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지근걸의 끄적임[2] [사람]

글 입력 2022.01.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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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는 정말 생각이 많다. 원래도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찬 사람인데, 수많은 물음표들에 대해 고민하고 책임지려 하니 정말이지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데 어느 하나 제대로 하고 있지는 못하는 듯하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지만 사람 만나는 게 싫다. 막상 만나면 또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말이다. 약속을 잡는 것이 압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다. 그 압박감이 조금 무거울 뿐이다. 꾸준히 만나지 않으면 멀어지고 말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 더 정확히는 그 관계들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는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20123_224406726.jpg

 

 

2021년 11월 말일쯤, 정말 심한 우울감을 만났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한동안 유지되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11월 30일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만 기억난다. ‘세상이 망한다면 이런 날씨에 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지구 멸망에 적합한 날’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날에 왜 내가 무너지는 걸까? 지구도 무너지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와중에도 글 소재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우울감을 글로 풀어낸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한편, ‘내가 정말이지 우울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느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우울하긴 했지만, 우울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 기분을 알리고 싶었다. 힘들다고.


하지만 동시에 그 기분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알린다면, 이것을 객관적인 글로 써버린다면 내 기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만 같았다. 그저 글의 소재가 되고, 그저 위로를 받고, 그저 다시 괜찮아지고. 이러한 순환이 반복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고, 글을 쓰지 못했다. 혼자만의 메모장에 써 두었을 뿐이었다.

 

11월 30일에 써 두었던 글을 첨부한다.


 

세상이 뒤집어진다면 오늘 같은 날일 것 같다. 

바람은 거세게 불고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걸음을 재촉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담배를 피며 말을 걸려는 듯한 아저씨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며 소리지르는 청년

버스 앞자리 여자분은 발작하는 듯한 모양새를 지녔다

금방이라도 쓰러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든다

한 초등학생은 뛰어 버스 제일 뒷자리로 올라간다 

그리고선 발을 구른다

쿵 쿵 쿵 쿵

모두가 쳐다보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마치 멸망의 신호탄인 듯한다


유난히 버스에는 죽은 듯 잠을 자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모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끊임없이 좋은 글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일주일에 한번 써야 하는 이 글들도 밀리기 일쑤였다.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어 미뤘는데, 결국에는 기한 채우기에 급급해 만족스럽지 않은 글을 써 내려갔다. 좋은 글은 무엇일까? 나의 마음을 담고, 나의 생각을 담아야 할까? 그럼 누가 그 글을 읽어주지?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는데도, 읽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심한 불안감에 마주했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 엄청난 불안감을 만나면서 당장 쓰러질 것만 같았다. 히터의 뜨거운 바람이 나의 호흡을 방해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심장도 정말 빨리 뛰었다. 이때 이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당장 내일 아침에도 지하철을 타고 외출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긴장이 될 정도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을 지도 모른다. 하나도 아프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저 압박감에, 불안감에,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또 하고 싶어서, 혹은 해야만 해서 만들어 낸 할 일들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남의 탓을 하기도 했다. 과거의 탓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은 나의 탓으로 끝났다. 수많은 질문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써 보았다. 이것이 나를 위한 글이라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으려나.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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