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taff only – 공간을 향유하다 [공간]

글 입력 2022.03.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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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only. 이 글자가 쓰인 문을 보면 머릿속에 여러 가지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저 문 너머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그들은 어쩌다 한 공간에 모이게 된 것일까? 서로 얼마나 친할까? 일반인과 어떤 다른 기분을 느낄까? 등등.

 

‘관계자’라는 말은 ‘일정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렇기에 아무나 관계자가 될 수 없다. 관계자가 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 공간과 관련하여 남들보다는 조금 더 내밀한 관심이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모인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이 관리하는 ‘공간’은 일반인에게보다는 조금 더 특별하겠지.

 

나에게도 그러한 특별한 공간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아직 일반인들은 출입을 못 하지만, 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 들어가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음이 맞는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staff only’라고 쓰인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곳은 바로, 학교에서 모차르트, 바흐, 쇼팽 등 클래식을 틀어주는 고전음악감상실이다. 이 고전음악감상실 운영 staff는 모두 클래식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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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문에 ‘staff only’가 쓰여있는 동아리방. 그곳에는 안락한 소파와 책상, 피아노 한 대, 그리고 각종 책과 악보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동아리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그 방에 드나든다. 아무도 없을 때 소파에 누워 잠을 자기도 하고, 본인의 악기를 보관하거나 연습하기도 한다. 5평도 안 될 것 같은 아주 좁은 공간이지만, 그 방은 불이 켜져 있는 시간이 많다.

 

두 번째로,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넓은 음악 감상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커다란 앰프와 스피커, 안락한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리고 따뜻하고 은은한 노란 조명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음악 감상 공간은 평일 정해진 시간대에 교내 사람들에게 개방된다. 수업을 듣다 갈 곳 없는 사람들, 혹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음악을 감상한다.

 

세 번째로, 음악 감상 공간 뒤편에 놓인 ‘박스’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 역시 ‘staff only’로, 감상실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고르고 조정하는 핵심 공간이다. 그곳에는 만 개가 넘는 클래식 cd와 많은 음악 장비들, 테이블이 있다. 박스에서는 큰 유리 창문을 통해 음악 감상 공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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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들은 이 공간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는다. 과제를 하려고, 낯익은 얼굴들이 있나 싶어서, 혹은 별일이 없어도 그냥 시간을 보내러 온다. 심지어는 학교를 졸업해 직장인이 된 사람들도 가끔 감상실을 찾는다.

 

다른 수많은 공간을 두고 오랜 시간 동안 음악감상실을 찾아오는 staff들에게 음악감상실은 상당히 편안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우리는 서로 모여 담소를 나누다 각자 떠날 시간이 오면 종종 말한다. “여기는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어.”


나에게도 음악감상실은 소중한 공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나에게 쇼팽, 모차르트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를 고고한 취미, 교양으로 여기며 지루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가니 모두가 서로를 환영했다. 음악감상실에서는 누구든 모이기만 하면 자연스레 클래식 이야기가 나왔다. 나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취미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하루하루 담아내는 공간이 바로 음악감상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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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이라는 공간에서는 내가 ‘나’를 담아낼 수 있다. 음악감상실에서는 나는 이러한 음악을 좋아한다고, 내 취향은 이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어떠한 공간의 staff가 된다는 건, ‘나’를 그 공간에 담는다는 의미 같다. 학번도 기수도 서로의 소통에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클래식을 통해 ‘나’를 나눈다. 그 가감 없는 모습에 staff들끼리는 서로 편안함을 느끼고, 조금 더 경계심을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취미를 조금 더 다양한 사람과 나눈다. 음악감상실의 staff들은 고심하며 선곡하고, 클래식을 통해 소통한다. 클래식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음악감상실에 모여 우리가 트는 음악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긴다. 어떠한 공간의 staff가 된다는 건, ‘나’를 그 공간을 통해 나눈다는 의미 같다.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과 음악을 나눌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우리 staff들은 음악감상실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staff only의 경계, 음악감상실이라는 공간이 staff인 나에게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나’를 기꺼이 이 공간에 담아내고, ‘나’를 함께 나눌 사람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올 때마다 나는 너무 행복하다. 나의 취향의 한 부분을 그대로 들려줄 수 있어서. 감상실 뒤편 ‘staff only’라고 쓰인 박스에서 음악을 튼 채 감상실 전체를 바라보면 그렇게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샘솟을 수가 없다. 나는 이 공간과 무언가 조금 더 엮여있구나. 내가 그런 용기와 책임을 갖고 있구나.

 

언제 어디서나 봐도 활짝 열고 싶은 말, staff only.

 

 

[정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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