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원하는 무대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 연극 '언더스터디'

글 입력 2022.01.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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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무 권리도 없어! 넌 그냥 배우야! 아니, 넌 배우도 아니야, 넌 그냥 언더일 뿐이야!” 지극히 평범한 배우이자 아직은 무명인 해리가 미발표된 카프카의 작품에 참여 중인 제이크의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되어 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탑 배우 부르스가 하차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인해 부르스의 언더로 제이크가, 제이크의 언더로 해리가 캐스팅된 상황이다. 제이크는 자신이 하던 배역 언더스터디로 아무도 모르는 무명 배우가 캐스팅되어 온 것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오로지 프로덕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무대감독 록산느는 리허설에 최선을 다하며 이 상황을 해결하려 애쓴다. 록산느는 제이크의 언더로 자신의 전 약혼자인 해리가 오게 되자, 자신의 일적인 삶과 사적인 삶 속에서 감정이 서로 충돌함을 발견하고 몹시 짜증이 나는 중이다. 리허설이 진행될수록 해리와 제이크는 서로 의견 충돌을 보이고 점점 상황은 복잡해져 가지만…


연극 <언더스터디> 시놉시스

 

 

 

욕망을 숨기고 있는 세 명의 배우가 무대 위로 올랐다.



본 연극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연기 철학이 확고하며 영화를 무시하는 무명배우 '해리', 유명 배우 브루스의 언더이긴 하지만 유명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제이크', 그리고 그들의 언더스터디를 도와야 하는 무대감독 '록산느', 이렇게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연극이 점차 진행하다 보면 그들이 숨기고 있는 욕망들이 무대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무명배우 '해리' 역시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을 봐왔으며, '제이크'는 무명 배우 '해리'를 무시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얻지 못하고, 무대감독인 '록산느'는 원래 배우를 꿈꿨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했다.

 

무대 위에 오른 세 명의 배우는 각자의 욕망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웃픈 대사들을 내뱉는다. 록산느가 해리에게 내뱉는 대사, '넌 아무 권리도 없어! 넌 그냥 배우야! 아니, 넌 배우도 아니야, 넌 그냥 언더일 뿐이야!'가 더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말이 세 명의 배우 모두에게 포함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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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쩌면 관객들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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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터디는 사전적 정의로 '배우가 갑자기 대체되어야 할 경우에 대비하여 같은 배역을 연습하여 대기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는 행동 자체를 이르는 말이다.

 

관객이 보는 무대 위에 주연 배우는 없었다. 극 중에서 잠시 언급되는 것처럼 바로 옆 극장에서 공연하는 '리처드 3세'에 등장하는 주연 배우, 그런 화려한 스타는 무대 위에 없는 공연인 셈이다. 말 그대로 언더스터디들의 공연, 심지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리허설 공연에 세 명의 배우는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극중극 형태의 독특한 구성을 지닌 공연을 바라보며 그들이 가진 욕망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각자의 욕망을 숨긴 채,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며 그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나간다. 연출이나 사회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은 자신만의 연기를 해나간다. 특히, '록산느'가 숨기고 있던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때, 묘한 쾌감이 있었다. 그녀가 꿈을 포기한 사람이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욕망을 표출하는 무대, 그 무대를 보면서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상위 1%의 언더스터디 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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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언더스터디라면?



우리 삶의 언더스터디, 그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나의 공통점을 찾은 것이라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지점이었다. 본 연극은 쇼 비즈니스의 씁쓸한 현실을 화두로 던지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모두 비즈니스다. 우리는 개개인의 존재를 인정받기를 원하고, 스스로 원하는 바를 행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우리의 욕망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그 욕망을 모두 이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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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본 연극 속 록산느가 무대 세트 진행을 위해 오퍼를 맡은 바비를 목 놓아 부르지만, 바비는 전혀 다른 무대 세트를 내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연습하려던 장면이 아니라 다른 장면을 연습해야만 한다. 연극 내내, 록산느가 그렇게 고개를 꺾으며 위층 오퍼실에 있는 바비를 부르는 건, 어쩌면 바비가 아니라 더 높은 존재를 부르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왜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렇지만, 바비가 움직여주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트는 어느 순간은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게 하며, 어느 순간은 제대로 작동한다. 참 얄궂다. 그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 머문다. 그것이 진로나 직업 같은 아니어도 그렇다. 계획했던 이벤트나 여행 일정들이 다 달라지기도 하지 않나. (원하는 대로 다 이루셨다면, 정말로 부럽다. 적어도 필자는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언더스터디로 삶이라는 무대 위에 올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 연극의 언더스터디들은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춤을 추었다. 이렇게 연기해야 해야 한다는 가이드를 주는 연출의 생각에서도 벗어나게, 연극에 없던 역할을 추가하면서까지. 그들은 원하는 대로 춤을 추었다. 그들이 끝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연극 공연임을 깨달았음에도 그들은 계속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을 고집했다. 그러면 그 모든 춤과 연기는 누가 알아줄까. 바로 본인 스스로는 알지 않나. 자신은 이렇게 최선을 다해 언더스터디로서 공연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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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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