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감정을 담아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지아의 세계

일러스트레이터 정지아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2.03.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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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CHAPTER 1. 일러스트레이터 정지아를 소개합니다.


 

2017.png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지아입니다.

 

 

- 사람들에게는 '늘무'라는 닉네임으로 많이 익숙하신데, 실명으로 활동을 시작하시게 되었네요.

 

그 닉네임을 오래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한 7년을 쓰게 되었네요. 원래부터 제 이름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전 제 이름도 제가 지었어요. 뜻 지(志)에 나 아(我), 나의 뜻대로 살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개명했어요.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현재 두 번째 VOD를 제작 중입니다. 이번에는 인체해부학인데 볼륨이 50강이나 되어서 계속 제작 중이고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편에서 두 편을 녹화하고, 스크립트를 쓰고 영상을 제작하는데 사실 어제는 여섯 편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유튜브는 주 2회 업로드를 하고 6시간 남짓의 강의도 주 2회 하고, 일러스트는 최근 스터디 중이라서 일주일에 한 개씩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고 타투 도안도 그리고 있습니다.

 

 

- 작가님께서 11년 동안 온라인상에서 그림 활동을 진행하셨죠. 처음 인터넷에 그림을 올리며 쭉 활동하시게 된 작가님의 내력이 궁금합니다.

 

저는 조금씩 지속적으로 해서 작은 성취들을 모아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을 좋아해요. 그림도 ‘꾸준히 해서 무언가 성취를 이루고 싶다’라고 큰 생각 없이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에, 저도 10년 넘게 그림을 그릴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그림을 시작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네이버에 '그림'으로 검색을 해서 그림 카페에 들어가 가입했어요. 19살 때 인터넷에서 그림 카페에 그림을 올리면서 활동을 처음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타블렛이 없어서 마우스로 그렸는데, 그때 그렸던 그림이에요.

 

 

첫그림_업로드용.JPG

 

     

이렇게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서 활동을 하다가 19살엔 게임 일러스트 외주와 3D 모델러로 게임회사에 입사해 프로로 활동을 했어요. 네이버 블로그와 SNS 중 트위터를 주로 하다가, 23살쯤엔 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2개월이라는 2개월 크로키 스터디 19살에 진행했었는데, 그 당시 많은 분들이 호응을 보내주셔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덧글이 1000개에서 계속 갱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160이라는 제 키인 160cm만큼 공책으로 탑 쌓기 프로젝트를 얼마 전에 완수했어요. 키만큼 그림으로 탑을 쌓는 데 10년이 걸렸네요.



- 작가님께서는 그림이 재능이었나요?


네, 아무래도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본부 교육청 연합 학교들 모여서 하는 미술대회에 나갔는데 제가 거기 나가서 최우수상을 탔거든요. 그런데 미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상을 탄 것이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과거를 ‘배가 고프다’라고 설명하셨던 적이 있죠.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작가님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행위인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는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힘이었어요. 그때의 저는 초라하고, 볼품없고,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아무것도 없는 아이였거든요. 어른이 되는 미래를 꿈꿀 수 없었는데, 그림만이 미래를 꿈꾸게 해줬죠. 그림이 유일하게 저를 살아있게 하고, 미래를 기대하게 하고,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줬어요. 처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당시의 인생에서 벗어나게 해 줄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이 그림이어서 였어요. 인생이 너무 힘들어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기도 했지만, 단지 행복만으로는 그렇게 인생의 모든 걸 걸고 그릴 수 없었을 거예요.


삶이 조금 더 편안하고 윤택해지고 나서는 그림을 그릴 이유를 잃어버렸어요. 이미 이루고 싶은 것들을 그림으로 이루었고, 그림이 더 이상 유일한 삶의 행복도 아니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나는 그림을 진정으로 좋아한다기보단 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이유가 사라지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혼란스러워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그림은 ‘그럼에도 불구한 것’인 것 같아요. 또다시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해하는 걸 보면 그림은 삶의 동반자이자 친구 같아요. 이제 더 이상 그림이 유일한 것이 아니어도 계속 함께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저에게 있어 그림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 그런 어린 시절이 그림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나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게 공포감이 있어 그림을 그릴 때도 강박적일 정도로 자기통제에 집착하게 됐어요. 저는 스케줄러를 쓰는데, 하루를 몇십 개로 쪼개서 빽빽하게 계획을 세우고 통제를 했어요. 그림에도 그게 적용이 돼서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인간이 불가능한 업적을 준 다음 그걸 실제로 해내고 스스로 안심하고, 그걸 반복하니까 겉으로는 정말 성실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스스로는 너무 괴로웠어요. 그런데 인간이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상담을 받고 자기통제가 좀 덜해져서 하루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합니다.

 

 

황혼의 신부_업로드용2.png

 

 

- 작가님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콘텐츠나 사건, 혹은 인물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10년에 걸쳐 영향을 받은 한 사람이 있어요. 그림을 시작할 때 만났던 10년 된 친구인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정말 멋진 작가예요. 저를 지금까지 살아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긍정적인 영향력과 영감과 꿈을 준 친구입니다. 그림을 같이 그리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배우고, 같은 자료를 보는 등 모든 10년을 함께 했어요.

 

그래서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분들 중에서도 이 친구의 그림을 가장 좋아해요. 그 친구가 너무 잘 그리기도 하고, 같이 함께 쌓아온 추억과 시간과 노력이 그 친구의 그림에 모두 녹아들어있어서 그 친구 그림을 볼 때는 많은 감정이 들어요.


