 이걸 혼자 끙끙 잃고 있다가 얼떨결에 말하게 되었는데, 너무 후련하더라고요. 정말. 이때까지 왜 말하지 않고 홀로 삭히려고 했을까 싶으면서요. 그 때 눈물 흘리지 않았더라면, 속 얘기를 꺼내놓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아있었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집에서 엄마랑 둘이 술 한잔 기울이면서 했던 이야기들, 제 기억 속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거예요.

 

고마워요, 엄마.

 

 

 

Dear. dad


  

안녕, 아빠. 제가 아빠한테 편지 쓰는 건 진짜 오랜만인 것 같아요. 나 말이에요, 예전엔 tv로 아빠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볼 때 지루하고 따분하다고만 느꼈던 것 같아요. 어릴 땐 ‘저런 당연한 것들을 왜 촬영해서 방영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은, 변하지 않는 건데. 그런데요, 성인이 되어 다큐를 보니까 뭔가 다르더라고요. 이 자연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저런 생물들이 인간에 의해 포획되고, 그래서 멸종 위기종이 되었구나. 내가 생각보다 주위의 자연에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다녔어요. 아빠가 왜 그렇게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았는지 이제 이해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시간을 내서 볼 만큼 저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어요.

 

문득 ‘나는 아빠에게 어떤 존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반대로 저도 생각해 봤죠. 나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아빠는 내게 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손전등 같기도 해요. 어떤 걸 질문해도 아빠는 막힘없이 본인의 의견과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주시니까요. 가끔 보면 ‘우리 아빠는 정말 모르는 게 없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대단해 보일 때도 있어요. 그래서 이따금씩 제가 뜬금없는 물음표를 던져도 함께 생각해 주고, 이 부분에 대해서 역질문을 해주실 때마다 한 번 더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공포 영화를 보고 돌아와 잠을 못 이루던 적이 있었죠. 그때 아빠께서 옆에 누워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던 모습. 시간이 꽤 지난 일인데도 잊을 수 없더라고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찾은 한 줄기의 손전등 빛 같았어요. 혼자였다면 아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거예요.

 

고마워요, 아빠.

 

 

 

Dear. sister


 

안녕! 언니다. 고3이 된 기분은 어때, 생각보다 실감이 잘 안 나기도 하지? 매일같이 할 일은 산더미에, 매달 치르는 모의고사, 네 맘 같지 않은 친구들까지... 다음 달이 지나면 6평을 봐야 한다니, 부담감 또한 상당하겠지. 공부라는 게, 참 그런 것 같아.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위해서 해내야 하는 거. 전에도 말했겠지만 나는 후회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후회하더라도, 경험하는 과정이 빛났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쪽이고. 하지만, 입시에선 후회를 만들면 안 되더라고. 그 후회가 또다시 도전하게 만들어.

 

그런데 그 도전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성공적이지 못할 수 있어. 정말 괴롭고, 고독하고, 지치거든. 마라톤을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일반인이 42.195km를 가야 하는 그 심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 상상만 해도 막막하지. 물론 나는 그 경험 덕분에 성장했지만, 너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야.

 

네가 커가는 걸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 벌써 네가 내년이면 스무 살이라니. 같이 술집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일 생각하니까 기분이 묘하다. 너무 빨리 성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내 눈에는 아직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데 말이야. 네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애가 커가면서 가족들, 친구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질 때도 많아. 언제 이렇게 컸나 싶고. 이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아마 내년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더 많이 만나게 될 거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경험이라, 너도 꼭 해봤으면 좋겠어. 위염 때문에 많이 고생하는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네 10대의 마지막을 마쳤으면 좋겠어.

 

많이 응원한다, 내 동생. 늘 고마워.

 

 

 

Epilogue.


 

최근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노래다. 바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 곡의 소개 글이 참 낭만적이라 가져와봤다.


“한때 가지고 있었지만 그때는 몰랐던 것. 그리고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나의 스물하나는 어땠던가. 분명 즐거웠던 순간도 있었고, 죽을 만큼 아프기도 했었다. 노래 하나가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왠지 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 찰나의 순간 속에, 우리 가족이 있었다. 내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웃고 울어주던 내 디딤돌 같은 사람들. 이 노래의 기타 연주처럼, 앞으로도 언제나 우리 함께하길.

 

 

♥ 사랑을 담아, 민지 씀.

 

 

 

김민지_컬쳐리스트.jpg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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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oo
    • 글 잘 보았어요. 편지를 보니 참 단란한 가족같아요. 좋은 부모님과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잘 봤습니다
    • 0 0
  •  
  • 주야
    •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 편의 시와 같은 편지네요. 가족 분들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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