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란 무엇일까? - 언더스터디

글 입력 2022.01.27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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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언더스터디]-캐릭터-포스터_공유.jpg

 

 

연극 ‘언더스터디’는 주인공의 언더, 그리고 언더의 언더. 무대 뒤 배우들의 애환을 그린 블랙코미디의 작품이다. 장르가 블랙코미디라 그런지 유머러스함이 기반이 되었고, 그 안에 숨겨진 비판적인 면모들도 보였다.

 

먼저, 연극 리뷰 하기에 앞서 연극 ‘언더스터디’ 작품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넘어가 볼까 한다.

 

연극 ‘언더스터디’는 20세기 최고의 문학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카프카의 가상의 미공개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는 할리우드 톱스타 브루스의 언더스터디가 된 제이크와 제이크의 언더스터리를 맡게 된 해리, 작품의 무대감독 록산느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전개되는 돌발 상황과 관계성을 통해 쇼 비즈니스계의 냉혹한 현실 속 숨겨진 권한과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놉시스>

 

지극히 평범한 배우이자 아직은 무명인 해리가 미발표된 카프카의 작품에 참여중인 제이크의 언더스터디로 캐스팅되어 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탑 배우 브루스가 하차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인해 브루스의 언더로 제이크가, 제이크의 언더로 해리가 캐스팅된 상황이다.

 

제이크는 자신이 하던 배역 언더스터디로 아무도 모르는 무명배우가 캐스팅되어 온 것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오로지 프로덕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무대감독 록산느는 리허설에 최선을 다하며 이 상황을 해결하려 애쓴다.

 

록산느는 제이크의 언더로 자신의 전 약혼자인 해리가 오게 되자, 자신의 일적인 삶과 사적인 삶 속에서 감정이 서로 충돌함을 발견하고 몹시 짜증이 나는 중이다. 리허설이 진행될수록 해리와 제이크는 서로 의견 충돌을 보이고 점점 상황은 복잡해져 가지만…

 

 

공연을 모두 보고 난 후 느꼈던 생각은 ‘존재란 무엇인가?’였다. 전체적인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권한과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지만, 필자에게는 연극의 주제가 ‘존재’라는 키워드로 연결 지어졌다. 이렇게 느껴지게 한 가장 큰 요소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언더스터디_기사사진5.jpg

 

 

마지막 장면은 이렇다. 언더스터디 리허설을 한창 하고 있던 와중 록산느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그 전화로 인해 리허설 중이던 연극은 그 주까지만 공연을 한 후 막을 내리게 된다. 주인공의 언더 제이크, 제이크의 언더인 해리, 그리고 함께 하던 무대감독 록산느는 그 자리에서 마치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듯 직장을 잃었다. 소식을 접한 제이크와 록산느는 충격과 허탈함 등으로 좌절하는 듯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해리의 모습을 보며 즐겁게 연극의 장면 연습을 이어가며 언더스터디를 마무리한다.


여기서 해리의 태도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존재는 ‘주체적인 나’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자신의 자리가 한순간 없어지게 되었지만, 해리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어 움직였다. 공연이 끝날 거라는 이야기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진 듯 상실감에 빠져 좌절하는 제이크와 록산느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사뭇 대비되어 보였다. 그의 모습에서, 비록 외부 요소가 나의 상황 자체에는 영향을 줄 순 있으나 본인의 생각이 명확하다면 나의 내면까지는 크게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느끼고 나니, 앞선 장면들도 ‘존재’에 대한 내용인 것 같은 부분들이 몇 있었다.

 


언더스터디_기사사진3.jpg

 

 

앞서 언더스터디 리허설 장면에서는 지속적으로 해리와 제이크 각 연기를 대하는 생각의 차이가 그려졌다. 그동안의 제이크는 언더로서 극을 준비할 때 주인공 ‘브루스’의 연기를 최대한 그대로 재현해 내고자 했다. 브루스가 연기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해리는 장면과 대사에 본인이 생각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게 비록 메인 주인공이 연기하는 것과 다를지라도, 우선 그는 그가 작품을 보고 이해하고 느낀 대로 주체적인 연기를 펼치고자 했다.

 

제이크도 제이크 나름의 주관과 생각을 가지고 하는 연기이기에 주체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리와 상대적으로 보았을 때는 다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여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제이크는 해리와 록산느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연기를 보며 점차 그들에게 스며든다. 연기를 보며 잘했다고 칭찬을 하고, 다시 한번 보여 달라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통해 수동적에서 능동적인 면모로 나아가고 있다 느꼈다.

 

 

언더스터디_기사사진1.jpg

 

 

중간에 극 중 소품인 ‘바나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관점에 따른 존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제이크는 해리에게 소품 ‘바나나’를 보며 브루스한테 바나나는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는 것에 반해 무대 감독인 록산느에게는 없어서 안될 중요한 요소의 하나였다. 그렇다면 이 ‘바나나’는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렇든 누군가에겐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하는 것에 관심조차 없는 부분이 누군가에겐 너무 큰 요소로 비친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묘한 이질적임이 있었다. 이 부분에선 유독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았던 장면이었던 것 같다.

 

해리는 이름을 바꾸고 언더스터디로서 활동을 하고자 했지만, 결국은 본인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결국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상황이 온다고 한들, 마음속 ‘주체적인 나’를 가지고 있다면 흔들릴지 언정 꺾이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솔직히 고하자면 연극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서 아쉬웠기도 했다. 아무래도 철학적인 면모를 지닌 작품이다 보니, 극 중간중간 내포되어 있는 은유적 표현들이 바로 습득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연을 보는 동안 계속 ‘재밌기는 한데, 이런 내용을 얘기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내가 지금 극을 잘 따라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 함께 본 친구와 각자 생각했던 주제, 기억에 남는 장면 등을 곱씹으면서 얘기를 하고 나서야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보는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도 다시 상기하면서 ‘이 얘기가 이런 주제로 이어지는구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영화처럼 여러 번 보게 될 경우 더 많은, 숨겨진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작품을 보러 가야겠다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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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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