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의 정원: 어머니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도서]

책 <예술의 정원> 리뷰
글 입력 2022.03.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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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적은 회화와 예술 작품으로 표현된 정원을 주제로, 그림에 담겨 있는 다층적인 해석을 끌어내는 데 있다. 그림 속에 그려진 정원은 회화의 배경으로 취급되거나, 주제 요소의 장식적 역할을 하는 수준으로 낮춰 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녹색의 소우주 속에는 생명을 품고 이어져 온 시대의 취향과 미학을 반영하는 상징과 의미가 숨어 있다.”(p.10 「서문」중에서)

 

책의 목적과 책을 읽는 나의 목적. 책에는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담기고, 2~3장의 설명과 함께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림에는 숨겨진 요소를 건네는 꼬리말들이 대롱대롱 달려있다. 그 꼬리들을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어머니께 선물하기 위해 신청한 책이다. 나는 예쁜 보라색 표지를 어루만져보았다. 과거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셨던 어머니는 노후에 아름다운 정원을 설계하고 가꾸고자 하셨다. 이 책을 본다면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정원의 모습을 감상하고, 감명을 받아 그 끝에 어머니의 정원에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따라서 나는 이 리뷰를 어머니께 내 마음과 감상을 전달하듯이 서술하고 싶다. 그 편이 독자분들의 흥미를 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정원의 시작,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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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정원은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구체화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 자연에 맞서지 않고, 그 속에서 생활하며 이성으로 자연을 통제할 수 있음을 느끼면서 결국 자유로워진 것이다.”(p.46 「르네상스 정원」중에서)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정원을 위와 같이 설명한다. 과거 인간에게 자연은 결코 거역할 수 없는 두렵고 강한 존재였다. 그러나 르네상스가 도래하며 인간 중심의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할 수 있으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무의식 속의 두려움을 씻어간다.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정원은 르네상스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치 사나운 맹수를 길들이듯이, 우리의 손에 들어온 그 거대하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이해’에서 비롯된 자유를 선물했다.

 

 

 

어머니, 이런 정원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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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풍부하고, 여름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도시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건축론,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나는 책에서 인상 깊게 다가온 4개의 정원을 소개하며 각 정원에 담긴 가치를 소개하려고 한다. 부디, 이 중에서 내가 꿈꾸는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자유롭게 상상하며 읽어주기를.

 

 

 

교훈, 빌라 데스테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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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나 방문자들은 정원 안에 있는 길을 걷다가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한쪽은 선, 다른 한쪽은 악으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정원 내 건축적, 공간적 요소를 단서로 방문자가 쉽게 알 수 있는 논리를 숨겨두고 몇 개 안 되는 길만이 정원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루트를 구성한 것이다. 그 길은 알 수 없는 자연과 비밀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자연과 영혼에 대한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다.”(p.68-69 「빌라 데스테 정원」중에서)

 

헤라클레스의 선택이 떠오르는 설계 구조이다. 신화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끝내 가파른 언덕의 정상에 도달한 헤라클레스처럼, 방문자는 자신의 선택에 이끌려 길을 개척하게 된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미로 구조이다. 인간은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다진다. 헤라클레스 역시 시련을 견디고 성장하며 자극을 받지 않았는가? 단순히 오락의 의미가 아닌, 목표를 향한 동기 부여와 새로운 시작의 자극제로 미로를 설계한 것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간 성장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설계자의 시간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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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데스테 건물의 후면 높은 곳에는 부출입구가 있다. 이곳은 익숙함으로부터 미지의 곳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며, 전설 속 영웅이 지옥으로 내려가는 모험에 도전한다는 의미이다.”(p.71 「빌라 데스테 정원」중에서)

 

마치 인생과 같다. 최근 내 인생의 목표를 고민하기 시작한 나에게는 푼크툼으로 다가온 문구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함을 선호한다. 편안하고 실현 가능한 일을 선택하며 안정을 추구한다. 그러나 높은 꼭대기에 다다르려면 미지의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 너무나도 사랑해 마지않는 익숙함을 던져버려야 한다.

