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안녕하세요부터 잘 부탁드립니다까지

모든 자기소개는 인사로 시작해서 이름을 거쳐 부탁의 말로 끝난다
글 입력 2022.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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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기소개는 인사로 시작해서



나는 쉴 새 없이 떠들면서도 막상 내 이야기를 해 보라고 자리를 깔아주면 새삼 쑥스러워 하는 사람이다. '그냥 이름을 소개하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만 하면 되지, 뭘 더 이야기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에서 끝을 맺을지는 몇십 년이 지나도 감이 안 잡힐 것 같다. 특별한 형식이 없는 경우엔 특히 더.


그렇기 때문에 글로 자기소개를 써 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나름의 큰 도전이었다. 아예 작정하고 꽤나 긴 글을 일상 글도 아닌 나 자신으로 가득 채우다니. 그 글을 세상에 이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한 영원히 인터넷을 유영하도록 풀다니. 단체 채팅방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면 항상 '안녕하세요, 류지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도로만 최대한 간단하게 쓰고 끝냈는데...


나름의 형식을 갖추고자 지금부터 적어내릴 글은 항상 짧게 적어내린 공백 제외 20글자와 큰 틀을 함께하고 있다. 이 글이 나를 정리하고 이야기하기에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적당하기를 바라며, 이제 본격적으로 자기소개를 시작하려 한다.

 

 

 

이름을 거쳐



내 이름은 류지수다. 한자로 쓸 때는 버들 류(柳), 뜻 지(旨), 지킬 수(守)를 사용한다.


언니의 이름과 돌림을 맞추어 마지막 한 글자만 바꾸었는데, 일부러 쓰기 쉬우라고 부모님께서 쉬운 한자만 골라 지으신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한자로 이름을 적을 일이 있으면 정말 수월하다. 게다가 쉬운 한자만 골랐는데 이를 나름 쪼개고 풀어 해석할 수도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뜻을 지킨다.


확실히 사람은 이름 따라간다는 말이 맞는지, 한 번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웬만해서는 계속 그 애정의 '뜻'을 지키는 편이다. 근데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공부에는 아무리 쥐어 짜내도 애정이 생기지 않았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덕질’에만 이 애정이 생겼다.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한 배우는 꾸준히 그 발자취를 좇으며 영화나 드라마, 인터뷰를 포함해 관련 모든 소식이 공개될 때마다 최대한 다 챙겨 본다. 가수도 마찬가지다. 떠올렸을 때 심장이 이전보다는 덜 뛰는 거 같아서 이제는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바깥에 나갈 때면 무의식적으로 그 가수의 노래만 반복 재생해 놓은 채로 마스크 안에서 헤벌쭉 웃고 있다.

 

실제 뮤지컬 <팬레터>를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고등학생 시절. 극의 모티브가 된 실존 문인과 문학사조를 중심으로 보고서도 쓰고 발표를 준비하는 동안 이렇게 불같이 좋아하면 금방 질리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데... 금방 질리기는 무슨. 몇 주 전 아예 주제로 잡고 오피니언까지 썼다. 어째 가끔 크게 폭죽처럼 터지고 평소에는 은은하게 타오르는 불을 내 안에 지니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나의 이 이름은,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유명한 문장을 두 글자로 줄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내 마음을 설레게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내 뜻이, 내 애정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동명이인이 적어도 5명은 됐던 탓에 나를 부르지 않는 수많은 "지수야" 소리에 뒤돌아 보는 게 귀찮기는 했지만,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은 없다. 굳이 멀쩡한 이름을 싫어할 이유도 없고, 뜻을 마음대로 혼자 생각해 보면 재미있기도 한데. 오히려 좋다면 좋은 이름이지.

 

 

 

부탁의 말로 끝난다



어릴 때부터 싫어하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싫어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가사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연출이 너무 폭력적인 것 같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좋아하는 것은 왜 내가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어려웠다. 분명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뚜렷한 이유와 나만의 고유한 시선이 있을 텐데 그것을 글자로든 말로든 구체화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고, 앞서 오피니언으로 남겼던 '어휘력 심폐 소생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에 지원한 것은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감정을 보다 끄집어내어, 내 감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좋은 작품을 보고 내 감상을 단순히 '너무 좋았다'거나 '또 보고 싶다' 정도로 남기는 데에서 끝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생각을 오롯이 나의 언어로 드러내는 데에서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에디터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취향을 나눌 기회를 얻어 매주 꽤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자기소개는 이제까지 내가 적어온 이야기의 배경을 알리는 비하인드 스토리이자, 앞으로 내가 적을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앞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영화, 드라마,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의 취향에 대해 차곡차곡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덧붙여서,


 

인사로 시작해서 앞으로의 포부라고 할 수 있는 내용까지 끝냈으니, 이제 자기소개를 마칠 최적의 타이밍이다. 평소에 자기소개를 할 때 이야기해 온 나이나 전공, MBTI 등 특정적인 개인 정보는 최대한 적지 않았는데도 이제껏 해 온 그 어떤 자기소개보다 많은 속내를 내놓은 것 같아 쑥스럽다. 그래도 이 글이 나를 잘 소개했기를 바라며.

 

정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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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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