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배우와 넘버 위주로 새로 쓴 기록
글 입력 2022.04.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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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에 관람한 <프랑켄슈타인>. 이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지금까지 본 뮤지컬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물론 좋아하는 뮤지컬은 많지만, 100%에 가까운 만족도를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은 98%라고 해도 될 정도로 흡족했기에 꼭 한번 다뤄보고 싶었다. 벌써 3개월이 지났기에 정확한 내용과 흐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때 남겨둔 기록과 머릿속 기억을 활용해서 배우와 넘버 위주로 새롭게 써보려고 한다.

 

내게 12월 25일은 생일보다 사랑하는, 가만히 있어도 행복한 날이다. 그런 날에 한 달 전부터 기대하던 뮤지컬을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뛰었던 것 같다. 나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언니와 만나서 환상적인 코스를 즐긴 후 마지막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오랜만에 전 석을 꽉 채우는 공연장에 설렘은 두 배가 되었고, 2층 1열이라는 기념일치고 나름 만족스러운 자리에 하늘을 찌를 듯한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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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5 오후 7시

 

 

언니가 좋아하는 전동석과 내가 좋아하는 박은태의 페어로 관람했는데,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전동석 배우에게도 입덕하게 되었다. (비주얼, 노래, 연기 등 모든 분야를 잘하는 배우를 마주하니 자연스레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 두 배우는 모두 어마어마한 실력의 소유자로서 엄청난 성량과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둘이 합을 맞춘 '단 하나의 미래'는 빅터와 앙리의 생명에 대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넘버로, 결국 인류를 위해 뜻을 함께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밑의 철창에서 혼신을 다한 고난도 안무를 선보이는 앙상블에 입을 다물 새가 없었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한 넘버라 많이 들어봤음에도 실제로 듣는 건 차원이 달랐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성악 발성의 전동석과 부드럽고 섬세한 뮤지컬 발성의 박은태가 만나니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빅터

생명 그건 단지 우연일 뿐

그 우주의 아주 작은 사건일 뿐

미세한 세포를 복제하는 화학적 유전자 돌연변이

그것이 생명의 정체

 

앙리

생명 그건 신의 자연 섭리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세계

오직 신만이 정해놓은 질서에 기대어 보존되는 생태계

그것이 생명 불변의 법칙

 

  

주연 배우 3인은 모두 1인 2역으로 전동석은 빅터와 쟈크, 박은태는 앙리와 괴물, 이봄소리는 줄리아와 카트린느를 연기했다. 순식간에 목소리 톤을 바꾼 채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도 그들은 너무나도 훌륭하게 해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보다 개성 있고 입체적인 후자가 더욱 인상 깊었다.

 

특히 카트린느는 '산다는 거'에서 여리고 청순한 줄리아가 불렀다고는 상상 못 할 정도로 차가운 음색을 통해 안쓰럽고 처절한 연기를 선보였다. 시궁창 같은 삶을 비관하는 그녀의 증오와 원망의 감정이 가사를 통해 흘러나왔다.

    

 

산다는 거 거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 텐데

 

  

극에서 가장 기대했던 '너의 꿈속에서'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난 괴물'이었다. 박은태는 괴물로 변하고부터 무대를 휘젓기 시작하더니 '난 괴물'에서 미친 듯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그는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버려져 결국 고통만 남은 괴물의 아픔을 온몸으로 노래했다.

 

굉장히 긴 편에 속하는 넘버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잘 이끌어가더니 끝내 울부짖으며 감정을 폭발시켰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몰입해서 봤던 장면으로, 그때의 충격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정녕 내겐 태어난 이유가 없나

나의 창조주시여 뭐라 말 좀 해봐요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내게도 심장이 뛰는데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피는 누군가의 피

살은 누군가의 살

나는 누군가의 피와 살로 태어났네

나의 신이여 나의 창조주시여

내가 아팠던 만큼 당신께 돌려 드리리

 

   

모든 불행의 씨앗인 괴물은 빅터가 죽은 앙리를 살려내겠다는 욕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앙리의 머리로 재창조된 괴물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고 끝내 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생명 창조에 집착한 빅터는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고, 그의 곁에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누구 하나 탓할 수도 없는 비극적인 상황에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연민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

 

<프랑켄슈타인>은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던 작품이었다. 석 달이 지난 후에도 그들의 눈빛이나 연기,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또 다른 주역인 한국 창작 뮤지컬 음악의 새 역사를 쓴 이성준 감독의 넘버는 인물의 서사와 감정에 녹아들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앞에서 다룬 넘버 외에도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혼잣말', 상처', '후회' 등 좋은 넘버가 많았다.)

 

연출적으로도 오르막길처럼 사선으로 치솟는 무대와 아름답고 몽환적인 북극을 재현하는 등 칭찬할 요소가 많았다. 물론 이 모든 건 탄탄하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스토리가 뒷받침해주었기 덕분일 것이다.

 

이처럼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진한 감동을 선물해준 <프랑켄슈타인>은 앞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 있어 기념일에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었고, 없을 듯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환상적인 선물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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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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