 

인생은 한 번뿐, 내가 가진 모든 역량과 의지를 발휘해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할 용기가 필요하다. 빌라 데스테 정원은 설계자가 평생을 살아가며 느낀 가치와 교훈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이런 정원을 만든다면 삶의 마지막에서 후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만 같다.

 

 

 

내면, 보마르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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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해’라는 명문에 적힌 글귀는 정원 조성의 목적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p.76 「보마르조 정원」중에서)

 

사람의 마음은 단순히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담긴 지금의 감정. 마치 사진을 기록하듯이 정원에 내 마음의 기록을 남기는 것 같다. 치열한 삶을 살아낸 뒤, 나만의 정원을 만들게 된 순간. 내 주변을 돌아봤을 때 어떤 생각이 남을까? 그 의미가 어떤 형태를 가지든 자신을 돌아볼 가장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어머니는 그동안 바쁜 인생을 살아오셨다. 매일 식구들의 식사를 챙기고, 꾸준히 일을 하여 살림에 보탰다. 때로는 누리지 못한 것들에 한탄하면서도 현재 이뤄낸 것들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의 ‘엄마’로서의 삶을 살면서, 나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비로소 나만의 정원을 가꿀 때가 왔다.

 

그 정원에 담긴 어머니의 생각과 마음이 어떠한 형태를 가질지, 나는 너무나도 알고 싶다.

 

 

 

권력, 보르비콩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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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넘치는 이 신화적 상징은 푸케의 위대한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재상으로서의 정치적 성취와 문화, 예술의 후원자로서 위엄까지 나타내려 한 것이다. (중략)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왕의 질투를 유발해 푸케의 야심에 대한 의혹으로 바뀌었다. 그 후 몇 주도 지나지 않아 푸케는 체포되었고 남은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p.84-85 「도전의 정원」중에서)

 

정원은 권력자들의 상징으로 웅장하고 장엄하게 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이야기를 보면 권력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 하지만 많은 권력자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결국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늘 바쁘게 살면서도 새로운 일을 만들고, 얼마 전에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적도 있다(물리적으로 말이다). 그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를 하면서 조금은 깨달은 것이 있다. 과유불급. 그 대상이 권력이든, 다른 무언가이든 마찬가지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삶 속에서도 틈틈이 휴식하고, 지금 나는 괜찮은지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좋아하는 것을 하자. 푸케의 비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다.

 

 

 

자유, 렙턴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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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헤드나 스토우 가든과 같은 초기 풍경식 정원에서 풍부했던 암시와 상징, 사상적 표현과 같은 문화적 영향력은 렙턴의 정원에서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문화적 수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원주가 보고 만족하면 바로 결정하는 것이다.”(p.138 「렙턴의 정원」중에서)

 

마음대로 해라. 가장 어려운 일이다. 왜, 식사 약속이 있을 때도 아무거나 먹자는 말이 제일 힘들지 않은가. 렙턴은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다. 정원은 무수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규칙들을 다 던져버리고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켰다.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정원에 녹여낸다. 결국 정원의 형태에 정답이란 없다. 누군가 점수를 매기고 평가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자유롭게 그 순간 하고 싶은 대로. 내가 만족했다는 것이 곧 의미가 될 테니.

