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원의 언어와 예술 속으로 - 예술의 정원 [도서]

글 입력 2022.03.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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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정원, 그리고 정원의 예술



작년 여름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나는 유난히도 두 종류의 공간을 좋아했다. 그 둘은 미술관과 정원이다.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미술관에 들르고 싶었고,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마 내가 예술과 자연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과 자연, 둘 다를 좋아한다는 문장은 왜인지 조금 비슷한 말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행복과 웃음을 좋아해요.’라는 문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행복과 웃음이 그렇듯 예술과 자연은 각각의 의미에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서로 절대 배타적이지 않고 어울리는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예술적이며, 예술이 자연으로부터 오는 경우도 많다. ‘자연’의 자리에 ‘정원’을 조심스럽게 대입해보아도 문장이 크게 어색해지지는 않는다. 정원은 예술적이라 할 수 있고, 예술 작품 속에서 종종 정원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예술과 자연처럼, 예술과 정원도 서로 어울리는 결을 가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서평의 주인공인 도서, <예술의 정원>을 들여다보자. ‘Gardens in Art’라는 원서 제목처럼, 이 책의 저자는 미술 작품 속에서 정원을 읽어낸다. 뿐만 아니라, 정원 속에서 예술을 읽어내기도 한다. 책의 제목이 ‘정원의 예술’, ‘Art in Gardens’ 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정원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예술을 하기 때문이다.

 

 

 

정원은 각자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위해 조성된 것이 아니다.

 

정원에는 각자 다른 상징과 가치관, 미적 기준이 녹아 들어있다. 어떤 정원은 환상적인 낙원을 표현하거나, 혹은 질서 있는 내부 세계를 규정한다. 어떤 정원은 권력의 상징이고, 또 어떠한 것은 여가 생활 공간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비슷한 목적으로 조성된 정원이라 해도 세부적인 표현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베르사유의 정원은 무한대로 이어질 듯한 조망을 통해 자연과 세계까지 지배하려는 권력의 상징을 보여준다. 또한 루이 14세의 엠블럼인 태양을 상징화한 요소들로 정원의 도상 체계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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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쇤브룬궁 정원 역시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조성되었지만, 무한 확장만을 강조하는 시학을 폐기하고 거대 스케일의 배치를 포기했다.

 

대신 복합적인 기하학적 구성을 적용하고 개별적 특징으로 가득 찬 요소들을 포함하며 보다 차분하고 밝은 이미지를 표현했다. 때문에, 쇤브룬궁의 정원은 거대한 규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치스러운 느낌보다 안정적이고 정돈된 인상을 준다.


또한, 정원의 언어는 시대의 가치를 포괄한다. 절대주의를 반영한 프랑스의 정원들은 인공미와 웅장함을 강조하여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시선을 드러냈는데, 18세기 민주화된 영국의 정원은 자유주의를 반영한다.

 

즉, 영국 정원의 언어에서 인간은 그저 자연에 질서를 부여하는 존재이며, 정원은 주변 자연경관과 융합되어 연속적 관계를 보여준다. 자연이 불규칙하고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에 정원 조성에서도 자유로움의 개념이 강조된다.

 

 

 

대중을 위한 정원



과거에는 정원이 권력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18세기 후반부터는 대중을 위한 공공정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파리와 런던의 도시공원들과 베를린의 빅토리아 공원이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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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대형 대중공원인 센트럴 파크는 보다 현대적인 도시 개발의 측면에서 조성되었다. 시민들의 레크레이션 활동을 지원하고 도시 생활 수준의 향상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센트럴 파크는, 미적인 면과 위생 측면 뿐만 아니라 공공복지와 경제적인 면까지 고려했다.


센트럴 파크를 디자인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는 공원이 도시 시스템과 통합되어 모든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도시의 자연화’, ‘정원 도시’의 개념으로도 진화하게 된다.


*


<예술의 정원>은 정원의 상징이나 역할 외에도 정원의 구성요소, 정원 속 생활 모습까지 낱낱이 다룬다. 책의 구성만 봐도 ‘정원’을 통해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한 번에 다룰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정원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예술의 정원>은 정원의 유구한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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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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