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임신, 육아, 이혼의 현실을 보여준 시즌2 - 며느라기2...ing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2.04.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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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며느라기2...ing’가 막을 내렸다. 동시에 드라마 ‘며느라기’와의 연애도 완전히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후유증이 크다. OST를 들으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토요일이 되면 영상이 올라올 것 같아 괜히 카카오TV 채널을 기웃거리곤 한다.


‘며느라기 1’은 결혼과 며느리 역할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며느라기2...ing’에서는 임신과 육아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구영의 동생 미영을 통해 이혼 이야기까지 극에 잘 담아냈다.


시즌 1에서의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 그리고 캐릭터, 다양한 관점을 그려낸 이 드라마만의 매력은 시즌 2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매력은 유지한 채, 더욱 풍성하고 깊어진 스토리로 돌아왔으니 며느라기를 향한 시청자의 사랑이 일편단심인 것은 당연지사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며느라기’와의 연애는 오래된 연애 같았다. 자신만의 매력이나 장점은 유지한 채 나이 들면서 변화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함께 겪는 그런 연애 말이다. 나에게 이 드라마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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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에서 며느라기 시기를 겪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벗어난 사린은 시즌 2에서 여전히 야무지게 잘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혼란의 시기를 잘 지나온 것 같았는데, 사린에게 또 다른 혼란이 찾아왔다.


사린은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었고, 본인도 자기 일에 자부심과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중요한 프로젝트까지 맡아서 아기 계획은 뒤로 미루기로 했는데, 그 계획이 무너졌다. 생명이 찾아와준 것은 매우 기쁘고 고마운 일이었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은 시기인데다 임신한 여성, 워킹맘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린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임신 후, 사린의 평범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신체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났고, 좋아하는 캐러멜마키아토도 멀리해야 했다. 하이힐도 아닌, 적당한 굽이 있는 예쁜 구두도 신지 못하게 됐다. 회사생활도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맛이 없어도, 싫어해도 아기를 위해 먹어야 했다. 모두 자신을 위한 거라고 하지만, 아기‘만’을 위한 걱정과 챙김에 사린은 불편해한다. 그런데 구영의 일상은 바뀐 게 별로 없어서 사린은 왠지 억울한 감정이 든다. 아기가 생겼는데도 모성애는커녕, 기뻐하지 않는 자기 모습에 죄책감까지 든다. 그런데 구영은 아기 생각에 자신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사린은 서운함을 느낀다.


한편, 구영은 사린의 임신 소식을 듣고 아빠가 될 생각에 설레한다. 사린과 함께 태교도 하고 아기를 맞이할 준비도 하고 싶지만, 사린이 피곤해 보여서 눈치만 본다. 임신 후, 피곤해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입덧에 바쁜 회사 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사린이 안쓰럽고, 걱정된다.


오해와 갈등이 깊어질 때쯤 큰일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사린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일인 임신을 귀히 여기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며, 아기와 점점 가까워진다. 회사에서도 아기한테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운다.


구영은 시즌 1에서는 사린을 나의 아내, 우리 집안의 며느리로만 생각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아이 엄마로만 보려 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한다. 사린이 엄마로서 성장하면서도 그냥 ‘민사린’으로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사린과 구영은 서로 오해하고 갈등이 생겼지만, 두 사람의 의지로 잘 풀었다. 서로 이해하고 맞춰나가며 또 한 번 성장했다. 그렇게 사린과 구영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졌고, 가족이 되어갔다.


 

“그때 아버지가 그랬거든.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열심히 일 한 게 최고인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게 살았더니 내 새끼들 크는 모습을 못 봐서 속상하다고. 우리 미아 그리고 우리 부부가 행복하게 사려고 내린 결정이니까 엄마가 우리 선택 믿고, 이해 좀 해줘.”


“아까 큰오빠가 그러더라. 미아 키우기 위해서 직장 그만두겠다고. 그게 가장 행복할 것 같아서 그러고 싶대. 그 말 듣고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거 있지?! 생각해보니까 내 자식들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남들 시선이나 눈치를 보며 산 건 아닌가 싶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네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택해. 엄마는 무조건 네 편이니까.”

 

- ‘며느라기2...ing’ 11화 대사


 

구영의 형인 구일과 혜린도 마찬가지였다. 육아 문제로 인해 갈등도 생기고 다툼도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했다. 함께 문제를 직면하고, 상의하여 해결방안을 찾았다.


구일, 혜린 부부의 문제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일의 부모에게 맡겼지만, 가부장적인 모습 그리고 위생 관념과 육아 교육관으로 인해 생긴 갈등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구일과 혜린은 우리가 키워야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혜린이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구일은 혜린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이고, 능력은 네가 더 좋으니까 자신이 하겠다고 말했다. 혜린은 구일의 간절한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결정을 구일의 부모인 무남천과 박기동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왜 구일이가 회사를 그만두냐며 화를 냈다. 구일은 아이가 크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구일의 진심에 기동은 그동안 자식 행복보다 남들 시선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기동은 구일의 결정뿐만 아니라 미영의 이혼 결정과 남은 삶을 응원하기로 한다.


구일, 혜린의 이야기에서는 서로의 입장뿐만 아니라 부모의 입장까지 이해하는 과정도 함께 보여줬다. 본인들의 결정에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부모에게 혜린은 평소처럼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줬다. 여기서 그 세대의 어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일 수 있다며 이해하게 되는 혜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남천과 기동은 자식들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응원하는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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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2...ing’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엄마가 된 모습보다는 엄마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임신 후 생긴 변화에 혼란스러워하고, 적응을 못 하는 모습과 점점 적응되어가고, 받아들이는 과정도 함께 보여주며 임신한 여성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렸다.


내 시선에서 봤을 때 엄마들의 고충은 가려져 있었다.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힘들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하거나 표현하는 사람이 없었다. 육아는 물론 집안 살림은 여성이 맡아서 해야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못하면 욕먹고 잘한다고 해서 인정해주지 않았다. 당연시하게 여겼다. 나는 그 당연함이 정말 당연할까 의심스러웠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고충은 쉬쉬하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일까. ‘며느라기2...ing’ 뿐만 아니라 드라마 산후조리원처럼 임신과 출산, 육아의 현실을 미화시키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낸 드라마에 더 관심이 갔다.


‘며느라기2...ing’ 이전에 나온 드라마에서도 임신과 출산의 현실을 다룬 적이 있었기에 신선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다루는 방식과 솔직한 정도가 달라서였다. 같은 소재를 다루는데도 드라마마다 다른 색을 나타내는 것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솔직해지고, 어떤 색의 드라마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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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갈등, 상처, 문제가 가장 많이 생기는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가족’이라는 관계인 것 같다. 그래서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관계다. 이런 관계를 오래도록 지혜롭게 유지하고 개선하려면 한 사람만의 노력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지속적으로 표현했다.


‘며느라기’는 가족관계 지침서 같은 드라마였다.

 

 

이미지출처 : 카카오TV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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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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