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What’s your name? - 스펜서 [영화]

차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글 입력 2022.03.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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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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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가 왕실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 그녀에 대해 알아보자면 영국의 귀족인 ‘스펜서’ 가문 출신이며 남편인 ‘찰스’ 왕세자와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을 보냈다. 왕세자비로 불릴 때부터 많은 파파라치와 기자들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찰스’ 왕세자의 불륜으로 고생을 했다. 잦은 불화로 별거를 하고 결국 이혼을 하면서 왕실을 떠났다. 하지만 이혼 후에도 많은 파파라치로 정신적인 고통을 얻었고 파파라치를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의 사진들을 보면 웃고 있는 모습들이 많다. 그리고 감성적이고 베푸는 걸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처럼 봉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온화한 모습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의 웃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왕실에 있는 3일 동안 오롯이 그녀를 집중하며 마치 파파라치처럼, 그녀의 감정들을 포착한다. 영화 제목이 ‘다이애나’가 아닌 ‘스펜서’인 것처럼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 시작 전 ‘비극을 기반으로 꾸며낸 이야기’ 임을 알려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모두 진실은 아님을 명시하자.

 

 

 

차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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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고 운전을 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바로 ‘다이애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놀란다. 뭐가 그리 놀라울까 싶지만 왕실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놀랄만하다. 베테랑 운전기사님이 직접 차를 운전해 주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녀는 차를 직접 몰며 지도를 보고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왕실을 찾는다. 차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손이 핸들을 돌리고 발이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아야 굴러간다. 차가 알아서 움직이길 바라는 건 점프를 하지 않고 나무 열매를 따겠다는 것이다. 비록 길을 잃었지만 ‘직접’ 왕실을 찾은 그녀다.

 

이렇게 그녀는 딱 정해져 있는 걸 거부하며 자신의 ‘선택’을 추구한다. 이런 점은 ‘옷’에서도 나타난다. 각 행사 때마다 정해져 있는 의상들을 거부하며 자신이 입고 싶은 대로 입는다. 그게 반항심에서 우러나오는 비틀기 일 수도 있지만 틀을 깼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의’ ‘식’ ‘주’는 사실 왕실에서는 다 규칙으로 정해져 있다. 정해준 집에서 정해진 음식을 먹으며 정해진 옷을 입는다. ‘J’ 만큼 모든 게 딱 정해져 있는 그 공간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있는 사람은 그녀였다.

 

 

 

진주 목걸이를 뜯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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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왕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아니다. 식사와 디저트를 먹으면 울렁거려 토를 하고 온 가족이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제일 늦거나 불참한다. ‘찰스’ 왕세자를 향한 분노와 자신의 아이들이 왕실에서 화초처럼 자랄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자신과 비슷한 왕세자비가 있었다. 바로 ‘앤 볼린’이다. 자신과 비슷하게 남편이 바람을 피웠으며 ‘앤 볼린’은 그녀의 환각에 등장하며 말을 건넨다. 그리고 목에 걸린 족쇄와 같은 진주 목걸이를 뜯게 자극을 주는 여인이다.

 

진주 목걸이는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에게 준 선물이다. 하지만 다른 여자에게도 똑같은 선물을 준 걸 사진으로 봤다. 그런 진주 목걸이를 찼다는 건 아직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마지막 예의의 표시였다. 자신이 살고 자랐던 생가, 무너져가는 계단 앞에서 떨어지기 직전 ‘앤 볼린’은 그녀를 불렀고 죽음과 삶 사이에서 진주 목걸이를 뜯게 했다. 뜯게 했지만 결국 목걸이를 뜯은 건 ‘다이애나’의 손이다. 차를 몰듯이, 옷을 고르듯이, 목걸이를 뜯어냈다.

 

‘앤 볼린’이 기회를 줬다면 사랑과 용기를 준 인물도 있다. 바로 ‘매기’다. ‘다이애나’가 왕실에 있었을 때 그녀를 담당했던 하인이다. 왕실에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녀에게 사랑을 주고 용기를 준 사람이다. 귀족의 드레스와 하인의 작업복이 아닌 똑같은 사람의 평범한 옷을 입고 바다를 달린다. 어렸을 때 뛰놀던 그녀가 겹쳐 보였다. 그녀는 구두를 신고 밭도 달리는 여자다. 넓은 모래사장과 들판을 달릴 때 웃음이 보이고 진정한 자유가 느껴진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얘기해줘 by ‘윌리엄’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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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에 날이 서 있지만 그녀가 유일하게 미소를 짓는 대상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그녀와 아이들이 밤에 촛불을 두고 게임을 한다. 일종의 진실게임과 비슷한데 소령이 병사에게 질문하면 병사는 무조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아들 ‘윌리엄’은 그녀에게 뭘 걱정하냐고 묻는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힘든 티가 났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뜯는 왕실만의 전통에 반대해 아이들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크리스마스 당일에 선물을 뜯어보길 바라며 주유소에서 산 작은 인형을 선물한다. 정해진 대로 해야 하는 왕실에서 아이들만은 자유롭길 바랐을까. 그녀의 마음은 ‘꿩 사냥’에 등장한다.

 

‘찰스’ 왕세자는 아들 ‘윌리엄’이 꿩 사냥에서 살아있는 꿩을 잡길 원했다. ‘다이애나’는 ‘윌리엄’이 사냥을 싫어한다는 것을 상기시켰지만 ‘찰스’는 원하지 않은 것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왕실은 더욱 그렇다. 좋고 용감하며 아름다운 모습만 비춰야 한다. 아직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사냥’은 ‘윌리엄’이 용맹하며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한 수단이다. 더 크게 보면 왕실의 틀이다. 그런 틀에서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총이 널린 들판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고 그녀가 처음으로 외친다.

  

 

집으로 가자!

 

  

그녀에게 있어서 집은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왕실은 아닐 것이다. 왕실만큼은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먹고 입고 자며 하루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내는 공간, 아이들과 떠드는 공간이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고 편한 옷을 입길 바라는 아이들의 바람이 실현되는 아늑한 곳이다. 영화 처음과 비슷하게 마지막에 자동차가 등장한다.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All I need is a miracle’ 그녀가 바라왔던 기적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어쩌면 아이들이 원했던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차 안에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랑도, 행복도 가득 차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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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에서 치킨을 시키고 이름을 물어보자 그녀는 대답한다.

 

 

‘스펜서’

 

  

마지막 ‘스펜서’라는 대답 만으로 영화를 설명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왕실과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다이애나’에서 벗어나 ‘스펜서’로 살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느껴진다. 벤치에 앉아 아이들은 손으로 치킨을 먹는다. 영화의 이야기가 허구임을 알지만 그녀가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죽음이 매우 안타깝다.

  

영화의 연출이 놀라웠다. 그녀의 감정과 심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카메라 무빙과 구성이 몰입도를 높인다. 그리고 음악도 그녀의 감정을 잘 보여준다. 허수아비를 향해 구두를 신고 밭을 달리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다.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가 달리는 그녀뿐만이 아닌 흙에 쏙 들어가는 구두 굽도 가차 없이 보여준다. 그녀의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지만 구두와 달리기라는 어쩌면 어색한 관계를 통해 순수한 그녀를 가장 잘 보여준 것 같았다.

 

마지막 선글라스 안에 숨겨진 그녀의 눈이 궁금하다. 그리고 후회 없냐고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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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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