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 그리고 음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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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한 시간이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고, 불편해졌지만,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것 중 그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을 꼽자면 자유로운 여행의 기회라 말하고 싶다.
여행은 익숙한 곳을 잠시라도 떠나 새로운 곳에 나를 내던지는 행위이다. 여행을 떠나 도착한 새로운 곳이 비로소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또 다른 새로운 곳으로 훌쩍 떠나 버리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머물러 살아보는 것과 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여행자는 도시의 골목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비밀들을 모두 열어보지 못한 채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나야 한다. 진한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는 우리의 일부분과 여행지의 일부분을 교환한다.
그렇게 조각조각 모은 여행의 추억으로 우리는 일상에서의 부족한 낭만을 채우며 삶을 견딘다.
포르투갈 여행에서 담아온 풍경
코로나 펜데믹 이후 제대로 된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없었다. 중간중간 짧게나마 다녀온 부산과 강원도 여행으로 잠시나마 일상을 환기할 수 있었다. 문득 헛헛해지면 사진첩에 들어가 다녀왔던 여행지들을 담아온 사진들을 본다. 여행이란 참 신기한 것이,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담긴 장소의 열기와 분위기, 습도까지 기억난다.
맛을 잘못 고른 이름이 어려워 읽을 수 없었던 음료를 마시며, 해 지는 강을 바라보며 친구와 꼭 다시 이곳에 돌아오자고 기약 없는 약속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어쩌면 평생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위해 여행한다.
여행을 가면 음악을 참 많이도 듣게 된다. 교통수단을 통한 이동시간에 창 밖을 내다보며 듣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찾아간 펍에서 틀어주는 노래를 듣게 되기도 하고, 길거리의 누군가가 하는 버스킹을 듣기도 한다. 여행의 모든 순간에는 음악이 함께 한다. 여행에 대한 내 소중한 기억들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 플레이리스트를 적어보고 싶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Oasis – Don’t look back in anger
밴드 오아시스의 명곡 중 하나인 [Don’t look back in anger]. 햇볕이 따뜻했던 겨울의 포르투 동루이스 강변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원곡보다 부드럽고 단순한 기타 연주 위에, 경쾌하고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낯익은 가사를 불렀다. 동루이스 강이 넓게 펼쳐지는 풍경을 배경으로 두 여자가 통기타를 치며 부르던 버스킹 버전의 ‘Don’t look back in anger’ 영상은 지금도 내 핸드폰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문득 포르투가 그리워지면 그 영상을 다시 꺼내본다.
원곡과 다르게 나른하고 달콤한 느낌이 강했던 ‘Don’t look back in anger’는 포르투라는 도시와 닮아있었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맛있는 와인까지, 아무 걱정 없이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녀도 마냥 좋았던 포르투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 더 힘차고 거센 느낌의 원곡을 여행 내내 생각날 때마다 재생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새로운 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듣는다면 더더욱.
Aerosmith – I don’t want to miss a thing
영화 ‘아마겟돈‘의 ost로도 유명한 Aerosmith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은 70년대 미국을 풍미했던 록밴드 Aerosmith의 가장 큰 히트곡들 중 하나이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노래이기도 할 이 록 발라드는,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라는 뜻의 제목부터 여행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뭉클한 감동을 주기까지 하는 멜로디 라인은 벅참을 더한다. 여행을 떠나는 길에 설레는 마음으로 들을 때와 여행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었을 때 각각 다른 감동을 준다. 짧게 다녀온 여행이라도 돌아오는 길에 항상 듣는 노래다. 정말 이번 여행이 끝났다는 기분이 들어 때로는 울컥하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다시 이 노래를 들으며 새 여행을 시작할 날이 올 테니 말이다.
마이 앤트 메리 – 공항 가는 길
1999년에 1집 앨범을 내며 데뷔한 홍대 언더씬 1세대 모던 록 밴드인 마이 앤트 메리의 곡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온다. 길을 잘못 들어 목적지까지 멀리 돌아가야 한다던가, 일정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던가, 몸이 힘든 순간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다시 힘을 내야 하는 순간에 비타민이 되어줄 수 있는 곡이다.
‘불안한 마음과 설레임 까지’ 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구는 지침에 가려진 여행지에서의 설레임을 다시 상기시킨다. 순간의 소중함과 나아갈 힘을 주는 소중한 곡이다. 조금 무리해서 과한 일정을 소화해 기운이 없어질 때에는 이 노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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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위에 여행의 추억이 쌓인다. 노래를 들으면 생각나는 장소와 장면들이 많아진다. 앞으로도 이 노래들 위에 많은 장면들을 쌓아가고 싶다. 다시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을 들으며 비행기에 몸을 싣고, 벅찬 추억을 안고 돌아오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박소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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