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봄을 위한 세레나데

1악장: 당신은 나의 첫 번째 봄입니다.
글 입력 2022.04.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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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봄, 나의 희재에게

 

하늘이 돌고 돌아, 다시 오늘이 되었습니다. 유난히도 가까웠던 편의점과 가로등보다 밝게 빛나던 달. 다시 떠올려 보아도 비현실적인 밤이었죠. 그 밤이 어떤 의미로 남겨질지 우리 중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그저 설레었고, 그저 긴장되던, 하얀 밤이었을 겁니다.


맞잡은 두 손 너머 서로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시간을 기억하나요? 길게 이어지던 싫지 않던 침묵. 사실 언어는 진작에 필요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마음이란 그런 거라는 걸 그땐 몰랐을 뿐, 생각해보면 참 서툴렀던 밤입니다. 기어이 사랑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돌아선 그날 밤, 나는 머릿속으로 끝없이 많은 오늘을 만들어내며 잠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어땠나요?

 

벚꽃잎이 떨어지던 어느 날, 당신은 나를 봄이라 불렀습니다. 나는 그 이름이 참 좋았습니다. 봄에 만난 우리가 서로에게 봄이 되는 것만큼 낭만적인 일이 있을까요? 그날부터 나의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되었습니다. 봄. 입술을 오므려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당신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봄. 참 따뜻한 단어입니다. 봄. 봄. 봄.


알고 계셨나요? 당신은 나의 첫 번째 봄입니다.

 

*

 

처음 맞이하는 봄이 어떠냐고 자주 스스로 되물었습니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울며, 때로는 불안에 떨며 대답했죠. 하지만 늘 답은 같았습니다.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고, 불안한 이유는 봄이 와서가 아니라, 그 봄이 당신이라서. 나의 봄이 그대라서, 나의 첫봄이 그대라서, 내가 봄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서. 나의 봄엔 오직 당신이란 의미만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나의 첫봄은 생각보다 소란스러웠습니다. 하루가 달리 커지는 사랑에,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뛰어다닌 적도 있습니다. 당신은 내 마음속 구석구석을 헤집어 놓고 다녔고, 나는 그게 간지러워 쉴 새 없이 까르륵 웃었습니다. 우리는 밤새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여기저기 달렸습니다. 우리의 봄을 온 세상에 알리려는 듯, 우리의 이야기를 새겨 두었습니다. 매일매일이 축제였고, 매일매일이 꿈이었습니다.


나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고, 별빛을 요리하는 법을 배웠고, 무지개를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신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당신은 나의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었습니다. 나의 세상에 색과 향을 입혀 주었습니다. 당신이란 봄이 나의 세상을 피웠습니다. 봄이 피울 수 있는 게 꽃만은 아니란 사실을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 저 너머로 각자의 자리가 멀어진 후에도 우리의 봄날은 여전히 눈부셨습니다. 사랑은 초월적인 거구나, 사랑은 그래서 마법이구나. 나는 당신이 환상이라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봄이 매 순간 환상적이라서 어쩌면 그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소리 하나에 의지한 채 밤낮없이 주고받던 마음들. 수없이 피어나던 꽃들과 온 우주를 뒤덮는 꽃내음. 그 향기에 취해 흥얼대던 노래와 터져버린 울음들. 이 세계가 영원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할 수 있는 용감한 마법 주문들. 가령, 아직 오지 않은 어느 날을 회상하거나, 이미 지나가 버린 어느 날을 대비하는 행위. 더없이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는 오늘도 쌓이고 있습니다.


사랑에는 준비물이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무언가의 부재가 사랑의 실패를 변명할 수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우리의 봄에 물리적인 수식어가 없다는 건,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한 적이 없었죠. 이 봄은 끝나지 않을 거니까. 그건 믿음에서 오는 간절한 바람이 아닌,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진리 같은 거니까.


시간도 공간도 우리의 봄 앞에서는 그저 꽃가루처럼 날릴 뿐이었습니다. 흩날리는 꽃가루 사이로 열두달이 지나가고, 여전히 봄볕 아래 우리는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열대야 속에서도 우린 봄이었고,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도 우린 봄이었고, 흰 눈이 온 세상을 뒤덮은 날에도 우린 봄이었습니다. 이토록 향긋한 봄바람이 부는데, 그 누가 이 계절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

 

시간은 제 몫을 다해 흐를 테고, 언젠가 다시 각자의 자리가 접점을 이룰 날이 올 테죠.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감사하고, 당신의 손톱에, 당신의 무릎에 감사할 겁니다. 당신은 나의 발가락에, 나의 손목에 감동하겠죠. 우린 여전히 봄일 테고, 늘 그렇듯 춤을 추겠죠. 봄. 봄. 봄. 입술을 오므려 봄을 맞출 그날이 너무도 기다려집니다.


나를 봄이라 불러주어 고맙습니다. 나에게 눈부신 세상을 보여주고, 이것이 우리의 것이라 말해주어 고맙습니다. 나의 모든 날씨를 안아주고, 나의 모든 순간을 쓰다듬어주어 고맙습니다. 열두달을 꽉 채워 당신의 숨소리를 새겨주어 고맙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에 오늘이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의 봄을 아껴주어 고맙습니다.


당신의 모든 시절을, 당신의 모든 이유를, 당신의 모든 침묵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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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그다음 오늘에도 안녕할 우리의 봄을 그리며,

 

2022년 4월 17일

 

은설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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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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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재
    • 평생 나의 봄 은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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