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게 사진이라고? :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전시]

"그저 재미있게 노는 것을 일이라고 부를 수도 있구나."
글 입력 2022.02.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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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_공식 포스터.jpg

 

 

 

SNS 하시나요?


 

범람하는 정보의 시대에서 '소셜 네트워크인터넷상에서 개인 또는 집단이 형성하는 인적 관계'란 매우 중요한 창구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 한국인에게, 특히 유행에 민감한 청년층에게 "SNS 하시나요?"라는 질문만큼 멍청한 것이 없다는 소리다. 필자 역시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롯한 SNS 계정을 몇 개 가지고 있다.

 

다만 SNS '하시나요?' 에 대한 내 대답은 "글쎄요"다. 잘 접속하지도 않을 뿐더러 SNS 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유행들과 문화들에 거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사각형 프레임 속에 정갈하게, 혹은 어여쁘게 수납된 갖가지 정보들과 사진들에 나는 도저히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21세기 청년으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불치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단순히 '포스터가 예뻐서' 가고자 마음억었던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의 전시장 입구에서 필자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나의 앞에 123팀의 대기 인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장소 자체가 현대백화점 한복판인데다 우리카드, 네이버 쇼핑 라이브 등 각종 제휴사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뒤라 인지도가 매우 높아진 전시였다.

 

특히 작가인 테레사 프레이타스가 SNS 상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라고 했다. 사진이 잘 나오는 '예쁜 전시'를 노리며 인스타그램을 자주 탐색하는 청년이라면,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한참 전에 다 점찍어둔 전시였던 것이다.이들을 핵심 고객으로 겨냥했기 때문인지 전시장 곳곳에는 아예 '전시를 보는 나'를 찍기 좋은 포토 스팟도 준비되어 있었다. 필자는 별 수 없이 부족한 나의 준비성을 탓하며 백화점을 구경하며 입장을 기다렸다.

 

 

 

"이거 사진 맞아?"


 

Daydream, 2018.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Daydream, 2018

 

 

동행인과 함께 전시장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커튼을 걷고 밖으로 나오는 그 순간까지, 필자는 줄기차게 한 문장만을 반복했다.

 

 

"이거 사진 맞아?"

 

 

그림과 구별이 안 되는 비현실적 작품들이 너무 많았다. 분명히 '사진전'이라고 했는데, 사진이라기에는 색감이 너무 엄청났으며 황당한 소재들이 등장했다. 초반에 등장한 꽃 사진들을 보면서는 감탄했는데, 구름 위에 창문이 떠 있는 사진을 본 이후부터는 이게 사진이라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게 사진일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 작품 사이사이에 놓인 테레사 프라이타스의 인터뷰를 읽어보았다. 그녀가 말하는 뉘앙스를 보아하니 다행히도(?) 작업 과정에 보정이 많이 들어가는 듯했다. 후보정도 곧 예술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Bel-vedere, 2020.jpg

ⓒ Teresa Freitas, Subject Matter Art, and Artémios/CCOC - Bel-vedere, 2020

 

 

다만 그녀의 '시그니처'라는 파스텔 색감의 향연 한복판에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분명히 이 사진들은 원본이 아니다. 살면서 이런 색감의 장소를 한 두 군데, 그리고 그러한 장소에서 이런 빛이 드는 시점을 한 두 순간 정도는 포착할 수 있겠지만 한 사람이 이렇게 전시장 하나를 꽉 메울 정도로 사진을 많이 확보할 수는 없다. 고로 이 아름답고 몽환적인 사진들에 매혹되어 실제 장소를 찾아간 이들은, 이것보다는 덜 아름다운 색감을 가진 풍경을 목격할 것이다.

 

원본보다 예쁜 편집본이라니, 마치 실물보다 잘 나온 사진과 같지 않은가? 분명히 원재료를 가공하여 이전보다 예쁘게 빚어낸 것이니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사진을 본 후 실물을 본 이들은 분명히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예술가가 되는 방법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을 보고난 후, 필자는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다.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사진 공모전이나 여타 정식 단계를 거친 프로 사진작가가 아닌, SNS를 통해 인기를 얻고 데뷔한 사진작가였다. 그래서 그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 자신이 예술가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불려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게 노는 것을 일이라고 부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은 정도였죠.
 

 

테레사 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예술가들이 SNS에서 탄생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정통 문예 대회에서 입상해야만 책을 내는 작가가 될 수 있었지만 요즘은 SNS에서 얻은 인기만으로도 충분히 자신만의 에세이집을 펴낼 수 있다. 사실 인기조차 없어도 된다. 출판 비용을 지불할 돈만 있으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다시 말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말로 모두에게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인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예컨대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자신의 '첫 개인전'을 한국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인 더현대서울에서, 그것도 수많은 카드사 및 예매사의 프로모션의 힘을 입으며 개최하지 않았는가. 진실로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였다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예술'에 대한 정의 역시 마땅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컬쳐리스트 프로필.jpg

 

 

[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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