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하기까지 – 커피 한잔 [도서]

일상을 넘어 문화의 한 부분인 커피 이야기
글 입력 2022.02.0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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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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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연스레 손이 가는 곳이 있다. 싱크대 쪽 찬장을 열면 인스턴트커피 다발이 가득한 유리병 그리고 캡슐 커피가 가득 담긴 유리병이 오늘도 나를 반긴다. 그 외 다른 것들이 많이 채워져 있지는 않지만, 이 모습은 언제나 내 아침을 밝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요소이다.


언제 어디서나 몇 잔이고 커피를 마시는 내가 가장 처음 카페에서 커피를 즐겨본 적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본다. 20살이 되고, 집 근처 동네를 걷다가 눈길을 끄는 외관에 들어가 본 한 카페에서 마신 아메리카노가 처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4,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며 어째서 커피가 이렇게 비쌀까, 생각했던 나는 정갈한 잔에 담긴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맛본 후 바로 그 가격에 수긍했다. ‘아, 맛있다’


아무 시럽도 넣지 않은, 적절한 산미에 짙은 향이 느껴졌던 그 아메리카노만큼 맛있는 커피는 그 이후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 일상의 즐거움으로 자리했다. 이를 계기로 20대 중반에는 1년 반 정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첫날, 퇴근할 때 옷을 갈아입다가 유니폼에 배인 커피 향에 이유 모를 설렘을 가득 느꼈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아마도 내겐 그때 유니폼에서의 나던 향은 20살에 마셨던 아메리카노의 맛과 비슷한 농도이지 않았을까.


그 이후로 여유가 생긴다면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를 한다든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는 마음이야 있지만, 여전히 나는 전문적인 커피 지식에는 문외한이며 그저 하루에 대여섯 잔 정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인에 강한 얼죽아 협회 회원일 뿐이다. 그래도 코로나 전에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원두의 풍미를 느껴보려고도 했고 지금도 커피에 관한 이야기나 지식은 꾸준히 접하고 익히려고 한다. 이런 차에 새로운 방식으로 커피를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을 만났다.

 

 

 

더 진하고 향기롭게 느껴지는 커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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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기사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자면 한국인 최초로 커피를 즐긴 사람이 고종 황제였다는 말이 헛소문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고종 황제가 어떻게 커피를 접할 수 있게 되었는지 믿을 만한 기록이 거의 없다. 내가 여기저기에서 찾아 읽은 황제와 커피에 관한 일화는 별로 향미롭지 못하다. 오히려 묵은 커피처럼 떫고 씁쓸하다.
 

 

책의 표지를 보면 서양식 건물과 거리의 중심에 커다란 커피잔이 자리한다. 커피의 세계로 통하는 열린 문 앞에 갓을 쓴 사내가 서 있다. 표지에서 말해주듯이 저자는 책의 도입부를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커피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지와 그와 관련된 인물에 대하여 서술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즐겼다고 알려진 고종 황제에 대한 이야기와 커피가 대중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세태의 묘사와 더불어 저자가 접한 루악 커피 및 하와이 커피에 대한 일화가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커피의 노래라는 부제로 바흐가 작곡한 <커피 칸타타>에 대한 글이 인상 깊다. 1732년에 발표된 커피를 그만 마시라고 훈계하는 아버지에게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커피를 찬양하는 딸의 대화를 주제로 한 이 아리아는 저자의 말처럼 커피를 더 그윽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오, 나의 연인이여 

너는 한 개의 슈크림이다.

너는 한잔의 커피다.


너는 어쩜 지구에서 알지 못하는 나라로

나를 끌고가는 무지개와 같은 김의 날개를 가지고 있느냐?


나의 어깨에서 하루 동안의 모든 시끄러운 의무를 

내려주는 짐 푸는 인부의 일을 

너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부두에서 배웠느냐?

 


책의 두 번째 장에서 저자는 일제강점기 및 해방 이후의 시간 동안 커피 및 다방과 관련된 문학 작품 및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의 시는 김기림의 <커피잔을 들고>이며 저자는 이를 자신이 찾아 읽어본 시 가운데 처음으로 커피를 노래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시의 내용을 토대로 보아 당시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커피란 온종일 얻은 피로를 덜어내게 도와준다고 여겨진 것 같다.


192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다방이라는 새로운 휴게 공간은 많은 문인, 예술인들의 모임 장소로도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방을 운영했으나 경영난으로 결국 문을 닫게 된 시인 이상의 삶과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과 같이 다방이 등장하는 소설과 더불어 한국 전쟁으로 인해 부산으로 피난한 예술가들이 밀다원이라는 다방에서 모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구보씨는 한잔의 가배차와 담배를 청하고 구석진 등탁자로 간다. 그는 차를 마시면서 자신에게 약간의 돈이 있다면 그 돈이 가져다줄 수 있는 온갖 행복을 손 꼽아본다. 이 장면에서 한나절 동안의 다방은 한담의 장소이자 휴게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누구나 한잔의 차를 마시며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커피의 공간, 카페라는 3번째 장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및 유럽, 일본의 카페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탈리아 로마의 카페 그레코를 포함해 도쿄의 카페 NOVA 등 저자가 직접 방문한 카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카페라는 공간이 커피만을 즐기는 곳이 아닌 일상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 공간이 된다는 것은 대학로 학림다방을 주제로 한 글에서 더욱 드러난다. 저자가 대학생일 때 추억이 담긴 학림다방의 지금 모습을 서술하는 글에서는 지난 추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장소에 대해 애틋함도 느껴진다.

 

 

”이렇게 학림이라는 이름이 살아 있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드려야겠군요. 이제는 여기가 문리대가 있던 곳이라고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텐데......“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주인이 이내 내 말을 받았다.

 

”바꾸지 않는 곳도 더러는 있어야지요. 이 주변만 해도 해마다 새로운 간판을 내거는 집들이 수도 없어요. 여기 학림은 그냥 제가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지킬 겁니다.“

 

 

 

일상에서 문화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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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아침에 그 향기를 맡아야 제격이다. 그런데 나른한 오후에도 커피 한잔이 주는 매혹을 물리치기는 어렵다. 늦은 밤 서재에 홀로 앉아 책장을 넘기면서 마시는 연한 커피의 정취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가 없다. 커피는 사랑하는 사람과 카페에서 마주 보며 마실 때 가장 달콤하지만, 혼자 다방 구석에 앉아 마셔도 그리 씁쓸하지 않다.
 

 

누군가와 만나거나 홀로 시간을 보낼 때, 편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할 때 커피는 언젠가부터 가볍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한다. 나의 삶에, 많은 이들의 삶의 모습에 크고 작게 영향을 준 커피는 저자의 말대로 일상을 넘어 문화의 한 부분이라 여길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기고 있다. 도서 <커피 한잔>도 새롭게 커피를 즐기는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그 향미를 더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라 여겨진다. 커피를 즐긴 문인,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커피를 주제로 한 다른 에세이들을 천천히 읽어 나가자면 독서하며 마시고 있는 아메리카노에 괜스레 진한 향미가 더해진 듯하다.

 

 

이래저래 커피 한잔이 삶의 모습까지 바꿔놓고 있다. 

그러니 커피의 문화라는 말도 생겨난다.

커피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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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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