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그림을 보는 당신은 어떤 마음인가요 - 마음챙김 미술관

미술을 통한 마음챙김
글 입력 2022.03.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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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이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며 우리는 단 한순간도 자기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다. 불안정한 경제, 불투명해지는 미래, 가만히 있으면 불안감이 엄습되는 이 사회에서 멍 때릴 시간조차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잠깐 멈춰 생각해 보자. 지금 나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가령 자신의 마음이라든지, 인생철학이라든지 살면서 시간을 갖고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들 말이다. 요 근래 마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가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삶을 잘 살아내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삶을 잘 살아내는 방법은 나를 끊임없이 찾아가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나답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음을 살펴보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찾을 수 있다.

 

성장, 발전을 추구하는 바쁜 삶 속에서도 우리는 더욱 나답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성이 중요해지고 개별화가 주가 되는 시대에 나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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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책이 있다. <마음챙김 미술관>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말은 본래 남방 불교권에서 마음 수련법을 칭하는 말이었다. 지금은 요가, 명상, 심리치료 등 나를 챙기는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런 평가 없이 온전한 나의 마음을 읽는 것, 그리고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것. 이것이 마음챙김의 핵심이다. 그러하여 이 책에서는 그림을 판단 없이 보고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김소울 작가는 마음에 대한 여러 주제를 담기 위해 화가의 인생을 세밀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한 화파의 여러 그림을 묶어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심리학의 개념을 통하여 그것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술관의 한 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서 작가는 항상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삶을 산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를 보며 나는 어떤 감정을 선택하며 하루를 보낼 것인가? 누구보다 고된 인생을 살아왔던 프리다 칼로. 나의 마음엔 그처럼 스스로를 믿는 힘이 있는가?

 

 

  

고통을 이겨내는 힘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인생의 커다란 굴곡을 갖고 있는 화가다. 1925년 멕시코의 명문 국립 예비학교를 다니던 18세 소녀 프리다 칼로는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버스와 전차가 부딪히며 쇄골, 갈비뼈, 척추가 부러졌고, 골반은 세 조각이 났다. 오른쪽 다리는 조각이 났으며 발은 으스러졌다. 다시 걸을 수 있는 것보다 살 수 있을지를 걱정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의식을 회복하고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때,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칼로는 무료한 병원생활을 그림을 그리며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고통을 벗어나 잠시 잊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가족의 전념으로 그녀는 기적처럼 차츰 몸을 회복하여 휠체어를 타고 그림을 그리다가, 지팡이를 통해 생활하다 결국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그린 그림은 자신과 가족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필요했는데, 그녀는 자신을 관찰하며 또 다른 자아를 만난다. 그림은 그녀의 삶에 큰 힘을 선사했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희망을 불어넣었다.

 

순탄할 것 같았던 그녀의 인생은 두 번째 위기를 맞이한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두 번의 사고를 당했는데, 첫 번째 사고는 경진철과 충돌한 것이고, 두 번째 사고는 디에고와 만난 것이다.

 

- 프리다 칼로

 

 

칼로는 멕시코 미술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에게 자신의 그림을 평가해달라 부탁을 한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했던 그녀는 오히려 리베라에게 내려오라 소리친다. 당돌했던 첫 만남 이후 리베라는 그녀의 재능을 인정했고 다양한 예술적 교류를 하며 연인으로 발전한다.

 

리베라는 큰 부로 칼로의 빚을 모두 청산해 주며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리베라의 두 번째 부인 '과다루페 마린'이 신혼집 2층에 함께 살게 된다. 마린과 칼로는 공통점을 발견하며 빠르게 친해진다. 둘은 남편의 흉을 보는 것이다. 리베로는 모델이 되는 모든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것이 악수하는 것과 같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칼로와 리베라의 이러한 기형적인 관계는 칼로에게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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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헨리포드 병원>, 1932

 

 

리베라는 뉴욕에 초청되어 개인전까지 열게 되는데, 칼로는 달라진 환경 속 관계의 발전을 위해 임신을 시도한다. 그러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그녀는 3번의 유산을 경험하고 만다. <헨리포드 병원>에서  빨간 실로 연결된 아이, 건강하지 못한 골반, 느리게 가는 병원의 시간들을 통해 그녀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시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여동생이 남편의 내연녀였던 것이다. 칼로는 리베라와 이혼을 결심하고 머리를 잘라버린다. 리베라가 그녀의 긴 머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리베라가 사랑한 칼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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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단지 몇 번 찔렀을 뿐>, 1935

 

 

리베라로부터 받은 상처는 <단지 몇 번 찔렀을 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재판 중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묻는 판사에게 남자는 "그냥 몇 번 찔렀을 뿐이에요! 스무 번도 안된다고요!"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그 사건에 자신을 투영하여 작품으로 그려냈다. 그림 속 여성은 칼로 자신을 표현했고, 많은 상처들이 칼로 찔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옆엔 칼을 들고 있는 리베라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있다. 큰 죄책감 없이 날카로운 칼로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긴 시간이 지난 후 리베로는 다시 결혼하자는 제안을 한다. 결국 칼로는 다시 그를 받아들인다. 그녀는 그에게 신앙심과 같은 사랑을 보여준 것이다.

 

그녀의 몸은 점차 쇠약해져갔다. 앉아있기도 힘들어진 그녀는 겨우 붓을 들며 마지막 작품을 남긴다. <우주, 대지,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이 작품에서는 그녀의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관점으로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세상이 멕시코를 품었고, 멕시코는 프라다 칼로를 품었으며 칼로는 아기의 형상을 한 리베라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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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우주, 대지,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1949

 

 

가장 큰 절망을 안겨주었던 이를 온전히 품음으로 칼로는 운명의 희생자가 아니라 모두를 안고 가는 숭고한 승자가 되었다. 칼로는 누구보다 힘든 인생을 살았지만 포용과 용서로 남은 인생을 살기로 한다. 멕시코 500페소의 지폐엔 칼로의 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작가의 이야기가 끝난 후, 김소울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생그래프는 얼마나 굴곡이 있느냐고. 그 굴곡 속에서 어떠한 성장을 하였느냐고.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사건과 가장 기쁜 사건을 떠올려 보라 한다. 과거의 이 모든 사건들은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건강하게 살아갈 전략을 짤 수 있게 해주고, 힘든 순간을 극복했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고난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고난 속에서도 행복을 선택했던 칼로의 이야기는 힘든 시간을 헤쳐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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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에서는 삶의 선택들, 인간관계, '나'란 존재, 나에 대한 사랑 이 네 가지 주제로 다양한 화가와 다양한 화파를 만나고 다채로운 마음을 만날 수 있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가 어느새 나의 마음에 집중하게 된다. 나의 마음을 묻는 질문을 하는 때가 오면 읽는 것을 멈추고 나는 어떠한가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온전히 나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얻은 셈이다.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던 이들, 지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까지 그림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이 책은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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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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