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이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문화 전반]

‘하는 게임’만큼 매력적인 ‘보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22.03.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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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게임을 하고는 한다.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을 자극하기도 하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담고 있는 서사를 통해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게임은 분명 매력적이며, 적당히 자극적인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것만큼 재미를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게임을 ‘보는’ 행위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게임을 보는 것에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가장 즐거운 일은 내가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대상이 그 게임에서 내로라하는 최강자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지 모른다. 이른바 ‘천상계 대전’이라 불리기도 하는 그들의 세상에서는 여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전략과 플레이가 오고 가는 경우가 잦다. 여기에 팀을 이뤄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이라면 팀합이라는 요소가 게임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든다. 서로가 촘촘하게 호흡을 맞춰 최상의 팀합으로, 마치 한몸이 된 듯 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이른바 ‘보는 게임’은 최근에는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스포츠와 비슷하게 각 게임마다 리그가 개최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국내에서는 현재 가장 흥행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LCK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되는 오버워치 리그 등 약 10개 종목의 게임에서 e스포츠 리그가 존재한다. 또한 올해 열리게 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최초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물론 여전히 일각에서는 e스포츠를 스포츠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기존의 스포츠보다는 역사가 짧기도 하고, 아직까지 게임을 중독의 문제와 결부시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e스포츠라 불리는 ‘보는 게임’은 점점 사람들이 향유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으며, 시장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여러 사례를 통해 또 다른 문화 콘텐츠가 된 e스포츠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전략과 치열한 경기력


  

우선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치열한 경기가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e스포츠라는 이름이 명명된 이후 똑같이 선수로 불리고 있는 이들은 한 경기를 위해 수없이 많은 연습을 거친다.

 

슈팅 게임 장르인 fps게임을 예로 들면, 상대방을 잘 조준(targeting)할 수 있도록 목표(aim)를 안정적으로 잡는 연습을 하거나, 각 무기 및 캐릭터의 숙련도를 올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식이다. 여기에 개인 종목이 아닌 팀 게임이라면 상대방의 플레이를 분석하여 그들을 효과적으로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을 짜기도 하고, 이를 완벽하게 경기에서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습을 거친다.

 

실제로 하이퍼 fps 장르인 오버워치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타 팀과 하루에도 몇 번씩 연습 경기(일명 스크림)를 하며 전략을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장르마다 게임의 특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기량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인 유저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하고, 더 많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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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습이 있기에 시청자들은 일반적인 게임보다 훨씬 치열하고 재밌는 경기를 만날 수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으로 상대를 이기거나 압도적인 개인 능력으로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모습을 볼 때,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특히 e스포츠의 팬 중에는 해당 게임을 플레이해 본 일반 유저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은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하며 자신의 플레이 경험과 비교해볼 수 있기에 더욱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불리한 상황을 개인의 능력으로 역전시키는, 소위 말하는 슈퍼 플레이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이변은 존재한다


 

축구에서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다. 1954년 월드컵에서 이른바 ‘베른의 기적’을 일으킨 당시 서독의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이 한 말로, 현재는 경기에서 변수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약팀이 강팀을 이겼을 때 많이 볼 수 있는 말이 되었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로, 일단 붙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 물론 선수들을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전력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약팀과 강팀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해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시선이 지배적임에도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여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은 팬들에게 역전의 묘미를 보여주기 충분하다.

 

가장 최근에도 이러한 경기가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리그인 LCK에서 나왔는데, 바로 19일에 열렸던 프레딧 브리온과 담원 기아전이다. 두 팀 간 경쟁 구도는 프레딧 브리온(이하 브리온)이 상대적 약팀, 담원 기아(이하 담원)가 상대적 강팀으로 평가받았으며 실제로 팀 순위에서도 담원이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에 많은 팬들은 담원 기아의 무난한 2-0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프레딧 브리온이 역으로 2-0 승리를 가져왔다.

 

심지어 브리온은 창단된 지 얼마되지 않은 팀이었고 선수들의 능력 또한 전체적으로 조금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주에는 팀원 전원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하는 악재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담원을 이기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한 선수들과 코치진에 많은 LCK 팬들은 ‘한 편의 소년만화 같다’고 말하며 박수를 보냈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이 현실이 될 때 우리는 짜릿함과 전율을 느낀다. 대체적으로 스포츠로 통칭되는 많은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기도 한 이런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고, 이러한 서사가 e스포츠에서도 역시 만들어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여지는 경기 뒤에 숨어있는 노력의 시간이 얼마나 긴지 알기에



앞서 언급한 2가지의 이유 외에 한 가지를 더 꼽아본다면, 바로 ‘서사’라는 키워드를 꺼내들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서사는 선수들과 감독 및 코치진의 노력,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에서 시작된다.

 

e스포츠는 아직 정식 스포츠로 분류되지는 못하며, 발전해 온 역사도 짧기에 아직도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일 때가 많다. 대부분의 스포츠 리그를 보면 많은 스폰서들이 함께 하고,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 조건 등이 법적으로 잘 보장되어 있지만 아직 e스포츠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e스포츠’라는 단어도 종주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개념이기도 하니, 산업이 확장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스포츠 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들이 사랑하는 e스포츠를 더욱 오래, 안정적으로 볼 수 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프론트는 또 어떠한가. 팬들도,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 12시간 이상 함께 연구하며 연습을 한다. 마지막으로 팬들은 한마음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 게임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프로가 되어 경기를 하는 많은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노력하는 선수들이 자신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과정에서 지치지 않았으면, 그리고 응원하는 선수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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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국내에서 진행되는 카트라이더 리그가 끝나고 직접 찍어온 사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리그를 위해 함께 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e스포츠에서는 하나의 서사가 완성된다. 레전드 오프닝이나 경기 영상 등은 리그가 발전해 온 과정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한때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던 선수가 시간이 지나 한 팀의 코치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모습은 오래된 팬들을 감동시키는 데 충분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변을 만들어내고 승리를 만들어내는 팀의 이야기는 팬들에게 낭만을 선사하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준다.

 

결국 e스포츠의 서사는 그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에 각자의 열정이 더해져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아하는 대상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함께 보지 않을래요?



에디터를 지원하며 ‘내가 생각하는 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여기에 다양한 정의를 내렸는데, 그 중 하나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 적었다.

 

e스포츠 역시 유저들을 게임 내 공간에서 엮는 것에서 나아가 많은 사람들을 연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경험을 공유하는 것처럼, 한 팀의 팬으로서 엮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스포츠의 관점에서는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할 지 몰라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는 자리잡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사람 냄새가 폴폴 나고, 한 경기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e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e스포츠 선수로 활약하는 많은 프로게이머들과 코치님들을 비롯하여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을 응원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읽고 e스포츠에 관심이 생겼다면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 또한 더할 나위없이 기쁠 것 같다.

 

이런 이야기에 함께 해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덧붙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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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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