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증인, 관객을 울리는 순수한 한 마디 [영화]

영화 <증인> 리뷰
글 입력 2022.04.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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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신 뒤 분석 글을 감상하시면

더욱 상세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지난번 리뷰에서 나는 영화 <레인맨>을 본 뒤 영화가 자폐를 다루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마찬가지로 자폐를 다룬 한국 영화, <증인>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장단점이 뚜렷한 영화구나. 감탄스러운 부분이 있는가 하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따라서 영화가 갖는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 리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장점 첫 번째, 김향기 배우의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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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증인이라는 영화 어땠어?”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김향기 배우가 영화의 매력을 살렸다고 말할 것이다. 그녀의 연기는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지우를 실제로 카메라 앞에 데려다 놓은 것처럼 연기의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자폐 연기는 다른 연기에 비해서 난이도가 높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며, 산만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자폐 장애 특유의 어조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향기 배우는 이를 완벽하게 해냈다. 실제 자폐를 가진 분들이 봐도 불편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했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그녀는 실제로 자폐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열정과 노력이 빚은 놀라운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일 감탄하고 싶은 부분은 시선 처리였다. 불안함과 호기심이 담긴 그 눈빛은 지우를 대표하는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장점 두 번째,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와 대사


 

파란젤리.jpg

 

 

“파란색 젤리는 믿을 수 있습니다!”

 

지우라는 등장인물은 굉장히 특이하다. 영화의 독특한 느낌은 지우의 대사와 행동, 그리고 퀴즈라는 장치가 만들어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지우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순수하고 호기심 많으며,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대사들이 내게는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돈과 권력'이라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대사를 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퀴즈의 방식을 통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끈 것도 상당히 참신하고 재밌는 시도였다.

 

 

 

단점 첫 번째, 불필요한 러브스토리


 

여성.jpg

 

 

영화를 보면서 가장 불편한 부분이었다. 내용상으로 중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는 로맨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정우성 배우가 연기한 순호에게 사랑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고 있다. 순호가 정체성을 찾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장치로써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김수인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야 했을까? 나는 그녀의 이름이 김수인이라는 사실을 이 리뷰를 작성할 때는 이미 잊어버려서 따로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이처럼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상에서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도 않았던 인물이, 순호에게 중요하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스토리에 끼어드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과정도 없이 영화의 결말 부에 둘의 러브라인을 서비스처럼 넣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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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다른 요소를 썼더라면 어땠을까? 우리가 주요 인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희중 검사가 김수인 변호사의 역할을 대신한다면, 그리고 순호와 계기가 되는 대사들을 나누게 한다면 더 기억에 남고 납득이 가도록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점 두 번째,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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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결말이 뻔한 느낌을 주는 것은 내용을 서술 방식 때문이다. 순호가 큰돈과 출세를 대가로 좋지 않은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복선으로 넣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배신이라는 요소가 당연하게 다가왔다. 그가 배신했을 때 지우의 마음에 공감해 화가 났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복선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은 좋지만 조절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지우가 증인으로 나가서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 역시 영화의 시작 시점부터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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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밝혀지는 것도 사실 긴장감이 없었다. 스토리 진행상 용의자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는 게 당연했다. 물론 범인의 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큰 반전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조직할 때 긴장감이 충분하지 않아 아쉽다. 다른 용의자가 있고 사건 내용 자체가 보다 체계적이고 복잡하게 구성됐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었을 것 같다.

 

 

 

단점 세 번째, 변호 장면의 어색함


 

변호 장면2.jpg

 

 

정우성 배우가 변호사로서 하는 대사는 감정적이고 억지스러운 느낌을 준다. 변호 장면에서 그는 변호사보다는 웅변가처럼 보였다. 내가 어색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에서 변호사로 등장한 박신혜 배우의 장면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녀는 마찬가지로 감정적인 대사를 변호사로서 소화한다. 이때는 ‘변호사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중요하지만 변호사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더 많은 연구가 있었다면 앞서 말한 박신혜 배우처럼 담담하게, 하지만 보다 울림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감독의 지시가 그러했는지, 배우가 스스로 해석한 캐릭터의 특성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더 감동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이 보여 아쉬웠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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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은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욕망을 바라보며 성찰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특히 지우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섬세하게 자폐 소재를 다루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했다는 점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나는 김향기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고 평하고 싶다. 이 매력적인 배우를 십분 활용한 감독 및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한다.

 

 

출처

증인(2019), 이 한 감독, 롯데 엔터테인먼트 배급

 

 

변서연.jpg

 


[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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