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함께하는 미식 여행 -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도서]

글 입력 2022.03.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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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박사는 못 되어도 쩝쩝박사는 되고 싶었다.

 

나는 자타공인 대식가였는데, 평균 식사량보다 두 배가 조금 넘는 양을 먹어야 만족했다. 먹는 양도 많은데 입맛도 확고한 기준이 있었다. 그 때문에 누구보다 음식을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고 그와 나의 관계는 영원할 거라 믿었다. 내가 밀가루 알레르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성인이 되고 나서 여러 식품 알레르기가 생겼다. 갑각류, 연어, 몇몇 과일 등등.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해도 괜찮았다. 세상엔 내가 못 먹는 음식보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밀가루 알레르기는 달랐다. 그는 날 철저하게 망가뜨렸다. 어느 식당을 가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별로 없어졌다. 쩝쩝박사의 명성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음식의 즐거움 없이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라는 말인가?

 

나와 같이 한순간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한 책을 추천하려 한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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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기 전에 죽지 마라.”

 

 

표지에 적힌 말에 이미 가슴이 떨렸다. 딱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가도 관광지보다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나에게 완벽했다. 이 책에는 무려 5대륙 155개국에서 골라 모은 700가지의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이미 가본 국가가 있거나 이미 먹어본 음식 역시 소개되어있다.

 

그러나 진부하지 않다. 알고 있다고 한들 ‘이 나라에 이런 음식이 있었어?’나 ‘이게 이런 음식이었어?’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이미 먹어본 음식이라면 그때 더 많이 먹어둘 걸 후회하고, 미처 몰랐던 음식이라면 더 신중하게 찾아볼 걸 후회한다.

 

혹은 맛본 음식의 새로운 이면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먹은 것을 알려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

 

-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


 

음식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먹히고 마는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오랜 진화와 선택의 결과이며 그 속에는 오랜 역사가 존재한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음식의 레시피와 함께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보여준다. 수많은 레시피를 읽어보면 저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예컨대 터키시 딜라이트가 사실 인후통 약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700가지의 요리를 훑어보면 더 이상 밀가루 알레르기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역시 밀가루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며 나는 다시 희망을 찾아간다.

 

 

 

코로나 시대의 미식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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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가장 의미 있는 이유에는 지금의 시대성도 있다.

 

지금 우리는 예전처럼 해외에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다. 새벽에 일어나 비행기를 타러 가는 설렘을 잊었다. 도착해서는 입에 맞지도 않지만, 유명하다는 이유로 시켜보는 이국적인 음식도 겪어보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음식의 맛이 그리워 국내에 있는 식당을 가도 그 ‘맛’을 완벽히 따라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설렘을 느낀다.

 

700가지의 음식 중에 전혀 모르는 음식이 더 많아도 그 낯섦에서 여행을 경험하고 우리의 세상은 확장된다.

 

 

용감한 구르메_표지.jpg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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