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인스타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글 입력 2022.03.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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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정유진님 안에 계신가요?

오늘 예정되어 있던 인터뷰 하러 왔습니다. 함께 이동하시겠습니다!


대기실에서 나와 스태프를 따라 이동했다. 깔끔한 건물 밖으로 나가니 갑자기 쏟아지는 환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니, 건물 밖에선 낌새도 보이지 않던 아담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싱그러운 잔디와 잘 가꾸어진 꽃들이 햇살과 수분을 머금고 있었고, 주위는 우거진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얀 테이블과 의자들이 곳곳에 놓여있었다.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여유롭게 정원을 거니는 사람들, 꽃과 나무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스태프를 따라 그중 한 테이블 앞에 앉았다. 따사롭고 투명한 공기, 높은 하늘, 잔잔한 바람, 화사한 꽃과 잔디, 적당히 부산한 사람들의 소리에 절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의식하며 스태프의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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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유진님 주변 사람들께서 유진님에 대해 궁금한 질문들을 말씀해 주셨어요. 그 질문들을 바탕으로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고요, 편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Q1.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새로운 빵집을 개척할 때마다 꼭 먹어보는 빵이 있어요. 바로 크루아상(croissant)이에요. 어느 날 한 빵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크루아상을 사다 먹었는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맛있더라고요. 별 가미된 맛이 아닌데도 빵 고유의 고소한 맛과 크루아상의 층층이 쌓인 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그 느낌이 생생히 입안에서 감돌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하나의 고유한 ‘빵집’이 제 마음속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빵집 리스트를 쌓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답니다. 크루아상이 맛있는 빵집은 어느 빵을 먹어도 다 맛있어요. 그리고 맛있는 빵집들의 크루아상은 다 제각각의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답니다. 그래서 ‘감흥 있는 크루아상’ 그게 제가 가장 주목하는 디저트인 것 같습니다. 꽤 주관적이죠. 하하.

 

 

Q2. 요즘 하는 고민이 뭐가 있나요?

 

좋은 친구란 뭘까 하는 고민을 해요. 제가 다양한 사람을 겪으면서 이제 어느 정도 해탈했거든요. 근데 인간관계에서 이런저런 일을 다 겪은 다음에는, 사실 친구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까 그렇게 많은 기대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주위에는 상대를 살뜰히 챙기며 섬세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참 많거든요. 사실 그런 따뜻함이 순수하기 정말 쉽지 않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좋은 친구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정성껏 보듬을 수 있는 그 선이 어디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건 ‘나를 낮추는 것’과는 또 다른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Q3. 여유가 생길 때 어떤 생각을 자주 하나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해요. 단순하게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내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요. 제가 생각하는 잘 산다는 건 그런 거예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 잘 살려면 시간 활용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어떻게 더 많이 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우죠. 결국은 자아실현의 욕망인 것 같아요. 어떻게 내가 ‘나’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긴다는 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돌아볼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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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푸는 방법이 있나요?

 

음 가끔 그림을 그리는데요, 저는 주로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요. 일단 그리고 싶은 대상을 정한 후, 그 대상을 관찰합니다. 어떤 색으로 표현할지, 어느 구도로 표현해야 할지 등등에 대해 생각해요. 그렇게 찬찬히 뜯어보다 보면 그리려는 대상이 제가 알던 대상과는 굉장히 다르게 보여요. 그리고 그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물감을 짜서 섞어줍니다. 꾸덕꾸덕한 물감이 섞일 때 변하는 모양과 그 질감, 소리, 색깔은 오감으로 느껴져요. 우리가 일상에서 그렇게 ‘오래 관찰하고 직접 느끼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저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기분을 느껴요.