 

- 미술 학원을 다녔었고, 그 당시의 그림 스타일이 지금의 그림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줬었다고 하셨던 것도 기억이 나요.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떻게 지금의 화풍이 확립되었을까요?


성인이 되어서 학원을 몇 번 다녔는데 3개월 이상 길게 다닌 적은 없었어요. 컬러를 그릴 때 라이트&섀도, 명도가 맞아야 된다는 것에 큰 깨달음을 얻어 그 뒤로 색을 좀 더 다양하게 쓰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CHAPTER 2. 정지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아름답고 유려합니다.



- 작가님의 그림 중 가장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그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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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의 계승자(Successor of the Crown)>라는, 스스로 저의 시그니처 같은 그림이에요. 2년 전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생각을 정말 많이 하고 평생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결정을 내렸는데, 그 당시 그렸던 그림이거든요. 하루 만에 그렸는데 정말 좋은 그림이 나와서 스스로도 놀란 그림이기도 해요.

 

온갖 통제하려는 외부 요인들이 있고, 외부의 압력에 의해 왕관을 쓰는 모습이에요. 제가 말장난을 좋아하는데, Crown은 왕관이지만 발음이 비슷한 Clown이 광대라는 뜻이라서 신성한 왕위 계승자이면서 동시에 광대로 추대된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품은 검을 숨기고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겠다는, 그런 제가 좋아하는 키워드인 ‘운명의 개척’의 정수 같은 그림이에요.



-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이 이 그림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생각하며 감정이 느껴지도록 그리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써요. 저는 항상 어떻게 감정을 전달할까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보는 사람이 무엇을 느끼느냐’ ‘그린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예요. 이 의미를 담아 전달하면 보는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 이런 점을 항상 중요시 여기며 그립니다.


만화는 연속적인 컷들로 인해 그 컷과 사이사이를 이어서 시간의 흐름을 만드는 매체고, 일러스트는 한 컷에 고정되어 그곳에 시간을 함께 고정시키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러스트에서 시선의 흐름에 따라서 장치를 넣어 그려요.

 

 

Deadly Love.jpg

 

 

예를 들면, 위의 그림은 < Deadly Love >라는 그림이에요. 이 그림은 시선의 흐름에 따라서 화살을 맞은 게 보이고, 그 화살을 따라 표정이 보이고, 그 표정 다음에 아래에 깔려있는 사람이 보여요. 이렇게 시선의 흐름에 따라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멈춰있는 순간이지만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연속성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CHAPTER 3. 정지아, 그가 내딛는 길


 

- 예전에는 에스크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질문에 답변해 주셨었죠. 과외, VOD 팬딩, 책 작업, 타투 등등 다양하게 진행하시다가 최근에는 유튜브도 시작하셨어요.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다양한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은 기회를 접하고 싶어서'입니다. 기존에 계속하던 일을 똑같이 하는 것보다 새로운 분야의 일들을 더 많이 도전해 보고 싶어서 하다 보니 이렇게 많아지게 되었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정리해 나가며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할 예정이에요. 제가 올해로 강의가 7년 차거든요. 그동안 강의를 한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어 남는 기록이 없다는 게 아쉬워서 강의 내용을 백업하기 위해 VOD와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유튜브에는 주로 어떤 영상들이 올라갈 예정인가요?


기본적으로 주된 콘텐츠는 스피드 페인팅과 강의 영상, 그림 피드백 등의 평범한 그림 유튜버의 콘텐츠와 비슷할 것 같아요. 그동안의 강의 내용을 공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커서, 강의가 주 콘텐츠가 될 것 같긴 해요. 강의 영상을 어느 정도 올리고 나면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좀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시청자들과 호응하고 리퀘스트를 주고받거나 다양한 아이디어의 쇼츠 영상들을 좀 더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숏 플랫폼의 짧은 영상들이 상당히 재미있더라고요.

 

 

-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더 하고 싶으신가요?


일단 2022년도는 유튜브와 VOD에 주력할 것 같아요. 코로나가 좀 진정되고 나면 타투도 더 적극적으로 하고 해외 게스트워크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안 해본 분야의 일러스트 일들도 해보고 싶어요. 컬래버레이션이나 상업작도 그려보고 싶고, 출판도 해보고 싶고 전시도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전시를 하려고 했었는데, 준비까지 하고 계약까지 했을 때 코로나가 딱 터졌어요. 이렇듯 오프라인 활동은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잠정적 보류를 하고 있는데, 내년쯤에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림 외에는 운동을 해보고 싶어요. 스쿠버다이빙, 자전거도 더 타고 싶고, 철인 삼종 경기도 해보고 싶어요. 코로나 전에는 운동을 많이 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집 밖으로 많이 못 나가서요.



 

CHAPTER 4.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러스트레이터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보답을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어떠한 그룹이나 분야에 속했든 상관없이 노력으로 공평하게 성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 다시 태어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다른 업으로 삼아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그림이 저의 인생의 모든 것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림을 제외한 삶은 생각하기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림 외에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글을 쓸 수도 있고,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도 있고, 향수를 만들거나 공예를 하거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숱하게 다양한 직업을 살아볼 것 같아요. 하지만 주 직업은 무엇이 되었든 언제 어디서나 다시 태어나도 항상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아요.

 

 

 

CHAPTER 5.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정지아'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남겨지고 싶나요?



삶을 노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맨땅에서 개척해나가고, 새로운 도전을 끝없이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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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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