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2 SS 컬렉션 리뷰 上 [패션]

- 세상에서 가장 주관적인 컬렉션 리뷰
글 입력 2022.03.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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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한 권조차도 크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어렸을 적부터 컬렉션 북이나 잡지를 보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나는 무얼 입어야 할까.’

   

오뜨쿠튀르나 아방가르드한 디자인들은 하염없이 멀게만 느껴지고, 조금은 난해하게 느껴지는 디자인들도, 아직까지는 대중화되지 않은 트렌드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패션을 부전공으로 두고 있지만, 여전히 패션은 너무나도 어렵고 나는 그런 것들을 소화해낼 수 없는 그저 흔한 사람이기에, 나는 어느 순간부터 룩북을 볼 때 몇 가지의 기준을 두고 마음에 드는 룩들을 찍어두기 시작했다.

   

그 기준은 바로

1. 내가 입을 수 있는 스타일링 혹은 아이템

2. 내가 언젠간 입어보고 싶은 룩

3. 부담스럽지 않은 선 안에서 시선을 끄는 예술적인 디자인들

   

이번 2022 S/S 컬렉션 런웨이를 통해 저 기준들에 부합했던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트렌디한 브랜드 혹은 스타일링을 알아보고자 한다.

 

   

 

1. ACNE STUDIOS 아크네 스튜디오


 

- 스웨덴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ACNE STUDIOS는Ambition to Create Novel __EXPRESSION__의 약자로,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는 야망'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베이직함과 미니멀함이 베이스가 되는 아크네 스튜디오는 잔잔하지만 항상 겸비되어 있는 트렌디함에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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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크네 스튜디오의 2022 ss 컬렉션에서는 주로 웨스턴 무드를 품은 스타일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단단한 가죽과 벨트 버클을 어깨 끈, 카라, 포켓 포인트, 벨트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웨스턴 무드의 강인함과 2022년의 트렌디함이 더해진 아크네 스튜디오만의 웨스턴 스타일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스킨톤의 시폰 프린팅 드레스나 각기 다른 크기의 가죽 조각들로 만든 롱 슬리브 원피스 등 스킨색부터 다크 브라운 컬러들까지 여러 브라운 향연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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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중세 시대의 감성이 묻어나는듯한 룩들도 있었다. 어깨선을 드러내며 살짝 흘러내리는듯한 부드러운 원피스에 가죽에 코르셋 셰이프로 라인이 잡혀있고 장미꽃들이 새겨져있는 뷔스티에를 더함으로써 중세 시대의 감성과 웨스턴 무드의 강인함이 함께 느껴지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톤 온 톤 스타일링이 돋보이는데,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색감에 이러한 상반되는 이미지들을 혼합함으로써 아크네 스튜디오만의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함이 잘 느껴지는 컬렉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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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담감 없이 입을 수 있는 스타일링으로는 이 두 가지 착장을 선정했다.

 

첫 번째 스타일링은 그레이시한 원피스에 올리브 컬러의 시스루 포인트가 들어가 도시적이면서도 과감함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링이다. 차분한 분위기의 원피스 셰이프와 디자인은 단정하고 잔잔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쉬운데 여기에 시스루 원단이 곳곳이 들어가게 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여기에 부츠가 아니더라도 검은색이나 베이지색의 스틸레토 힐을 신어 도시적인 분위기를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스타일링은 편안하면서도 트렌디한 그레이 컬러의 니트 카디건과 스커트 스타일링이다. 긴 기장감의 슬리브의 카디건은 팔을 더 길고 가늘게 보이게 하고, 단정한 디자인에 불규칙적으로 펀칭이 들어간 니트가 만나 베이직하지만 지루함이 없는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로 라이즈 스커트에 벨리 체인 스타일링은 2022년의 Y2K 패션 스타일링의 주요 포인트이기 때문에, 이 착장은 Z세대들의 2022년 만의 트렌디함을 내보일 수 있는 스타일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 AMI 아미


 

- 디올, 지방시, 마크 제이콥스의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마티우시는 2011년 자신의 레이블이 아미를 론칭했다. 파리지앵의 우아함과 재치 있는 프린트, 편안한 디자인의 기본 아이템은 아미가 추구하는 미학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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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착장은 이번 아미 컬렉션에서 가장 브랜드 아미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스타일링이라고 생각했다. 노 버튼 블랙 재킷에 가죽으로 된 브라탑과 하의로는 타이다잉 버뮤다 쇼츠를 매치한 스타일링인데, 전체적으로 박시한 핏의 아이템들을 사용해 편안하지만 노 버튼 블랙 턱시도 재킷은 우아하고 마젠타 컬러의 타이다잉 패턴이 재치스럽지 않은가. 또한, 편안하고 트렌디함 속 눈에 탁 띄는 패턴이 톡톡 튀는 스타일링이 Z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감성과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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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눈이 갔던 스타일링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2022 SS 컬렉션에서 홀터넥 슬리브리스가 많이 등장했는데, 아미에서는 반짝이는 소재의 네트 원피스와 발등을 덮는 긴 기장의 팬츠와 매치한 스타일링으로 선보였다. 걸을 때마다 반사되는 빛에 시선을 사로잡고, 네트 웨어 특유의 시원함이 그린 컬러로 더 잘 느껴지는 것 같다. 위의 슬리브리스 원피스가 몸의 라인을 드러내고 있지만 팬츠를 매치해 페미닌함이 크지 않는데, 옷장 속 페미닌한 옷이 부담스럽다면 아미의 이 스타일링처럼 팬츠를 매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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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담감 없이 입을 수 있는 스타일링으로는 이 두 가지 착장을 선정했다.

