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들을 "구원"하는 "좋은 어른들" - 아무도 모른다 [드라마]

글 입력 2022.01.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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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 (2020)는 미제로 남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큰 틀 안에서, 좋은 어른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쁜 어른은 되지 않으려고 하는 어른들이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의 진실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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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처럼, 정말 이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게 할 셈인가 싶을 정도로 초반부에는 드라마 전개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들이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손 내밀수록 '아무도 모르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 드라마 속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위험한 일들에 연루되기까지 외면당했던 아이들의 고군분투와 그것으로부터 구원해 주는 '좋은' 어른들의 힘을 보여주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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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차영진(김서형)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친구를 잃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범인을 찾기 위해 강력계 형사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차가운 성격인 것 같지만, 본래는 따뜻한 인간인지라 아랫집에 사는 8살짜리 어린 아이 '고은호(안지호)'가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걸 알고서부터 그와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7년 동안 차영지은 고은호와 유일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고, 은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절대 모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은호가 그동안 전혀 관련도 없던 호텔 옥상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되고, 은호의 말과 행동 그리고 흔적들을 되짚어보며 은호가 홀로 떠안아야 했던 무거운 진실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차영진은 무심했던 자신의 지난날들을 반성하고 편견 없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었던 어른이었기에, 은호를 건물에서 떨어지게 만든 범인, 그리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도 모두 잡아낼 수 있었고, 아이들이 온전하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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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내 영웅이에요."

 

- 8살 은호가 영진에게 한 말

 

 

'고은호'와 '주동명(윤찬영)', '하민성(윤재용)' 이 세 학생의 복잡한 관계를 다른 어른들은 편견을 가지고, 다소 일차원적으로 바라봤다. 엄마 없이 자란 주동명이 심성이 착한 고은호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고,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공부도 잘하는 하민성은 둘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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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영진만큼은 편견 없이 다가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고 아이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어른들은 몰랐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었다. 은호와 동명이는 가까운 친구였고, 보이는 것과 달리 동명이는 늘 은호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민성이는 배경과 무관하게 진심으로 은호와 친해지고 싶었으며 (비록 그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집안에서는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억압을 받고 있었다.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고은호, 주동명 그리고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고 자해 행위까지 하는 하민성을 '구원'해준 것은 차영진이었다. 그리고 셋은 쌓아두기만 했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사과했다. 그들을 단순히 규정에 가둬두려고 했던 어른들과 달리, 진심을 나누며 어쩌면 어른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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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진은 대단한 방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끌지 않았다. 먼저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고, 위로하며, 친구가 되어주었을 뿐이다. 차영진과 공조를 하던 아이들의 담임선생님 이선우(류덕환)도 처음엔 아이들과 내면적으로 가까이하지 않고, 형식적인 교사에 불과한 미성숙한 어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과거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직접 사과를 하며 좋은 어른이 되었다. 서툴렀던 은호의 엄마도 은호에게 사과하며 조금씩 다른 어른이 되어갔다. 먼저 나서서 사과했을 때, 아이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어저면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사이비 교리를 퍼뜨리는 어른으로부터 뒤틀린 구원의 손길을 받았던 연쇄 살인범은 잘못된 교육을 받고 학대를 당하고 살인을 학습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제대로 구원받지 못한 채 어릴 떄처럼 작은 골방에 갇히게 되었다.

 

만약 그가 차영진과 같은 어른을 만났더라면, 달라졌을까?를 묻는 대사는 좋은 어른의 존재에 관해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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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진 역시 어린 나이에 친구를 연쇄살인범에 의해 잃는 큰 사건을 겪고 평생을 죄책감에 살았다. 하지만 당시 사건 담당 형사였던 '황인범'(문성근)은 영진이 어둠 속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도왔다. 영진에게 인범은 좋은 어른이었고, 그런 어른으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받은 영진은 비로소 어른이 되었을 때 또 다른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아이들을 구원하는 것은 좋은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은 잘 모르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말하기까지 넋 놓고 기다리거나, 혹은 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서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파수꾼이 불운한 일을 쫓는다.

 

- 가브리엘 뫼리에

 

 

파수꾼은 내면적으로 성장을 다 하지 않아 위태롭게 경계선에 서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그 아이들 곁을 지켜주는 어른들이어야 한다. 은호 곁의 영진처럼, 영진 곁의 인범처럼.

 

 

"아이들이 기다려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고은호, 주동명, 하민성과 식사를 하던 차영진이 황인범에게 전화로 이런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나타난 황인범. 추운 계절이 지난 4월, 아이들 곁에 앉은 두 어른들의 모습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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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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