 


Q5.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요즘은 호기심. 정확히 말하면 제 삶에 대한 호기심이요. 내일의 내가 어떻게 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10년 뒤에 나는 뭘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잖아요. 오늘 열심히 살고 있다면 그게 미래에 어떤 양분이 될지 궁금하죠. 오늘 하루가 너무 우울했다면 내일도 정말 끔찍할지 궁금해요. 끔찍하다면 얼마나 더 끔찍할까, 내가 언젠가는 과연 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까, 저는 이런 게 너무나 궁금해서 절대 살아가는 걸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끝나버리는 건 너무 쉽잖아요.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니까, 너무나 힘들어도 계속 살아가게 되네요. 이 주제로 조금 더 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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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당신의 이너피스(inner peace)가 필요할 때의 멘트나 행동은?

 

제 플래너 맨 앞장에 적어둔 문구를 소개할 때가 되었군요.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제게 주시옵소서.

 

- 라인홀트 니버 <평온의 기도>

 

 

Q7. 가장 좋아하는 맛집이 있나요?

 

하 이거 너무 어려운데.....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네요. 좋아하는 가게가 너무 많아서요. 좀 돌려서 대답하자면, 외식할 때 기분이 좋아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 소중한 사람과의 즐거운 대화, 식당의 분위기. 어떤 맛집이든 이 세 가지가 갖추어진 곳에서 저는 최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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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장르가 무엇인가요!

 

공포 빼고는 거의 좋아하는 편입니다. 영화 드라마 모두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스릴러나 좀비물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실 핵심은 장르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마냥 단순하지 않게 그려낸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는 사람 이야기를 담고 있기 마련이지만, 그게 실제 삶처럼 복잡다단하게 구현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게 다 뻔해 보여도 뻔하지 않잖아요. 사람들의 감정, 생각, 사건, 관계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히 깊이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 좋아요.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나도 몰랐다는 점을 반성하게끔 하거나, 아니면 그 뻔한 감정과 생각을 다시 신선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작품이요.

 

 

Q9. 잘 지내고 있나요!

 

사실 잘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루하루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 많아요. 이렇게 봄이 오고 있는데 나른한 곡 하나 들으면서 거리를 거닐면 그렇게 삶이 영화처럼 보일 수가 없어요. 쉽게 흔들리지 않고 좋은 일만 기억하려 애쓰며 오늘을 보내는 걸 보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네요.

 

 

Q10.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사실 다른 사람에게 제가 어떻게 기억되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지향하거든요. 그래도 생각해보자면 순수한 사람? 순수하고자 하는 그 마음만큼은 그대로 순수한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속세에 찌들어서 내 모든 것을 다 팔아버린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참 서글플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 먼 훗날 나의 어떤 모습을 좋게 간직한 채 다시 찾아왔을 때, 그 기대가 적어도 실망으로 바뀌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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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30년뒤 생각하는 자기 모습?

 

30년 뒤이면.... 제가 나이가... 하하.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온한 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 얼굴을 보면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이 사람은 불안과 불만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지, 아니면 감사와 만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지. 저는 어떤 삶을 살든 후자였길 바라네요. 지나간 시간이 얼마나 아팠던 충분히 누리고 감사하며 살아온 평온을 가지고 싶어요.

 

 

Q12.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지?

 

질문을 들으니까 그런 생각이 나는 것 같은데요. 행복함에도 정도가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 바빠서 그런지는 몰라도, 찰나의 행복마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따뜻한 조명을 켜놓고 일기를 쓸 때, 침대에 누웠는데 내일이 주말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을 때. 지금도 좋은 질문을 던져준 사람들 덕분에 뜻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몹시 감사해고 행복해요! 어쩌면 행복은 질보다 양을 따지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행복한지, 많이 행복한지 재기보다는 더 많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Q13.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신 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그 질문을 하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제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소중한 질문을 던져준 사람들,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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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정원을 빠져나왔다. 살면서 다시 그와 같은 평화로운 공간을 만날 일이 있을까. 어쩐지 그곳에 무언가를 두고 온 기분이 들었다. 햇살 아래 점차 나른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걸음을 내디뎠다.

 

 

[정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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