   

첫 번째 스타일링은 가죽 롱 코트에 브라탑과 배기팬츠를 매치해 트렌디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스타일링이다. 가죽 롱 코트도 허리 라인에 다트나 라인을 잡아주는 것이 없어서 편안하지만 도시적인 이미지 또한 느껴지고, 브라탑을 함께 스타일링해 답답함을 줄였다.

 

전체적으로 롱한 기장감들의 아우터와 팬츠를 조합했기 때문에 이때 상의 또한 길어지게 되면 전체적으로 무거워질 수도 있었는데, SS 시즌에 맞게 브라탑을 매치해 준 것이 좋은 스타일링 포인트인 것 같다.

 

두 번째 스타일링은 전체적인 스타일링보다는 시스루 상의를 이런 식으로 매치한다면, 부담이 적겠다고 생각이 들어 선정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시스루 상의는 거의 잘 안 입기도 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위 착장을 봤을 때 파스텔 톤의 아우터와 팬츠가 시선을 사로잡음으로써 시스루 상의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밝은 톤의 아우터와 하의에 시스루 상의를 매치해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하게 관능미를 표출해 보는 건 어떨까.

 

 

 

3. GUCCI 구찌


 

-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이자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 패션 브랜드이다. 2015년 이후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등장으로, 2-30대 MZ 세대에서 가장 핫한 명품으로 재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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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구찌 컬렉션은 구찌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동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 두 착장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건 ‘인어공주’였다.

   

첫 번째 룩은 아직은 어리숙한 막내 인어공주처럼 느껴졌다. 투명하고 옥빛의 바다 결은 에메랄드 컬러의 레이스 이너로 느껴졌고, 바닷속 흔들리는 산호를 스커트의 코랄 컬러 퍼 와 레이스들로 흔들림을 표현해낸 듯하다.

 

또한, 티아라 셰이프의 액세서리로 동화 속 공주님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서 시스루 재질과 코르셋, 레이스로 고급스럽기만 한 공주가 아닌 독특하고 재치 있는 ‘구찌’만의 감성이 더해져 현시대 버전의 동화 속 공주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 룩은 흑화한 인어공주 혹은 인간에게 상처받은 인어공주처럼 느껴졌다. 첫 번째 룩처럼 에메랄드 컬러가 사용됐지만, 두꺼운 실에 비즈가 끼워진 드레스로 바다에서 조업에 의해서 혹은 버려지는 그물들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팔꿈치 위까지 덮는 가죽 글러브와 검은색 레이스 가터벨트가 온순함은 사라지고 상처받아 흑화한 인어공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신기했던 건, 이 착장에서는 코르사주로 사용된 꽃들과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드레스가 색이 훨씬 더 연함에도 불구하고, 블랙 컬러의 가터벨트나 가죽 글러브보다 눈에 더 잘 들어오고 매력적으로 느껴져 ‘인어공주’를 연상시킬 수 있었던 점이었다.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명도 차보다는 어떤 제품을 어떠하게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컬러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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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착장의 매력은 헤어 액세서리로 한 티아라와 반대의 이미지 스타일링으로, 상반되는 이미지를 한 착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핑크 베이지 컬러의 새틴 매니시한 정장과 블랙 컬러의 가죽으로 된 장갑과 청크 힐 그리고 메탈 컬러의 드레스 등 컬러와 재질에서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믹스 매치 스타일링이 상반되는 이미지를 더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수동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과거의 프린세스들을 구찌 컬렉션을 통해 능동적으로 세상을 끄는 여성, 프린세스들로 재탄생시켜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풍성한 시폰 드레스만을 입었던 프린세스는 이제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새틴의 정장을 입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고 지혜를 발휘해 전장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러한 프린세스들의 삶을 보여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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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구찌 컬렉션에서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색감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망사 스타킹, 가터벨트, 가죽 글러브 등 포인트 아이템을 상반되는 아이템을 사용함으로써 구찌만의 재치스러움을 한가득 펼쳐낸다. 이 두 착장 또한, 새틴 드레스 혹은 퍼 아이템으로 프린세스 혹은 할리우드의 여배우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망사나 가죽으로 당돌함이 잔뜩 묻은 사랑스러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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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과 9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져 나오는 헤어와 안경 스타일, 그리고 보타이와 턱시도 재킷, 베스트까지 한껏 멋을 부린 그 시절의 배우들을 연상시킨다. 이번 컬렉션은 할리우드에서 진행되었는데, 할리우드는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유년 시절에 특별한 영감을 주었던 만큼, 이번 컬렉션에서 그가 사랑한 그 시절 할리우드의 감성과 무드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2022 S/S 컬렉션 아크네 스튜디오, 아미, 구찌 컬렉션을 통해 내가 입을 수 있는 혹은 내가 언젠간 입어보고 싶은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 안에서 시선을 끄는 예술적인 디자인들을 살펴보았는데, 2022 SS 컬렉션 리뷰 下에서는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브랜드들과 패션들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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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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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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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알못인 제게 패션은 늘 난해하고 어려우면서도 알아내고 싶은 미지 자체였는데 에디터픽 덕분에 2022 트렌드를 어렵지 않게 좇아본 것 같아요! 만날 버튼, 바지 이러다가 버클, 팬츠, 탑 등 정확한 네임에 더 흥미롭고 ㅎㅎ 지극히 주관적인 픽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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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 세개의 브랜드의 런웨이를 다 본거 같아요! 전체적인 무드를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런웨이룩은 일상에서 입기 어렵게만 느껴졋는데 일상에서도 활용가능한 이쁜 스타일링 뽑아주셔서 더 현실감잇게 읽엇습니다ㅎㅎ 구찌 룩 해석도 인어공주라는 표현 너무 잘와닿앗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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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잘 됐어요! 특히 각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올해에 어떤 룩의 유행을 예상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ㅎㅎ 다음 편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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