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 토르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를 보는 시선
글 입력 2022.01.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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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과

에디터의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나는 마블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신화에 대해 알고 보니 신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토르 : 라그나로크>는 내가 그나마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다른 점들이 있어 생소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제목인 ‘토르’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마블 영화를 잘 보지 않지만 꽤나 흥행하기도 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라그나로크’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영어 단어 아포칼립스와 같이 세상의 멸망 혹은 신들의 멸망이라는 뜻이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신화에서 마지막 전쟁이 벌어지고 멸망한다는 내용이다. 그 전쟁의 끝은 사람들은 집을 버리고 도망가고, 땅은 바다 쪽으로 가라앉고, 태양은 검은색이 되어 버리고, 불길은 하늘에 닿는다. 북유럽 신화에서 이 라그나로크는 멸망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처음 접하는 마블 영화와 북유럽 신화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의문들과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인간적이면서 다가가기 쉬운 영화


 

나라마다 신화는 조금씩 다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북유럽 신화가 주는 느낌은 그리스 신화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가령,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은 매사에 진중하고, 그 영웅면모적인 능력이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하다. 어떤 결함이 존재하면 조력자들이 그 결함의 자리를 메웠다. 반면에 북유럽 신화는 주인공들이 다소 엉성하면서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완벽한 듯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고 그 조력자들마저도 그 허술함을 숨길 수가 없다.

 

주인공의 숨겨진 아픈 이면이 어떻든 간에 <토르 : 라그나로크>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유흥과 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 실수도 한다. 그 모습들이 코믹적으로 연출되며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그 모습이 익숙해서 오히려 더 인간적이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도 조력자들이 주인공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결국 완벽해 보이는 영웅마저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똑같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인들의 도움 없이 혼자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조금 힘에 부치고 충분히 방황할 수 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고 또 그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는 그 이상으로 더욱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웅으로서의 책임감과 적들에게 대항하는 대범함,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엉뚱함과 허술함이 와닿았다. 너무 완벽한 사람은 어쩌면 보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공평성에 회의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너무 완벽하지도 그렇다고 허술하지도 않은 <토르 : 라그나로크>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고 영화에서 드러난 신화적 요소가 영화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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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의 의미


 

왜 굳이 토르가 망치를 갖고 등장하는지 조금 의문이 들었다. 보통 신화는 영웅은 어떤 무기 없이도 강력한 존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전 시리즈까지 그 이상의 힘을 내는 망치가 토르에게 주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토르 : 라그나로크>가 나오기 전 이전 시리즈에선 망치가 토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또한 우리는 토르 하면 ‘망치’를 저절로 연상하게 된다. 토르에게 망치가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요소를 제거하면서 토르가 그의 분신과도 같은 망치 없이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망치를 잃은 토르는 혼란스럽다. 자신의 힘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그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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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신 ‘토르’


 

영화에서 토르가 자신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천둥의 신’이라고 직접 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신에게 계속 강한 존재라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되뇌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그는 불완전하다. 망치까지 잃고 어딘지도 모르는 사카아르 행성에 끌려갔다. 그야말로 토르에게 대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토르의 상징인 ‘망치’를 단숨에 부숴버린 죽음의 여신 ‘헬라’를 혼자서는 결코 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동생인 로키와 같이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은 턱없이 부족했다.

 

헬라는 너무나 강력한 존재였다. 헬라가 가진 어둠의 기운은 삽시간에 아스가르드를 집어삼켰고, 죄 없는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이 그녀의 손에 죽었다. 두려움에 떨던 남은 사람들은 신비한 눈을 가진 ‘해임달’과 함께 아스가르드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친다. 해임달은 비상 상황에서도 침착하기만 했다. 그 이유는 그의 신비한 눈 때문이다. 그 눈으로 먼 미래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 그는 토르가 돌아온다는 것을 미리 보았을 것이다. 아마 해임달이 토르 자신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더욱 잘 알 것이고, 그의 힘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토르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각인시켜 주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 ‘오딘’이다. 위기감을 느낄 때 아버지는 토르의 환상 속에 나타나 토르의 존재를 각인시켜 준다. 바로 그때, 토르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그 첫 번째가 헐크와의 대결이었다. 토르는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는 듯했다. 궁극적으로 마지막에 헬라가 ‘니가 무슨 신이었다고?’라는 물음에 토르는 환상 속에서 또 아버지를 마주한다. 토르는 오딘에게 헬라를 무찌르기엔 아버지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딘은 말한다. ‘아니 더 강하지.'

 

 

 

사카아르 행성은 어떤 공간일까?


 

토르는 아스가르드가 잿더미가 되는 꿈을 자주 꾼다. 더욱 아스가르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죽음의 여신 헬라가 등장하고, 그녀의 공격으로 토르의 동생인 ‘로키’와 토르는 이상하고도 엉뚱한 행성으로 떨어진다. 그곳의 그랜드마스터는 헐크를 조종하며 챔피언을 만들었고 또 토르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기 위해 거쳐야 하는 즉,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험의 장소이다.

 

무엇보다 사카아르에서 토르는 자신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도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종당하는 존재가 된다. 자신의 망치를 더욱 찾게만 되는 그런 상황이다. 사카아르 행성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토르의 관문 중 하나다.

 

사카아르 행성에서 토르는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많은 시련을 겪게 되지만 많은 조력자들 역시 얻고 간다. 그랜드 마스터에게 조종당하던 헐크는 토르의 친구였고, 사카아르 행성의 그랜드 마스터 밑에서 일하고 있는 ‘142’는 예전 발키리의 전사였다. 하지만 헬라에게 공격당해 발키리 전사들은 모두 죽었고 자신 혼자 살아남게 된 것이다. 토르는 사카아르에서 진실과 동료와 그리고 싸울 용기를 얻게 된다.

 

 

 

진정한 나라는 무엇인가?


 

첫 등장에서 수르트는 ‘라그나로크’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 라그나로크는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이기에 막아야 한다고 짐작된다. 토르 역시 자신이 살던 곳인 ‘아스가르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임달이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을 이동시킨 것을 보고 토르는 그에게 아스가르드를 버릴 셈이냐고 묻는다. 그때 해임달은 이렇게 말한다. “아스가르드가 곧 백성이다”.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제일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나라가 있어도 백성이 없으면 그것이 과연 나라일까? 그것은 그냥 실속 없이 몸체만 떠다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대사 한 마디는 지금까지의 사회를 돌아보게 했고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정한 나라는 나라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 백성을 위하는 나라다.

 

전 시리즈를 보지 못했지만 이번 시리즈는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사실 토르에게 망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친구, 즉 조력자들이며 함께 힘을 뭉친 ‘어벤져스’다. 어떻게 보면 망치 역시 조력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기에 가까운 그것을 제거하면서 그의 영웅적인 면모를 더욱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망치는 ‘닥터스트레인지’, ‘로키’, ‘142’와 같이 토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죽음의 여신 헬라에게 무참히 부서져 버린 망치는 이제 더 이상 그 가치도 어느 정도 상실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토르 : 라그나로크>는 토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망치가 없어도 정말 자신이 온전히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시리즈다. 그는 천둥의 신이었다. 그리고 헬라를 무찔렀고, 아스가르드를 버렸지만 버린 것이 아니다. 나라를 구했고 자신을 구했고 백성을 구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신선하고도 코믹적인 영화이자 신화다. 기회가 된다면 토르의 다른 시리즈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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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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