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세계에 들러주어서 고마웠어. - 소피의 세계 [영화]

글 입력 2022.02.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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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우연히 2년 전 남편과 찍은 사진을 발견하게 된 수영. 클릭을 해보니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포스팅이었다. 블로그의 주인장은 2년 전 나흘의 여행 동안 수영과 종구 부부의 집에서 머물렀던 소피이다. 수영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그때의 일상을, 소피의 글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


2020년 가을, 수영과 종구는 최악의 시기를 버티고 있었다. 시어머니의 건강 사정 때문에 수영은 따로 나가 살아야 하게 되었고, 종구는 그런 상황 속에서 죄책감에 빠졌다. 둘 사이에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둘 다 제대로 대화하기를 회피한다. 응어리진 마음은 말다툼으로 번졌지만, 결국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사과와 화해를 하게 된다.


그날 핸드폰을 가지러 잠시 집에 들어왔던 소피가 그 소리를 들었고, 블로그에 일기를 남긴 것이다. 소피의 눈에 비쳤던 나흘의 기록을 읽으며 수영은 회상에 빠지고, 과거에는 알 수 없었던 종구의 감정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는 수영과 종구의 이야기이지만 소피의 기억이기도 하다. ‘소피의 세계’에서는, 소피의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인물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또한 그들의 삶이 어떻게 조금씩 스쳐왔는지를 그린다.




우리는 저마다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인간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감정을 가지고 살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안에 끝없이 펼쳐지는 세계가 있듯이 모두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세계 그 자체일 것이다.


나의 세계는 결국 내가 보고 느낀 것들로 이루어지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세상 반대쪽에 있는 사람의 삶을 알게 되더라도, 결국 나의 세계에 남게 되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해석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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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도 북촌이라는 공간에서 스치며 살긴 하지만, 각자 너무도 다른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북촌이라는 공간은 그들 모두에게 다르게 인식되고, 같은 공간에서 보낸 시간마저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된다.


소피가 자신의 세계 속에서 기대했던 것과 실제 북촌에서의 여행은 꽤 차이가 났을 것 같다. 소피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북촌에 여행을 왔지만, 옛 인연들을 다시 만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모두 각자의 다른 삶과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하며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던, 서로의 세계를 맞대던 때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다.


그들은 소피에게, 그리고 소피도 그들에게 한때 중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나오지 않지만 소피는 주호에게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라 말하고, 소피의 친구 조는 소피와 함께 공부했던 시절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때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였던 그들이, 이제는 단 하루를 함께 보내기도 어렵게 되어버린 것을 보며 왠지 쓸쓸한 감정이 들었다.

 

 

 

서로의 세계에 방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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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친구들과 함께 인왕산에 오르고 싶었던 마음을 어느 정도 접게 된다. 하지만 수영과 종구가 소피의 장갑 선물을 받고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일정을 변경해 그녀와 함께 인왕산에 간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인연들이, 소피의 세계에 새로운 추억을 심어준 것이다.


소피가 떠나는 날, 수영과 종구는 그녀를 따뜻하게 포옹하며 다음에 다시 보자는 인사를 한다. 어쩌면,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더라도 서로에게 충분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소피의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함께 만든 추억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피가 남긴 작은 기록들이 2년 후 수영에게 다시 가닿아 따뜻한 감정을 전해주었듯, 기억은 언제고 되살아나 힘이 되어줄 수 있다.


“사소한 것들도 사진으로 정리하고 글로 써 놓으면 특별해진다.”


소피가 기록을 하는 이유이다. 나의 일기와 사진첩 속에도 일상의 조각을 남기고 간 이들이 많다. 사소하면서도 특별했던 옛 인연들을 다시 떠올리며, 언젠가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생각했다.


잠시나마 나의 세계에 들러주어서 고마웠어. 잘 지내고,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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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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