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스트 세션, 두 거장의 마지막 대화 [공연]

신의 존재에 대해 묻다
글 입력 2022.02.01 1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20201121921_mqsklbpo.jpg


 

신. 우리가 누구보다 갈망하면서도, 눈앞으로 다가온 재앙에 그 존재를 의심하는 이름.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만약 있다면 왜 우리를 구원해주지 않는지 원망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오늘은 이런 신에 대한 논쟁을 다룬 연극 <라스트 세션>을 알아보자.

 


<시놉시스>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로 한 1939년 9월 3일 오전, 런던. 프로이트의 서재.

 

옥스퍼드대학의 젊은 교수 겸 작가 루이스가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다. 루이스는 자신의 책에서 그를 비판한 탓에 불려왔다고 생각하지만, 프로이트는 뜻밖에 신의 존재에 대한 그의 변증을 궁금해한다.

 

시시각각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종교와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를 넘어 유머와 사랑에까지 지칠 줄 모르는 논쟁을 이어가는데…

 

여기 세계적인 석학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 루이스가 만났다. 둘은 영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직전 프로이트의 집에서 만나 신에 관한 논쟁을 벌인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받아 쓴 <라스트 세션>은 실제로 만나진 않았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두 인물의 대화를 극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낸 작품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22라스트세션_캐포(클린본)_오영수(사진제공_파크컴퍼니).jpg

 

 

오영수 배우가 연기한 프로이트 그리고 전박찬 배우가 연기한 루이스는 시종일관 첨예한 논리적 토론을 계속한다. 구강암 환자였던 프로이트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 오영수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귀에 완벽하게 꽂히는 딕션을 보여주는 전박찬 배우의 실력에 놀랐다.

 

무신론자인 필자였기에, 프로이트의 논리에 설득력이 느껴졌으나 그의 완고한 태도, 고집스럽기 그지없는 행동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에게 맞받아치는 루이스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두 사람이 대화 중 선보이는 유머 역시 이 연극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죠.” -C.S 루이스

 

“나는 유니콘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외에도 건강(죽음), 보험판매원과 목사의 이야기 등 자신들의 처지를 다양한 이야기들에 비유하며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라스트 세션>을 보며 성경 욥기, 그리고 이를 새롭게 재해석한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테드 창의 단편소설이 생각났다. <라스트 세션>의 극 중 배경 2차 세계대전은 인종 대학살이 일어나고, 수천만 명이 죽는 인류의 대재앙이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왜 선한 이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가. 신은 그저 의롭지 않고, 친절하지 않고, 자비롭지 않은 전지전능한 존재일 뿐인 것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도 분명 거기에는 하나님의 큰 뜻이 있을 거라고, 믿음을 가지라는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꾸미기][크기변환]22라스트세션_가로프로필(클린본)_전박찬(사진제공_파크컴퍼니).jpg

 

그러나 <라스트 세션> 속 루이스 말에선 무언가 다른 게 들렸다. 스스로 매일 신이라는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는 루이스처럼, 의심하지만 믿지 않을 수 없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래서 이런 불확실한 믿음을 지속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일종의 숭고함이 느껴졌다.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 불가지론이 거대한 담론으로 자리 잡은 세상에서 그들은 신의 세상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과연 무언가에 대한 따뜻함, 희망, 사랑을 무한하게 품을 수 있을까. 결국, 주인공들이 온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대화를 종료했던 것처럼, 필자 역시 <라스트 세션>을 보며 신에 대한 의심과 더불어 일말의 믿음을 함께 얻었다.

 

그렇다. 우리는 끝없이 논쟁해야 할 거다. 죽음에 다다라, 진정한 <라스트 세션>이 찾아오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날까지 계속해서.

 

 

 

20220201122708_ffdycbvl.jpg

 


[정주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