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용기와 자유 그리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 쉬운 천국 [도서]

글 입력 2022.02.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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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이던 날, 얼마 없는 친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물과 함께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것들 중 눈을 사로잡는 선물이 있었다. 책이다. 책을 선물하고 받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실 책 선물을 몇 번했다가 상대방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그 뒤로 책을 선물로 준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환영이다. 친구는 책 선물과 함께  자신이 읽어봤는데 너무 좋아서 나에게도 이 책을 선물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선물 받은 책은 유지혜 작가님의 쓴 ‘쉬운 천국’이다.

 

쉬운 천국,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이 단어를 입 밖으로 몇 번이고 내뱉었다. 첫 번째에는 쉬운, 천국. 형용사와 명사를 따로 끊어어 읽었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지나니 쉬운 천국은 어느새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내가 생각한 천국은 사후세계이다. 또한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친한 친구가 있는 나로서 천국은 아무나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천국 앞에 쉽다는 의미를 더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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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한 청춘의 여행기를 담았다. 그리고 첫 장을 펼치면 다음과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운명은 어딘가 다른 데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이 책의 모든 것을 통합한 한 문장이다. 작가가 말는 성장은 해가 변하면서 먹는 나이가 아니고, 지식의 쌓임도 아니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성장이다. 마음의 성장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쉬운 천국’을 한 장 씩 읽어 나가면 알게 될 것이다.

 

큰 챕터의 구분을 숫자와 도시의 이름으로 했다.

1. 스물여섯, 뉴욕 베를린 파리 런던

2. 스물일곱, 파리 베를린 런던

3. 스물여덟, 베를린 파리 런던

4. 스물여덟, 뉴욕

5. 스물여덟, 비엔나

6. 스물여덟, 파리

7. 스물아홉, 런던

8. 스물아홉, 여섯 번째 런던

 

짧지만 숫자에서 용기를 도시에서는 자유를 보았다.

 

“쉬지 않고 글을 썼다. 계속 읽고 계속 떠났다.” - 쉬운 천국, 100p

 

그에게 있어 쓰다, 읽다, 떠나다가 삶에 있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나는 동경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작가처럼 파리의 카페에서 양장본으로 된 책을 읽는 나의 모습, 책을 읽다 갑자기 스쳐가는 망상을 잊기 전에 노트에 적는 나의 모습. 글을 쓰고, 계속 읽고 계속 떠나는 자연스러운 나를 나에게 각인시켰다.

 

책 속에는 그의 생활이 담겨 있는 만큼 그의 친구가 많이 등장한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베를린, 런던, 파리 각 도시에 친구들이 존재하다는 것이다. 어느 나이, 어느 순간이 여러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들 사귀었을지 부러움이 섞였다. 나의 곳을 떠나 낯선 곳에 도착해 익숙한 얼굴을 만난다는 것, 그 얼마나 기쁨이 솟구치는지 감정을 짐작할 수 있다.

 

책 속 주현은 영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작가의 친구이다. 글에서는 그녀를 홍콩 영화 주인공 같다고 표현한다. 나는 이 문장만으로 단번에 그녀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한다.

 

“처음엔 영국에 올 생각도 없었다고 말하는 솔직함에 이리저리 흘러가듯 살아도 자기 자신다운 그녀가 기특했다. 말로 정의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는 자유로운 자아.” - 쉬운 천국 228p

 

나의 미래를 그리며 몇 번이고 다짐했던 삶의 모토이다. 얼굴도 본 적 없고 이름 석자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미래를 본 것이다. 나의 삶이 바람처럼 강물처럼 유연하길 바랬다. 바람의 종착지는 언덕 가장 위 나무일 테고, 강물의 총작지는 가장 낮은 물길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방황하는 것이 아님을 몇 줄 되지 않는 주현의 삶을 보고 다시 한번 굳게 다졌다.

 

그리고 하나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흐르듯 사는 것이 모든 것을 놓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을 가지고 해내며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흔히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다. 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흐르듯 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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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쉽게 맛볼 수 있는 방법을 얻었다. 해피 로드. 나의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꿀 어떠한 행동과 사물을 찾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해피 로드를 쭉 나열한다. 그의 해피 로드를 한 줄씩 읽어 나가며 그 순간을 상상했다. 그리고 모든 해피로드에 큰 조건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하루 속에 박혀 있는 너무 작아서 알아차리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나도 나의 해피로드를 써보기로 했다. 무거운 아픔이 나를 누르고 마음에 응어리가 있다고 한들 나를 순간에 바꾸어줄 무언가를 생활 속에서 찾고 행해야겠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쉬운 천국에 닿기 위해서.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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