 

 

 

우리, 튤립 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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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튤립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흔히 사람들은 튤립 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린다. 테마파크에 가서도 아름다운 튤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16-17세기에 튤립은 전 세계에 광풍이 일 정도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다.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구근에 대한 수요가 솟구쳐 그야말로 광풍과도 같이 번져갔다. 아마 근세 역사에서 최초의 위험한 광기였을 것이다.”(p.110 「튤립 광풍」중에서)

 

결국 튤립의 가격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수집가들의 그릇된 욕망으로 튤립 광풍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난과 함께 여러 교육과 캠페인이 진행됐으며, 책에는 당시 수집가들을 원숭이에 비유하며 상황을 비판한 재치 있는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여전히 튤립은 특유의 아름답고 다양한 색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광풍은 잠잠해졌으나, 과거 있었던 역사를 알고 나니 튤립이 더욱더 매력적이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뉴욕에 가면 센트럴파크에 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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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에는 센트럴파크가 있다. 익숙하게 부르던 그 이름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비롯되었다니 더욱 흥미가 돋았다.

 

“옴스테드는 공공복지가 질서와 보안, 도시의 경제 생활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한 공중 위생 개선뿐 아니라 잘 정비된 환경을 통해 평등과 사회 정의 원칙이 세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를 위해 자연적 요소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p.167 「뉴욕 센트럴 파크」중에서)

 

도시와 정원은 배치되는 개념처럼 느껴진다. 정원이라 하면 시골의 넓은 부지에 감춰진 나만의 소중한 공간이 떠오른다. 그러나 센트럴파크, 즉 대중 공원은 정원을 가꿀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제공된 낙원이다. 옴스테드가 매우 똑똑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보다 도시가 크게 발전하며 더는 자연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현대인들은 방법을 찾아냈다. 정원을 스스로 가꾸지 않았다고 해도 나의 정원을 만들 수 있다. 내 마음이 쉼을 누리는 공간, 그곳이 바로 당신의 정원이다.

 

 

 

정원의 요소들, 3가지만 고른다면?


 

책은 다양한 정원의 요소들을 소개한다.

 

 
벽, 식물 울타리, 토피어리, 트렐리스, 살아 있는 건축, 비밀의 정원, 동굴, 산, 조각물, 정원 산책로, 정원의 놀라운 요소들, 미로, 정원의 앉는 시설, 꽃, 물, 정원 속 공학 기술, 정원 무대, 장식 화단, 모조 건축과 폴리, 온실, 정원 속 동양, 나무, 외래 식물, 화분, 폐허, 인공 정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많다. 각 요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이 중에서 특이하게 다가왔던 3가지 요소에 대한 감상을 요약해보았다.

 

 

 

첫 번째,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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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의 이미지는 감각을 깨우고, 비밀스러움을 환기시키며 경이로운 마법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동굴로 들어가는 것은 대지라는 모체의 배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동굴은 해가 뜨고 지는 반복되는 시간 관념마저 잃고, 결국 남는 것은 영혼의 시간임을 보여주는 비밀의 장소이다.”(p.198 「동굴」중에서)

 

시간관념이 상실된 장소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낮과 밤에 구애받지 않고,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공간에 나를 맡기고 싶다.

 

 

 

두 번째,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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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결정을 내려야 하며, 결국 해답을 찾아가는 성취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다.”(p.222 「미로」중에서)

 

인간의 도전 정신, 시련을 이겨내고자 하는 욕구가 잘 반영된 장소이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의 장소가, 성장한 우리에게는 그동안 겪은 어려움을 회고하는 장소가 되지 않으려나.

 

 

 

세 번째,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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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대이든 중세이든 오래된 폐허의 이미지는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고 침울해지는 멜랑콜리를 연상케하며, 정원을 고요한 명상의 장소로 바뀌게 한다.”(p.298 「폐허」중에서)

 

위 이미지는 내가 직접 찍은 베트남 어딘가의 폐허 사진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세월을 비껴갈 수 없는 인간의 덧없음이 느껴진다.

 

 

 

Comment


 

내가 리뷰에서 소개한 정원은 극히 일부이며, 책 속에는 각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원들이 등장할 것이다. 설명과 함께 정원에 얽힌 역사와 가치를 세세하게 소개하는 이 책은 소장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제 어머니의 정원은, 그리고 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즐거운 상상을 해볼 시간이다.

 

어머니께 이 책과 리뷰를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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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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