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2022년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글 입력 2022.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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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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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질문이지만 결코 단순히 답할 수 없는 물음이다. 질문에 알맞은 답을 하기 위해선 우선 질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문화’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술, 음악, 영화와 같은 콘텐츠를 아우르는 문화 예술이다. 조금 더 뒤로 물러나 본다면 한 문화를 다른 문화권과 구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부터 중요히 생각하는 가치와 관념, 각종 사회제도, 암묵적 합의들까지 말이다. 이렇게 폭넓은 문화의 개념 안에서, 오늘은 문화 예술로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문화’라는 주제를 좀 더 좁게 생각해 보았지만, 좋은 문화란 무엇인지 모든 사람이 동의할 만한 답을 내리긴 불가능하다. 우선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 다르다. 말하지 않아도 공유하는 믿음과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도 각기 다르다. 이러한 맥락을 모르고서는 그 어떤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나는 힌트를 얻었다. 하나의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간직한 역사에 따라, 그들이 살아가는 시공간에 따라 문화의 개념과 이해가 달라진다면, 2022년 한국에서 좋은 문화란 무엇인지, 이 질문만은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문화란 무엇일까?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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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적 재난이라 불리는 코로나19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마스크 아래로 표정을 감추길 3년째. 사회가 크게 흔들릴 때에는 가장 취약한 부분을 숨기지 못하는 법이다.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몰아넣었던 사회적 약자들, 그들이 겪어온 열악한 환경과 대우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세대 간 갈등, 성별 간 갈등은 번져가고 소리 지르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는 시대란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모든 것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이 현장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권력을 쥐고 흔들 이야깃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서로에 대한 날선 비난과 편가르기는 심해져만 간다.


좋은 시선으로 보고 싶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 간 바라본 사회의 모습은 이러했다. 편견과 혐오는 만연해지고, 약한 이들은 더욱더 노골적으로 배제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혼란한 틈에 분명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 주어야 할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디서나 선동과 날조가 가득한 시대에,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세상을 이 사람의 말, 저 사람의 말로 흡수하기에 바빴다.


이러한 혼란의 시대에 문화는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밀려드는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온전한 나의 사고와 판단으로 평가하고, 결론을 낼 수 있어야 휩쓸리지 않으니 말이다. 왜 꼭 문화가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그 기능을 해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문화 예술은 보고 즐기는 것 자체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유희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스피커 역할을 한다. 토론회, 기사, 책, 강의와 같은 사회를 비판하는 전통적인 스피커와는 다르다. 그리고 그 점이 문화를 특별하게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정부를 향한 퍼포먼스, 사회의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그림, 나아지지 않는 오늘을 빗댄 노랫말은 오래 소멸되지 않을 메시지를, 선명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예술 작품의 은유적인 이야기 앞에선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문화가 곧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퇴근하지 않는 사회, 쉼의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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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우리 사회의 특징은 퇴근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 학생 때부터 대학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누군가보다 더 나은 나, 경쟁에서 이기는 내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게 된다. 그다음엔 취업을 위해, 취업을 하고 나면 퇴근 후 자기계발까지 끝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최근 유행이 된 미라클 모닝, 이른 새벽 독서와 공부로 하루를 여는 트렌드. 이러한 현상들이 단지 사람들이 본래 지닌 성향과 관심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뒤처지는 사회에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감이 쌓이고 쌓인 탓이리라 생각한다.


사회가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이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열된 분위기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주는 부정적 영향은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대에 문화는 쉼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만큼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 친구와 가족의 상태를 돌봐 줄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어야 한다.


직설적으로 힘들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문화 예술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선 단순히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문화 예술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같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회화 작품, 매일매일 겪는 스트레스처럼 뾰족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 웅장하게 휘몰아치는 음악. 사람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읽고, 다른 포인트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이러한 문화 예술의 피로한 사회를 단번에 해결해 줄 리는 없다. 하지만 잠시나마 쉬어가면서 다양한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다른 누가 정의한 게 아닌,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에 집중해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문화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좋은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문화, 잠시 쉬어가며 나를 되돌아보게 해줄 수 있는 문화. 이것만이 좋은 문화인 것도, 꼭 이 특징을 지녀야만 좋은 문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줄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문화를 누리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내일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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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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