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벌어진 좀비 사태

글 입력 2022.02.2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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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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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시청 1위를 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본디 좀비는 한국 영상물에서 흔치 않은 소재였다. 영화 <부산행>으로 한국식 좀비 서사가 먹힌다는 것이 증명된 데 힘입어, 2011년에 완결된 학교 배경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2022년 현재 시점의 모습으로 각색하여 들고나온 것이다. 개봉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드라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본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영화 속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처럼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로 일상생활이 무너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 학교 배경의 좀비물이 생소하다는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넷플 릭스답게 연출도 대단한데, 작중 인물인 청산이가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책꽂이를 징검다리로 밟고 좀비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은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인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나 인물을 통한 공감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때문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주인공들에게 부여된 보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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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주인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온조와 청산이다. 둘의 이야기에서 초반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온조와 청산이는 옆집에 사는 소꿉친구이다. 둘은 어렸을 때부터 붙어 다녀서 학교 내엔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느 날 반 친구 한 명이 실종되었다. 다음 날 수업 시간에 실종되었던 친구가 갑자기 뛰어 들어와 과학 선생님이 자신을 감금했다는 말을 남기고 기절한다. 보건실로 급하게 옮기지만 갑작스러운 발작 증세를 보이고 옆 사람을 물려고 한다. 진정제를 놓고 응급실에 전화해 급하게 이송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교사가 학생으로부터 물리면서 바이러스 전파가 시작된다.

 

보건 선생님은 곧 좀비로 변하고 닥치는 대로 학생들을 물기 시작한다. 영화적 허용인 것 같지만 좀비가 타인을 물고 나서 몇 분 내로 물린 사람은 변이가 시작된다. 로딩 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이 세계관에서 인간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게 한다. 좀비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좀비에 대항할 마땅한 무기도 없고 힘도 없는 아이들은 교실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린다.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는 사실과 온갖 추측과 소문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의 인터넷과 전화가 끊기고 외부와의 연락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사건들의 중심에 있는 온조와 청산은 주인공이라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어설픈 고등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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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온조인가? 온조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고백도 맥락 없이 하는 애다. 친한 친구가 좀비로 변했는데 떨어지는 걸 놓지 못하는 마음 약한 모습도 있다. 주인공은 역경을 이겨내야 하기에 좀 더 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온조는 겁이 없고 상황 판단이 빠르긴 하다. 간이화장실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소화기로 좀비를 내쫓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런 잔재주로 무지막지한 K-좀비랜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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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청산인가? 청산이는 겨우 날쌘 게 전부고 싸움도 못한다. 좀비가 점령한 교무실로 핸드폰을 구하러 갈 때조차 친구한테 온조랑 사귈 거냐며 물어보는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덜 다듬어졌고 더 날 것이고 아직 많이 어설픈 모습이다. 이 둘은 남라처럼 ‘절비’(절반만 좀비)가 되어 좀비를 찢어놓지도 못하고, 수혁이처럼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아이들 중에서도 조금 더 보편성을 부여받은 것이 온조와 청산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고 평범하기에 조금 더 머뭇대고 흔들린다. 그 속에서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에 온조와 청산이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다.

 

 

 

영화 속에만 있는 일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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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보편성을 획득했다. 더불어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온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비단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들도 아니다. 이렇게 보편적인 아이들이 겪는 비극은 우리를 공감하고 주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재난 상황에 방치된 아이들을 발견한다. 유례없는 좀비 바이러스로 아비규환이 된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소란 피우지 말라며 아이들을 통제하려고만 한다. 어떠한 대안도 없고 학생들의 생명을 구할 자신도 없으면서. ‘선실에 가만히 있어라.’ 세월호 사건 당시 방송으로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지키던 아이들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해결은커녕 도리어 일이 커진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자며 문제 상황을 덮어버리는 교장의 모습도 있다. “너만 교사야? 당신이 그렇게 잘났어? 학교 일은 학교에서 해결하는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스쿨 미투 후 몇 년이 흘렀다. 그건 남 일이 아니었고 학교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좀비 상황에 벌어지는 수많은 부조리한 사건들, 사회적으로 권력도 돈도 무엇도 아직 이룰 기회를 얻지 못한 평범한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 이런 특수한 좀비 사태 아래에서만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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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겪어낸 아이들은 결국 구조를 기다리는 것을 그만둔다.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을 뒤로하고 겨우 좀비 무리를 지나 학교로부터 도망친다. 더 이상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상실을 너무 많이 목격한 아이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온조는 말한다. “나 다신 어른들한테 아무 부탁 안 할 거예요. 그러니까 나한테 어떤 협조도 기대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스스로 살아남으려 애쓴다. 자력구제 말고, 초반에 열두 명이었던 학생들이 절반도 못 살아남기 전에 도움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구했더라면, 아이들은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위하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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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어떤 상황이 와도 절대 죽지 마. 그리고 그 누구도 죽게 만들지 마.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면,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니게 돼."

 

 

아이들을 위해주었던 담임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아이들은 더 이상 아무도 놓지 않는다. 상실을 통해 배운 건 서로를 지키고 위하는 마음이었다.

 

학교에 갇혀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다가 초코바 하나를 겨우 발견했는데 그 초코바마저 친구에게 양보하는 것. 아이들을 지키려고 좀비 떼에 달려든 선생님의 마음, 친구들을 위해 위험한 일에 자원하는 의지. 그게 무엇보다 중요한 걸 알게 될 때에서야. 좀비도 인간도 아닌 것 말고, ‘절비’가 다음 세대의 인류인 것처럼 대단히 포장하지 말고. 그저 평범하게 서로를 위하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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