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은 태도에서 탄생한다 -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도서]

글 입력 2022.02.0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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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작품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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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잡히는 얇은 두께, 초록 물빛 색감과 서글픈 눈물이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보는 순간 작은 가방에 책을 담고, 한가로운 카페에 앉아 조용히 넘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이 지닌 물성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익숙한 대상, 소재, 이야기를 익숙하지 않게 바라본 작가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비판적인 눈으로 일상의 것들을 바라보았고, 이를 작품의 주제와 구현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책의 제목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1969년 스위스 쿤스트할레 베른에서 열렸던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orm’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전시는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것으로, 전통적 개념의 미술 형식인 회화나 조각을 단정하게 보여주는 대신에, 비물질적이고 언어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선보였다. …(중략)...

 

이 전시에서 태도는 이전 체제와 규칙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의미하며, 이 태도는 미술의 관습적인 틀을 거부하는 새로운 작품의 형식과 전시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도 기존의 사회질서와 미술을 다르게 읽는다.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 작가의 말 中

 

 


바스 얀 아더르가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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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 얀 아더르,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I’m too sad to tell you>(1970)

 

 

이야기는 표지의 우는 사람을 그린 바스 얀 아더르로 시작한다.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I’m too sad to tell you>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담긴 사연과 배경을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작가인 아더르가 흘리는 눈물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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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 얀 안더르, <낙하Ⅱ Fall Ⅱ>(1970)

 

 

바스 얀 아더르는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자전거에서, 지붕에서,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쓰러지는 퍼포먼스 활동을 했다. 아더르의 눈물과 쓰러짐은 흐르고 낙하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맥락에서 해석되곤 했다. 주로 죽음이나 좌절과 같은 키워드와 연결되곤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의 행위에서 ‘자유의지’를 읽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꺼이 넘어지고 구를 것인지 그의 온전한 선택과 결정이 있었다. 작가는 아더르가 선택한 행위의 방향성에서도 기존 전통적인 미술과의 차이를 발견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때로는 중요한 가치를 포기하고, 희생을 마다 않는 예술계,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더르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반대로 땅으로, 저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가 가하는 압박을 벗어던지고 개인의 자유를 택한다.

 

실제 아더르는 서른셋의 나이에 돛단배를 타고 북대서양을 건너는 <기적을 찾아서In search of the miraculous> 퍼포먼스 중, 돌연 사라졌다. 그 후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온 세상에서 말하는 정상궤도를 벗어나, 홀로 자신의 길을 걸었던 아더르의 생을 생각해 본다.

 

 

 

착취당하는 삶, 장영혜 중공업


 

스크린 속 빛나는 불빛, 순간 나타나고 사라지는 텍스트, 빠르게 흐르는 음악. 장영혜와 마크 보주, 두 사람으로 구성된 그룹 장영혜 중공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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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 중공업,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2016)

 

 

장영혜 중공업은 그 이름처럼 거대 기업, 자본의 영향 하에 사는 이 시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에서 삼성이 만든 세계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말한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 널리 한국의 이름을 알린 자랑스러운 기업이지만, 동시에 자본주의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삼성 병원에서 시작해 삼성 장례식장에서 끝나는 일생을 보여주면서, 삼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또 이용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에 기묘함을 느끼게 한다.

 

장영혜 중공업은 돈이면 다인 세상에 불공평하다고, 억울하다고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상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정도를 넘어 더 많은 부를 탐하는 이들, 부를 위해 남에게 해를 가하고 편법을 저지르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떠오른다.

 

과연 그 기저에 있는 것이 물질적인 돈에 대한 욕망일까? 자본주의 그늘 아래 놓치고 있는 수많은 연약한 존재들, 중요한 가치들을 생각해 본다.

 

 

 

송동·프란시스 알리스, 몸으로 말하는 사람들


 

저자는 2017년 열린 ‘역사를 몸으로 쓰다’ 展에 참여한 중국의 송동과 벨기에의 프란시스 알리스의 작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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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 <호흡Breathing>(1996)

 

 

송동은 <호흡, 톈안먼 광장Breathing, Tiananmen Square>과 <호흡, 호우하이 호수Breathing, Houhai Back Sea> 작품에서 동일한 작업을 보여준다. 추위가 극심한 겨울, 톈안먼 광장과 호우하이 호수에 배를 대고 엎드린 후, 40분 동안 광장과 호수의 표면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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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알리스, <실천의 모순 1Paradox of Praxis 1>(1997)

 

 

전혀 다른 공간, 다른 퍼포먼스이지만 프란시스 알리스의 <실천의 모순 1 Paradox of Praxis 1>에선 무언가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알리스는 멕시코시티 거리에서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녹을 때까지, 맨손으로 얼음을 밀며 9시간을 걷는다.

 

작가는 두 사람에게서 아무런 결과를 남기지 않고, 몸만 고된 작업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미미한 행동에서 작품의 의의를 찾는다. 송동의 작품을 사회주의라는 이름 하에 개인을 억압하는 중국정부에 대한 대항으로 읽는다. 거대한 정부에 맞선 한 개인이 얼마나 연약한지, 하지만 그의 의지는 얼마나 굳건한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어 프란시스 알리스가 얼음을 미는 공간을 통해 도시의 노동자를 떠올린다. 강도 높은 고된 노동, 하지만 그에 턱없이 부족한 보수를 받는 사람들. 개인을 보호하고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보장해 주어야 할 사회와 국가가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저자가 소개한 두 예술가의 작업물을 보면서, 몸의 언어를 생각해 보게 된다. 몸의 언어는 발화되고 음성으로 인식되는 언어와 다르다. 정확한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없어 모호하지만, 그래서 더 선명하게 전하는 이의 의지와 생각이 와닿기도 한다. 작고 대단할 것 없는 행동, 그 행동으로 표현한 두 사람의 강한 의지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박보나 작가가 들려준 세 챕터를 만나보았다. 미술가인 그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 그들의 태도, 그리고 그 태도가 곧 작품이 되는 순간을 바라본 목격담이었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예술을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손에 들고 미술관을 함께 걸어 들어가면, 그 마음을 충족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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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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